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 가운데서도 연극계에서는 역사와 경륜을 돌아보게 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실험극장 179회 공연 「천덕구 씨가 사는 법」(오영수 차유경 등 출연, 6월8~18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신협 창단 70주년 기념공연 「하믈레트」(안치용 연출, 허윤정 송태윤 강민정 등 출연, 8월24~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연극행사는 한국연극협회가 축제운영위원회의를 조직, 그를 통해 주관 주최 운영한 「원로연극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 주관해오던 행사를 올해부터는 한국연극협회가 주최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형식으로 바뀌어 치러졌다.
원로배우 오현경을 기리는 「봄날」(이강백 작, 이성열 연출, 7월28일~8월6일 아르코예술극장대극장)은 그 어느 봄날보다 연출, 연기 면에서 돋보였으며 무엇보다도 관객 동원 면에서 성공을 거둔 무대였다. 특히 원로배우 오현경(81세)을 잘 받쳐준 큰아들 역 이대연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이 순발력 있는 놀이극형식의 연출의 의도를 잘 읽어내어 함께 어우른 무대였다.
다음으로 이어진 무대는 연출가 김도훈을 기리기 위해 올린 「유리동물원」(테네시 윌리암스 작, 김도훈 연출, 최종원 차유경 전지혜 등 출연, 8월4~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이다. 극단 뿌리를 창단(1976), 연출가로서 연극계의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후배들의 형님이 되어준 김도훈을 기리는 이번 무대는 최종원과 차유경의 연기로 ‘품위와 무게로’ 세계연극계의 거장으로 퓰리처 상을 2번이나 수상한 테네시 윌리암스의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은 작품공연이다.
세 번째 무대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올려진(8월11~20일), 희곡작가 노경식을 기리기 위한 「반민특위」다. 비록 오래전에 써진 작품임에도 대극장에 거대하게 올려진 이 작품은 한국의 연극을 연기로 버텨온 권병길, 정상철, 이인철, 김종구 등 선후배 29명이 웅장하게 채우며 여전히 혼란스러운 한국의 어지러운 정치사회상을 잘 구현하고 있었다. 텔레비전 방송작품을 연상케 하는 무대 위의 빠른 장면 전환과 배역의 분산 출연이 연극의 품격에 손해를 입혔다는 김성노 연출의 책임으로 돌아가겠지만 이는 희곡구성에도 책임이 있음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되었던 이 무대도 연극이 여전히 늙지 않고 무대 위에 세월을 넘어 생동감을 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늘푸른연극제」를 장식하며 명배우로 이름을 날린 이호재를 기리기 위한 작품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 최용훈 연출, 8월17~2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제작협력 극단 컬티즌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매번 매진상태로 어느 작품 때 보다 그 기획력이 돋보였다. 본인도 못보고 비켜간 연극이지만 기회가 반드시 보겠다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 보았다.
이번 「늘푸른연극제」를 주최·주관하며 열심히 뛰어다닌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회장의 진심과 정성어린 태도를 보며 문화는 세월과 함께 「진화와 성숙」을 함께 가져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