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문학에서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 행사가 줄을 잇고, 음악에서는 윤이상 100주년 기념음악회들이 서울과 통영에서 열렸다. 홍난파 100주년 음악회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기념음악회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홍난파 탄생 100주년 때는 친일음악 시비에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던 때여서 그의 100주년은 정치권력의 함수관계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윤이상 100주년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제도권의 지원을 받으며 특히 언론계의 지대한 관심 속에 이루어졌다.
지난 9월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윤이상 작품과 베토벤의 작품과 함께 성시현 지휘의 음악회가 열렸고, 9월18일에는 앙상블 TMF(통영음악제)가 윤이상의 실내악과 독주곡들을 연주하였고, 때마침 통영에서는 윤이상의 작품이 집중조명되었다. 그런 와중에 작곡가 이건용의 가곡 작품이 9월14일 세종문화회관 M극장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윤이상 100년 이건용 70년. 한 세대 차이가 나는 작곡가이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작곡계에서는 심층적으로 평가해야 할 대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윤이상은 1917년 9월17일 당시 일제강점기 하에서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의 두 해 전 경남 산청의 덕산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산천이 수려하고 남명 조식 선생과 인연이 있는 곳으로 그의 사당과 묘소가 있는 곳이다. 네 살 때 통영으로 이사해 통영의 음악가가 되었지만 태어난 곳과 윤이상의 사람됨의 관계는 가볍게 평가할 것만은 아니다. 이건용은 해방 2년 뒤인 1947년 평양에서 태어나 기독교 목회자인 부모를 따라 6·25전쟁 중 1·4후퇴 때 월남, 제주도와 부산에서 피난생활 뒤 서울에서 줄곧 살았다.
윤이상은 일제강점기 오사카 음악학교를 다녀 서양음악을 일본식 여과를 거쳐 수학했다. 이건용은 해방 이후 한국식 여과를 거쳐 수학했다. 두 작곡가는 모두 서구식 음악교육의 바탕 위에 한민족의 정서를 그의 음악에 담으려는 시도를 한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념적으로는 진보주의적인 성향을 띠고 있고, 평화적인 조국통일을 갈망하는 예술가들이다. 1956년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유학한 윤이상은 베를린 음대 재학 칠년 만에, 그리고 작곡과 졸업생으로 칠년 만에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그는 노력가이고 달변가이다. 그의 독일어는 매우 유창하다. 한국에서는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작품을 썼다. 40대 나이에 독일 현대음악계의 주도적인 인물로 자리잡은 것은 한국인에게는 더 없이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편 30년 뒤에 태어난 이건용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악학교와 필리핀에도 유학했다. 서울대 재학 시에는 연극과 문인으로서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람이다. 윤이상이 영웅적인 인물이라면 이건용은 겸양하고 선비적인 인물이다. 작품의 양과 질에서도 윤이상 작품과 비견될 수 있다. 교회음악에서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음악의 탐구는 윤이상보다 더 깊이와 연륜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우리 가슴속에 다가오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30년 뒤 이건용의 평가는 어떠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