의학살롱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칠흑의 삼단같은 머리카락은 예로부터 젊음과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다. 인간의 머리카락 색은 멜라닌이라는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머리카락에는 짙은 타입(eumelanin)과 옅은 타입(phaeomelanin) 두 가지 종류의 멜라닌 색소 밖에 없지만 이 두 색소가 혼합되는 비율에 따라 다양한 머리 색깔이 나타나게 된다. 멜라닌은 모낭 입구에 자리 잡은 멜라닌 세포(melanocyte)에 의해 생성되는데, 머리카락이 생성 되는 과정 중에 이 멜라닌 세포가 머리카락 케라틴 세포 속으로 색소를 주입함으로써 처음 생겨 날 때는 흰색이던 머리카락이 색깔을 가지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싱싱하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해지고, 또 수가 줄게 되는데, 이런 변화는 “아이쿠, 나도 이제 늙는 구나” 하는 노화의 상징으로 많은 사람들을 당혹하게 한다.
최근 한 우연한 발견이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폐암 환자의 항암치료를 위한 신약 케이트루다(Keytruda), 옵티보(Optivo), 테센트리크(tecentriq)라는 세 가지 약제를 시험하던 중 50명의 환자 중 무려 14명에서 흰 머리가 사라지고 건강한 검은 머리로 바뀐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며 불가사의한 일인 것처럼 소동을 벌였지만, 사실 머리카락 세는 것에 대한 연구는 이미 2005년부터 진행이 되고 있었다.
모낭에는 두 종류의 줄기세포가 있다. 하나는 색소세포인 멜라닌 세포로 분화하고 또 하나는 머리카락을 만드는 세포로 분화한다. 이 두 줄기세포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더블유엔티(Wnt)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의 양에 의해 멜라닌 줄기세포의 활성도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머리카락의 색이 변하게 된다. 올해 초, 이 Wnt 단백질이 IFR-4라는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 것으로 밝혀져 이제 흰머리는 줄기세포나 유전자 치료를 하면 해결이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모낭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단지 흰머리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머리카락 수를 일석이조로 해결할 수 있다. 모낭줄기세포를 이식함으로써 대머리들도 곧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의 한 화장품 회사는 더욱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는 허예지지만 피부는 하얗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 연구를 고안하여 모낭 줄기세포와 피부 줄기세포 간에 TRP-2라는 효소의 유무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 TRP-2 효소는 멜라닌 줄기세포의 손상을 막아 더 오랫동안 기능을 하도록 함으로써 이 효소를 증강하면 아예 흰머리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회사는 간단히 바르거나 샴푸 등으로 TRP-2의 기능을 증강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은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생활에 응용하는 살아있는 학문으로,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직업과 재화를 만들어낸다. 머리세지 않는 샴푸가 나오면 사지 않을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 아무리 비싸도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 우수한 젊은 세대가 공무원 시험이나 오랜 의학에 매달리는 게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세계는 이렇게 달리고만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