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좌담

강혜련 (康惠連 / 경기대 교수·서울탄츠스테이션 이사·컬쳐컬러무용단 예술감독)
장구보 (인천아트마켓 대표)
조주현 (曺周鉉 / 발레·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홍경화 (洪京和 / 현대춤·경희대학교 강사)
이동우 (李東祐 / 한국춤평론가회 회장, 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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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도로 조망해보는 춤의 미래와 교육
이동우 _ 추운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좌담에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술년 새해를 맞아 희망찬 이야기 이번 좌담의 주제를 ‘춤의 미래, 그 준비’로 정했습니다. 강혜련 경기대 교수께서는 직접 설립하신 서울탄츠스테이션(STS)을 통해 계파와 장르를 초월해서 무용수들을 가르치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장구보 씨는 문화적으로 모호하고 척박한 인천에서 매년 인천아트마켓을 운영하면서 지역문화 정체성과 상생을 도모하십니다. 최근에는 초중고 학생들의 예술교육을 통해 미래의 문화예술계 인재들을 길러내는 작업을 계획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작년 38회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과 안무상을 받으신 홍경화 안무가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한국 현대춤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조주현 교수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의 주임교수를 맡고 계시면서 어린 발레 영재들을 발굴, 육성하여 한국을 넘어 세계적 발레 재목으로 배출해내는 산파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각자의 다양한 위치에서 모두 교육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하실 말씀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우선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장구보 _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에서 현대춤을 전공했고, 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에서 수기치료 전공으로 대체의학 석사를, 경희대에서 예술경영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현재 사회적기업인 구보댄스컴퍼니 대표로서 “울타리없는 협동조합”을 모토로 하는 인천아트마켓 대표로 있습니다. 한양대 겸임교수,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인천시시민행복정책자문위원, 인천시문화예술진흥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2000년에 구보댄스컴퍼니를 설립해서 활동해왔고, 2015년 인천아트마켓을 설립해서 2017년에는 예술강사지원사업 인천 7개 부문을 담당하는 등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홍경화 _ 저는 경희대에서 현대무용을 공부하고 공연예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경희대와 추계예술대 덕원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면서 무용수와 안무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무용학회, 무용문화포럼,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1년 홍경화현대무용단을 창단하여 프로젝트 형태로 무용단을 꾸리고 있고요. 이번 38회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과 안무상을 수상했습니다. 201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안무가(AYAF2기), 1회 시제이 영페스티벌 우수안무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조주현 _ 저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발레전공 교수로 그리고 한국예술영재교육원 무용분야의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발레작품들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또 작품을 자꾸 올리다보니 공연의 연출, 예술 감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강혜련 _ 안녕하세요. 경기대 교수로 무용전문예술센터 서울탄츠스테이션(STS) 이사이자 컬쳐컬러무용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이동우 _ 반갑습니다. 무용전문예술센터라고 하셨는데요, 서울탄츠스테이션에 대해서 설명부탁드립니다. 설립 계기도 궁금하고요.
강혜련 _ 제가 역삼동 연습실에서 작업을 하다 무용단 운영도 힘들고 해서 잠시 쉬려고 정리를 했어요. 우연히 신촌 공간을 보고 너무도 마음에 들어 이런 천장 높은 곳에서 춤출 수 있다면 하던 게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다 미나유 선생을 만나면서 외국에는 있는 센터 시스템이 우리만 없는 것이 안타깝고 해서 함께 이끌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모두가 반대를 했어요. 절대, 운영이 우리의 대학교육체제에선 안 될 것이라는 부정적 입장들이었어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미나유 선생은 수업 프로그램 운영 담당, 강사섭외 등 저는 행정과 경영을 담당해서 각자 맡은 역할에 집중했어요. 처음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낮은 수업료 책정 등 현실적인 것은 조금 제쳐놓고, 무용계에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잘 알기에 재교육. 강사취업 등의 질좋은 수업운영과 춤추기 좋은 환경과 문화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공연할 때마다 늘 왜 일반인 관객이 없는지 고민했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음악을 모르면 음악회를 찾지 않는 것처럼, 무용도 체험과 경험을 통해서만 극장을 찾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든 일반인들도 무용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용수들도 일반인들에게 움직임을 가르치고, 같이 호흡을 하면 좋을 것이고요. 이런 여러 생각을 하면서 공간을 오픈해서 지금까지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올해 7주년이에요.
운영하는 과정에서 많이 느끼고 배우고 또 성장해가는 탄츠인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어요. 나아가 무용계 모두에게 역사의 공간으로 남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결국 돌이켜보면 내가 지금껏 춤 안에 있으면서 ‘꿈’이었던 것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이었고 지금도 저는 노력하는 중에 있습니다.

미래는 창작환경의 변화에서부터
장구보 _ 저는 지역에서 2000년에 무용단체를 설립하고 현재 18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시작했는데 현재는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의 선순환을 마련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일을 하게 되기까지 많은 시도와 또 성장을 동시에 해온 느낌입니다. 과거 제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공연을 하기 위해 돈을 벌었는데 현 시대의 젊은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활동을 먼저 하고 남는 시간에 공연을 하는 추세로 바뀐 듯합니다. 그나마 춤을 추고자 시간을 따로 떼어내는 친구들은 아직까지 춤에 대한 미련 혹은 애정이 남아있는 거겠지요. 그러다보니 질적으로 좋은 무용수들을 데리고 춤작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물론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간 부평아트센터 상주단체로 선정되어서 다양한 공연활동과 퍼블릭 프로그램 등을 해왔지만 그 마저도 그만둔 후에는 더더욱 인재공급과 제작비의 수급 한계로 창작활동을 이어가기는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적으로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피나 바우쉬 같은 세계적인 안무가가 많이 나올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홍경화 _ 작년 「서울무용제」 연습을 3개월가량 무용수들과 하면서 무용창작현실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물론 예전보다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서울무용센터 등의 무용단, 무용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점들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해주셔서 환경과 처우에 대한 부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여전히 무용단체가 느끼는 어려움과 무용수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해요.
많은 분들이 적은 지원금으로 좋은 작품을 기대하고 그러다보니 무용수 출연료 보다는 그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무용수들은 다른 일을 하면서 작품에 참여해야 하고 이런 부분을 안무자는 배려하다 보니 안무자는 항상 연습일정, 연습시간 등 여러 부분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구조가 반복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흔히들 제 주변의 창작자들은 솔로, 듀엣 또는 트리오 정도로 작업을 하려고 하지 군무작품을 안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더라고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작품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연습 스케줄 잡기 힘들고 무용수 출연료, 연습실 대여문제 등 제반환경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체를 운영하면서 오랜 기간 활동하시는 무용계 선배님들이 존경스럽더라고요. 점점 더 나아지고 있지만, 미래 우리의 창작환경은 안무가는 작품을 위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조성되고 무용수들은 무용수로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더 나은 구조로 변화되길 희망합니다.
강혜련 _ 제 생각에는 요즘 기본적인 것들을 너무 잊고 있어서 무용수들이 실질적인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몸의 기능, 즉 우리가 몸으로 현대무용의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놓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조주현 _ 저는 발레 전공자들을 주로 교육하고 함께 작업하고 있는데 강혜련 선생께서 말씀하셨듯이 무용수들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것을 통해 개발되어지고 그 재능이 열려지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작년 영재원 정기공연에 제가 학생들과 컨템포러리 작품을 작업을 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학생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한 호기심과 열의가 생각 이상이어서 작품을 하면서 정말 즐겁게 작업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즉흥을 통해 만들어진 장면이 있었는데 잘 꺼내지를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학생들이 대담하며 거침이 없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한 학생도 발견하고 상당히 음악적이면서도 보는 이와의 호흡을 본능적으로 읽어내는 재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음 작품에서의 작업이 기대될 정도로 많은 가능성을 알게 된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비전공자와 전공자들간의 교류를 통해 춤을 더 이해하고 전문화시키는 것이 목표
이동우 _ 저는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마사 그레이엄의 작품을 영상으로 접한 후 일반인을 위한 저녁 클래스를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일반인이라고 해도 마사 그레이엄에 대해 알고 온 사람들이니 만큼, 몸놀림이 아마추어 이상이었습니다. 저 혼자만 버둥거리고 있었지요(웃음). 그러다 귀국했고, 한국에서는 마사그레이엄센터와 같이 특정 테크닉을 배울 만한 학원이,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더더욱 없었지요. 그 당시 한 무용학원에 가서 마사 그레이엄 테크닉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누가 아직도 옛날 테크닉을 배우냐’고 오히려 면박을 당한 게 기억납니다. STS를 통해 한국에서도 현대춤의 거장인 마사 그레이엄이나 호세 리몽 등의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조주현 _ 전 그 점을 무척 높이 사요. 뉴욕의 ‘스텝스’ 나 ‘브로드웨이 댄스센터’ 같은 무용센터가 서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했는데 성공을 했죠. 그리고 진짜 마음 놓고 몸을 풀 수 있는 곳이에요. 사실 생각 외로 프리랜서 무용수들이 많은데 그들이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또 우리 졸업생 중에서도 학교에 와서 계속 하기는 재학생과 부딪히고 틀어질 수 있어서 힘든데, 그럴 때 저도 추천을 해요.
강혜련 _ 비전공자와 전공자들간의 교류를 통해 춤을 더 이해하고 전문화하며. 공연문화의 질을 향상시키며 일반관객의 통로의 역할이 탄츠로부터 이루어지고, 이런 춤의 경험을 통해 무대로 극장으로 확산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동우 _ 보통 입시 위주의 학원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무용학원이 있다 해도 춤을 배울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예술 공연의 눈높이를 대중에게 맞춘다거나 대중과의 소통 등 말은 그럴듯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러한 역할은 교육의 단계에서, 다시 말해 학교는 물론 학원과 같은 교육기관이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춤을 우리는 막연히 서양춤, 발레의 토슈즈와 형식에서 탈피한 춤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이를 발전시킨 마사 그레이엄은 루스 세인트 데니스에게서 현대춤을 배웠고, 루스 세인트 데니스는 동양의 신비주의를 표방한 동양춤을 모방한 형태였죠. 마사 그레이엄이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을 안무한 것도 그녀의 스승인 루스 세인트 데니스 그리고 그 당시에 유행했던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이 합쳐진 것이지요. 이렇듯 현대춤은 발레와 동양 문화가 섞여 이루어진 하이브리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현대춤은 소위 주류라고 여기는 서구의 트렌드를 답습하려는 경향이 강해보입니다. 작년에 조주현 선생이 안무한 『동행』과 발레영재원 공연에서 설장구 리듬을 가지고 연출한 장면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었습니다. 춤은, 무용가들에게, 장르를 넘어 알면 알수록 남들보다 더 풍부한 몸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주현 _ 저는 안무자로 활동하면서 항상 발레장르의 진화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며 그 주제와 관련하여 작품을 올리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이렇게 해야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도 자연스럽게 제가 이끌려지는 방향이 이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에게 많은 분들께서 보기보다 굉장히 대담한 부분이 있다는 평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안무를 시작한 것이 2004년 즈음부터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함께 작업했던 무용수들은 저에게 절대 가능하지 않은 스피드라며 무모하다는 표정으로 반응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시작 당시 저는 음악의 속도감과 다이내믹 사용에서부터 음악을 장르도 록 팝음악을 사용했다가 2009년에는 황병기 선생의 「비단길」로도 작업해보고 조명사용 등 기존의 발레작품에서 주로 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보면서 하고 싶은 표현들을 꺼냈던 것 같습니다. 그 작업들을 통해 저도 무용수들도 많이 성장하고 성숙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작업을 함께 했던 무용수들이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 가서 여러 안무가들과 작업하면서 그들과의 소통에서 문제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훌륭한 무용수로 안무가들에게 함께 작업하고 싶은 무용수라는 평을 듣는 것은 그 어떤 것 보다 큰 보람이고 획득이었습니다.

무용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움직이고 보는데, 글쓰기 수업과 생각하기 수업이 더욱 중요
홍경화 _ 제가 입시를 볼 때만 해도 전공작품과 세 장르 따라하기를 다 소화를 했어야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대부분의 대학들이 작품만 보거나 작품과 전공 따라하기만 보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대학을 와서도 부전공 수업일수는 터무니없이 적고요. 그러다보니 전공 이외의 춤을 접할 기회도 없고 다른 장르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한국적 호흡이 현대무용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어서야 그때 할 걸 그랬어!(웃음) 후회를 하곤 해요. 특히 요즘은 장르를 구분하기가 모호하죠. 한국 전통춤과 클래식 발레를 제외 하고는 창작춤에 있어서 한국무용인지 발레인지 현대무용인지 구분 짓는게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예를 들어 장르가 모호해지면서 음악 별 3개 연극 별 4개 무용 별 2개 이렇게 장르를 구분하는 것처럼 미래 무용공연예술은 더더욱 장르간의 기준이 더 모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다면 한 가지 장르의 춤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3가지 장르의 춤을 다 공부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예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행운아 인거죠. 부전공을 배우는 비율이 아주 높아요. 그리고 전공처럼 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하면서 자기와 더 잘 맞는 전공을 찾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춤을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강혜련 선생께서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무용의 경우 신체를 트레이닝하고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서 다양한 테크닉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대학에서도 무용수로서의 트레이닝과정에 필요한 커리큘럼과 안무자로서 커리큘럼을 구분하고 교수법도 확연히 차이가 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용수로서의 좋은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테크닉 수업(마사 그레이엄, 호세리몽, 레스터 홀튼, 머스 커닝햄, 라반, 알렉산더 등등)을 경험하게 하고 바디컨디셔닝과 같은 신체를 정렬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업들이 체계적으로 만들어 진다면 학생들이 다양한 테크닉 수업을 통해 자신의 신체를 인지하고 부족한 부분, 기능적으로 약한 부분 그래서 강화시켜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인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안무자 커리큘럼을 통해 자유롭게 사색하고 표현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무용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움직이고 보죠.(웃음) 저는 글쓰기 수업과 생각하기 수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 매우 부담을 느끼죠. 실은 이것이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것인데 이것을 글로 표현하고 말로 말하는 걸 가장 어렵다고 느끼지요. 그래서 인문학적 수업을 무용에 접목시켜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 안무자 과정의 시작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는 누구인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다양한 안무방법부터 배우는 게 문제 인 듯해요. 이런 부분들은 미래 무용예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좀 더 확장된 환경을 제공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동우 _ 북경발레단이 한국에서 선보였던 『홍등』은 한국의 많은 춤 관계자들을 고무시켰습니다.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저런 작품이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고요. 부러워 할 일도 아닙니다. 각 학교마다 방침은 다르지만, 한국인으로서 기본적으로 한국춤 기본 정도는 다 가르치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춤을 전공하더라도 발레 기본기를 알아야 유리한 것처럼 말이지요. 한편으로 문제는, 한국춤 수업을 듣는 현대춤과 발레 전공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교육 자체부터 동, 서양을 구분 해 서로 연관이 없는 듯 수업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형식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것도 무리이긴 합니다. 특히 교수가 아닌 강사들이 가르치는 수업은 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보다 더 효율적으로 타 장르를 섭렵하도록 하는 교육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서울은 춤의 환경이 가장 낫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 장구보 선생께서 활동하고 계신 인천 쪽의 문화의 현주소 내지는 교육 환경에 대해 한 말씀 듣겠습니다.

무용 생태계 순환을 위해 인천아트마켓 창설
장구보 _ 저는 워낙 인천 토박이니까 환경을 잘 아는데, 다른 무용수들이 왔다가 많이 상처받고 가는 곳이죠. 서울이 모든 것의 메카인데, 인천은 서울의 초 근접 지역이다 보니까 오히려 배제가 가장 잘 일어나는 곳이에요. 그러면서 필요할 때는 서울에서 부족한 인력을 쉽게 충당할 수 있으니 지역에 있는 인재들이 많이 유출되고, 자체적인 문화가 형성되기가 많이 어려워요. 그래서 인천 무용계가 더 어렵죠. 좋은 무용수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거의 없어요. 저만 남아있었는데 저마저도 이제 안 하니까요.(웃음)
저도 센터를 오래 운영했어요. 카페 회원만 2천 명이 있었고, 인천에서 우리가 있던 곳이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인천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우리가 있던 자리가 원도심이 돼버렸죠. 그러니까 회원들이 도시 밖이나 신도시로 다 나갔어요. 우리는 그런 시대적 현상에 따라 망하게 된 거죠.(웃음)
그래서 예술단체에 집중을 하게 됐고, 조직의 형태를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죠. 나중에는 6년 동안 상주단체로 있으면서 원 없이 활동을 했고요. 그리고 사회적 기업으로 지금도 꽤 오래 하고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지역에서는 저처럼 이렇게 하는 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용 생태계(공연예술활동)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제가 애쓴 15년, 20년이 언제라도 사라질 위기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런데 마침 공부한 게 죄예요. 예술 경영을 하다 보니까 그것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생태계 순환을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해서 만든 것이 「인천아트마켓」이고, 그게 올해로 4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이 사업은 어떤 거냐면, 예를 들면 홍경화 선생의 어떤 작품이 있으면 그 작품은 재단에서 지원을 받아서 공연할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애써 만든 작품이니까 어디든 유통을 시켜야 되는데, 이게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되지 않으면 그 귀한 작품이 한 번으로 끝나는 거예요.
그리고 아무리 좋은 에든버러나 아비뇽을 갔다 와도 그때뿐인 거예요. 옆에서 보다 보니까 갔다 와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역 내에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의의도 없고, 역사적으로 언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문화시장을 만들었어요. 워낙 힘드니까 처음에는 많이 비웃더라고요. 심지어 지역 어르신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춤이나 추지, 재단이 할 일을 왜 네가 하냐고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그런 생소한 일을 하니 인터뷰도 많이 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재단이 하지 않으니 제가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많이 이야기했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이 생태계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지원금을 N분의 1로 나눠주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죠.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들게 수십 년을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서 지역의 문화 예술을 발산시키려고 했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을 하지 않는 거죠.
이동우 _ 인천은 삼국시대 때부터 미추홀로 불렸던 역사가 깊은 지역입니다만, 그 명칭과 차이나타운 정도를 빼면 정작 인천지방의 전통 문화로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장구보 _ 인천의 문화는 있던 것도 부수는 게 문화죠.(웃음) 왜냐하면 인천 지역이 근대 개항지의 원천이잖아요. 조계지가 있던 지역이니까 신문명은 다 인천으로 들어왔었고, 역사적으로 상업 발달이 시작된 지역인데요. 건물들이 워낙 오래 되고 노쇠한데 그걸 유지하려고 하는데, 사실 역사적으로 문화를 지켜가는 게 하드웨어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 안의 여러 가지 문화유산이 가치가 있는데, 그걸 같이 보존해야 하는데, 현 시대가 그걸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다 보니까 자꾸 없애려고 해요. 인천은 역사성에 대해서 존중하는 인식이 부족해요. 항상 새로운 것, 외향적인 것들만을 추구하려고 해요. 아직도 토목건축, 하드웨어에 빠져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본연의 것들도 다 잃어버리죠. 언젠가는 이런 것들이 다 재산이 될 텐데, 거기에는 승부수를 못 두더라고요. 지역사회의 리더가 문화 예술에 무지한 것 같아요.
이동우 _ 인천은 지역 색이 의외로 강하기 때문에 그걸 결속시킬 만한 문화나 무언가가 있을 것도 같은데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장구보 _ 인천의 특성이 또 그래요. 잘 안 뭉치고, 필요하면 다른 데 가고 말지, 서울로 가면 되지 이런 식이에요. 그래서 거의 없어요. 소실되고 있어요. 행정하는 자리에 전공자들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지역사회에 그런 의견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재단이 어떻게 보면 반 공무원이잖아요. 지역의 예술인들을 위해서 만든 건데 딱 그런 자리가 생기고 나면 지역 예술인들은 역량이 부족하다는 관점만 가지고 일을 하는 거죠.
강혜련 _ 우리는 실질적으로 무용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지원 하나하나가 굉장히 마음에 와 닿는데, 그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데 제가 늘 얘기하는 것이, 그들에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입장이니까, 우리가 빨리 그쪽으로 공부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지금이 바로 변화되어야 할 때에요. 예전에는 다문화적인 사회가 아니었잖아요. 옛날 1980년대에는 무용수 아니면, 잘 해야 교수나 강사 등을 하는 거였죠. 그 커리큘럼을 가지고 다 했잖아요. 몇십 년 동안 똑같이 유지되다 보니까, 학생들이 갈 데라고는 무용수 아니면 포기에요.
그런데 탄츠를 운영하다 보니 인문 쪽 사람들을 데리고 오면 무용 쪽을 모르고, 무용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면 실무적인 일을 전혀 모르고요. 지금 대학 커리큘럼도 그나마 바뀐 게 무용과가 실기과냐 창작과냐 정도인데, 커리큘럼 안에 인문학도 들어가야 돼요. 실질적으로 대학 학부에 과목을 더 열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조주현 _ 대학 교육을 비롯한 무용 교육을 보면, 실질적인 아티스트 즉 무용수 외에 안무자나 기획자 혹은 무용관련 여러 직종이 많은데 이런 시각으로는 바라보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무용계의 직업이 무척 한정되어 있어 학생들은 무용수 외에는 비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중고등학교 때는 입시하고 교육을 받는데 급급하느라 잘 모르다 대학에 와서 그때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하지만, 현실적인 진지한 고민은 대학 졸업을 하면서 시작하죠. 발레단이나 무용단에 못 들어가면 참 힘들어지는 거죠. 예전보다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춤을 추고 싶으면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춤을 출 수밖에 없는 그런 실정에 있는데요. 대개는 현실에 딱 부딪히면서 그때부터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거예요. 무용 전공을 한 학생들이 행정력을 갖게 되면 정확한 판단과 소견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비즈니스 쪽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못하더라고요. 무용을 전공한 사람들이 행정력을 가지는 직업을 갖게 되어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정책 쪽의 중요한 자문역할과 실무자가 된다면 우리 무용계에서 더 발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동우 _ 학교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금 서울탄츠스테이션이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무용수들에게 필요한 인문학 과목도 시작 해보시면 어떨까요?
강혜련 _ 저희는 학교가 아니니까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대학 무용과의 교육 과정, 커리큘럼이 바뀌어야 된다는 얘기에요. 그리고 지역이 힘들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얼마 전에 어느 교수님이 글을 올렸더라고요. 지방의 무용과가 없어지면서 무용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더욱 서울로 올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어요. 또 아카데미 센터가 지역에 만들어져야 지역 문화예술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안타까운 글이 올라왔었어요. 그런데 대학 구조상 거의 3년 후면 반이 없어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없어지는 게 문화예술, 특히 무용이 1순위로 없어져서 정말 조만간에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무용계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조주현 _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이 바뀌어야 된다는 건 벌써 10년 전에도 우리가 계속 얘기했어요. 제 생각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우리 무용계가 특히 세분화를 시키지 못한 것 같고, 그것을 전문화를 시키지 못했죠. 우리는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 변화는 바뀌어져야 하는 대상의 관심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야의 변화가 중요한데 그들의 받아들이는 마음을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을 한다는 것은 결국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지요. 그래서 중요한 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좋은 사례를 만들어줘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거예요. 가끔 중고등학교 때 무용을 전공한 사람 중에 경영이나 기획 관련 학과로 대학을 가서 극장에서 일하는 경우를 보게 돼요. 이렇게 행정이나 공무분야에서 전공분야의 인재들이 활동을 하는 그런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문제는 대학 커리큘럼이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누군가가 그쪽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일하는 사례를 보여주면 교육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무용수 외에 다른 분야로 진로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용가의 범위를 세분화, 전문화하고,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무용계 선배들이 먼저 그 시작을 해줘야 후배들이 그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프랑스 같은 경우는 어떤 안무가의 무브먼트를 연구하는 것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예를 들어서 홍경화 안무가의 작품에서 저 부분이 흥미로우면 그걸 연구하는 것 자체, 논문을 쓰는 것 자체가 자신의 분야로 인정되고,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전혀 거리낌 없이 그 연구 분야로 가게 되죠.
우리도 무용수, 안무가, 교육자뿐만 아니라, 이 안에서도 더 세분화될 수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가 행정력을 가진 행정가, 기획가 쪽인데, 그쪽으로는 방향과 생각이 범위를 넓히지 못하고 있죠. 그러니 무용을 안 할 거면 차라리 전공과 완전히 동 떨어지더라고 이윤이 많이 되는 비즈니스를 선택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무용 분야를 전문화, 세분화해서 넓혀주는 방법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고 시행착오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시급히 이런 우리 무용계의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강혜련 _ 저도 경험을 했는데요. 우리가 너무 전공으로 나눠져 있고, 웬만한 거 아니면 안 쳐주는 문화지요. 그런데 저도 2년 전부터 어떤 모임에서 일반인들을 만나보니 그들은 놀이가 춤이에요. 춤 문화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한 번 거기서 그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우리 무용계 사람들은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춤을 추는데, 그냥 같이 노는 걸 보고 ‘이게 바로 춤추고 노는 거구나, 너무 흥들이 많구나’ 싶었어요.
커뮤니티댄스도 새로운 춤문화라서 좋은데 어느새 또 공연문화로 흘러가고 있어요. 너무 공연화하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너희가 참 좋은 일 하는 거다, 옛날에는 공연장에서만 공연을 했는데, 일반인들을 잡고 작업하는 건 정말 잘 하는 거다, 더 확산해서 더 많은 사람들한테 놀이 문화 자체를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노년세대니까 신체놀이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몸을 움직여야 산다는 인식이 굉장히 있더라고요. 아마도 이쪽 분야를 우리가 더 확산을 시켜야 될 듯해요.

“춤이 50년 후에 살아남을 것 같으냐?”
홍경화 _ 요즘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의 감성을 드러내고 가장 인간다움에 대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저는 문화예술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함께 발전해나가면서 새로운 예술을 개척하고 문화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과 같이 감동을 줄 수 있을까는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죠.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대체한다는 말이 저는 참 무섭더라구요. 특히나 무용예술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해내는 예술인데 로봇이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해도 인간을 능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실은 불가능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래서 미래의 무용예술교육은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라지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시키는, 치유와 힐링의 개념으로 접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은 이것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기도 하고요. 미래세대의 아이들은 주입식으로 하는 예술교육, 예술을 관객의 입장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예술가인 교육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업은 엔지니어이지만, 사고는 창의적 사고를 지닌 인재로 키우는 거죠. 즉 멀티형 인재가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예술가들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던지고 상상하고 고민하게 함으로써 예술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주현 _ 우리나라 사람들이 춤을 참 좋아한다고 느낀 게 성인반이에요. 누군가가 우리 춤의 미래에 대해서 물어보면서 춤이 50년 후에 살아남을 것 같으냐고 했을 때, 10년 전에는 좀 모호했어요. 왜냐하면 춤이 이 시대와 좀 안 맞는 듯했어요.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하는 편리한 시대에, 춤은 몸으로 모든 걸 해야 되니까 너무 상반된 것 같아서 좀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몸이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몸을 움직이는 건 그냥 본능이니까요. 특히 우리 민족은 춤을 좋아하는 민족이고, 즉흥적인 감흥에 젖는 것도 좋아하잖아요.
요즘에는 성인들이 발레를 많이 하는데, 그 시장을 키우는 것도 우리 춤 미래에 필요해요. 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즐길 수 있다는 거고, 무용을 존중하고 잘 알게 되면 공연장을 찾게 되는 거죠.
가끔 중고생이나 대학생 발레단의 공연을 보면, 너무 오랫동안 춤을 춰서 그런지 활력이 없어요. 잘 하고 싶긴 한데, 너무 많이 배우고 반복하면서 오히려 지친 거죠. 반면에 한국예술영재원에 초등학생들을 보면 무대에 대한 신비로움, 환희의 느낌이 있어서 마치 ‘봄’ 같아요. 그런데 성인발레를 배우는 사람들을 보면 신선함과 춤을 추는 데에 대한 환희를 갖고 있어요. 성인발레 클래스와 초등생 클래스는 똑같이 ‘봄’ 같아요. 깜짝 놀랐어요.
이동우 _ 사실 한국 사람들이 노는 걸 참 좋아해서 놀이문화가 많아요. 한국의 문화예술이나 문화유산이 많은 이유가 한민족이 가무악을 특히 좋아하고 그 끼가 놀이문화로 승화됐다고 보는데요. 지금은 입시제도 등으로 인해서 우리가 놀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정말 이 세대가 문화예술을 더 발전시켜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때때로 교실에서 무용과 학생들을 대하면 늘 지쳐 있고 실기 외에는 관심이 없어보여서 늘 안타깝습니다.

춤을 추는 데에 대한 ‘환희’를 경험
홍경화 _ 저는 덕원예고에서 10년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사실 처음에 춤지에서 전화가 왔을 때, 제가 고민도 하고 회의감도 들던 시기였어요. 그리고 이번 좌담 주제에 평소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사실 예고에 10년 정도 있으면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학생들도 무척 많이 변한 것 같아요. 학생들뿐 아니라 부모님들의 사고도 무척 많이 바뀌었고요. 저는 또 교육자로서 애들을 가르치면서 조금 반성도 되고 회의감도 느끼는 것이, 좋은 선생이 되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거예요. 물론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려면 지금처럼 해야 입시율이 좋겠지만, 내가 정말 좋은 교육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를 키우는 예술 교육이 모토인 예고에서, 내가 과연 이렇게 교육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얼마 전에 영재 발굴단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봤어요. 한 첼리스트 영재가 독일에 가서 처음으로 독일에 있는 선생한테 교육을 받는데, 그 아이가 항상 똑같은 느낌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독일 선생이 “너는 이 음악이 너한테 대답이야, 질문이야?”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아이는 “여기서는 팔은 이렇게 써야지, 허리는 펴야지.” 이런 것만 배우다가, 너무 상상할 수 없는 질문을 들으니까 멘붕이 온 거예요. 그때 독일 교수가 “사람들에게 기교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네가 뭘 말하는지는 네가 알아야지.” 이런 말을 했어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예술교육을 잘 시켜야 된다고 하면서 정말 어쩔 수 없는 교육 환경 때문에 입시에 맞춰 하고 있는데,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용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가면 무용을 안 해요. 너무 괴롭게, 힘들게, 고등학교 때까지 무용을 하고 나니 대학 와서는 쉬고 싶은거죠 무용이 재미있고, 열정을 갖고, 춤을 왜 좋아하는지 생각하고, 자신이 뭘 표현하고 싶은지 알아야 하는데, 입시에 맞춰서 쳇바퀴 돌듯이 춤을 추니까 그런 게 없는 거예요. 그렇지만 제가 혼자서 바꿀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작품하면서 학생들과 자신들이 왜 춤을 추고 싶은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은지 대화를 나눠요.
그리고 사실 우리 춤 자체, 몸 자체에 우리의 인생이 켜켜이 쌓아서 담겨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한 16년, 17년 밖에 안 살았지만, 그동안의 그들의 삶과 그들만의 환경적인 표현이 제가 주는 작품과 맞아서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고, 어떻게 하면 기교적으로 우수해 보일까, 그럴 듯하게 보일까만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 있는 교육자로서 정말 마음의 갈등이 있어요.
제가 경희대를 비롯해서 다른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목표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돈이라고 해요. 그 대답에 사실 제가 울컥한 적이 있었어요. 물론 돈도 중요하죠. 돈이 있어야 먹고 살고, 하고 싶은 작품도 하겠죠. 하지만 대학생들이 돈 외에는 관심도 없고 그래요. 그러면 과연 교육자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되냐는 생각을 해요.
미국 버클리대학교 무용 교수 한분이 경희대에 방문하셨어요. 거기는 무용기술, 무용과학, 무용철학 등 무용과 안에 전공이 14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기본적인 움직임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전공을 배우면서 진로를 결정하고 나아가 취업까지 해결되는 시스템이였어요. 예를들면 ‘무용과 기술 전공’ 이런 식으로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선택은 학생들에게 기회의 폭이 넓어지게 되는 장점과 취업을 하는데 있어서 폭이 넓어지는거죠.

좋은 선생이 되고 싶은데 쉽지 않아
이동우 _ 정말 할 말이 많았는데 여태껏 어떻게 참고 계셨나 할 정도로 많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경희대 이야기를 하니까 드는 생각인데, 김백봉 선생 세대만 하더라도 춤을 배운다고 하면 한국춤 외에도 남방춤, 발레, 러시안 댄스 등등 두루 배웠거든요. 그 배운 것을 바탕으로 풍부한 소재와 언어를 갖춘 한국적 신무용이 탄생할 수가 있었던 것이고요. 지금은 경주마처럼 시야를 가리고 좌우 뒤를 돌아볼 여지없이 직진만 가라고 하니까 예술이 아닌 거죠. 그냥 기능이 되어버린 거예요. 무용과가 없었던 그 옛날보다 더 후퇴한 교육 시스템인 것 같아요.
강혜련 _ 홍경화 선생 말씀에 두 가지만 보태면, 저도 예고에서 가르치고 했었어요. 그런데 학교 입장에서 보면 실적이 중요하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실적만 좇다보면 괴로운 거예요. 서울탄츠스테이션에 학생들이 오면 듣고 싶은 수업 아무거나 들어가서 하라고 하면 다들 당황해요. 그래서 부모님들을 설득한 것이, 여기는 대학 보장, 예고 보장 안 한다는 거예요.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과정인데, 그게 싫으면 입시학원 가시라고 해요. 혼자서는 힘들어요. 부모님도 같이 얘기해야 돼요.
두 번째는 취업 문제인데요. 무용과 졸업생들이 아르바이트를 무척 선호해요. 직장을 갖게 해줘도 한 군데에 쭉 있지 않아요. 무용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학생들의 전반적인 문제가 아르바이트를 여러 군데 뛰는 게 벌이가 더 많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저는 되게 놀랐어요. 이게 큰 벽이고 큰 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긍정적으로 본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삶을 굉장히 즐겨요. 그들 나름대로 삶을 즐기는 방법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동우 _ 처음 춤에 입문 할 때는 일단 장르를 불문하고 몸을 움직인다는 그 자체를 즐기고, 전공을 결심하게 되면서 차츰 내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론과 교양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무용과 학생들이 교실수업에 소홀히 하는 이유의 거반은 실기 위주로 몰아가는 무용과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고 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매정하게 들리겠지만, 지도 교수가 학생 하나하나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실기를 할 수 있는 사람, 아닌 사람’을 정해줘서, 모두 무용수를 꿈꾸게 하는 시간소비, 에너지소비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 지인 한 분은 로열발레스쿨 출신인데 이미 어릴 적에 발레스쿨에서 선생이 ‘클래식 발레 무용수로는 적합지 않다’고 일치감치 진로를 정해주었다고 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처음엔 훌륭한 무용수로 세계적인 무대에 서보고 싶은 환상에 이끌려 발레를 배우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은 어린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든 소리겠지요. 하지만 선생이라고 이런 말 해주기가 쉽겠습니까, 하지만 납득할 만한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니 납득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너무 허황된 꿈을 꾸지 않게 하는 것도, 학생에게 적합한 길을 걷게 해주는 것도 교육기관이 할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해주세요
조주현 _ 현재 우리나라 발레계는 무용수들의 선전이 K-POP, 한류보다 더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세계적인 발레단이죠. 마린스키 극장, 파리오페라발레단, 로얄발레단, 아메리칸발레 시어터, 슈트트가르트발레단, 보스톤발레단, 네델란드국립발레단 등 세계 많은 곳에서 없어서는 안 될 영향력이 막중한 무용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는 대부분의 무용수들이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은 무용수라는 것도 우리나라 무용교육의 그리고 무용계의 선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의 성공은 결국 한 장르의 미래가 밝음을 예고하고 더 큰 가능성을 기대해 보게 합니다. 이제부터 무엇보다 이런 교육시스템을 더 제고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러면서 이들이 무용수에서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 깊이와 넓이를 제공하는 활동환경에 대한 고민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합니다.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들로 ‘커뮤니케이션 댄스’를 진행
장구보 _ 홍경화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기능이나 장르 위주의 교육에 반대해요. 저는 핀란드 교육처럼 주제 중심 교육을 하고 있어요. 어떤 주제를 던지면 어떤 장르라도 같이 소통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이고요. 연극, 무용, 영화, 영상, 조형, 미술 등의 개발자들이 한데 모여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그렇게 주제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작년에 50군데 초중고 학교에서 시범 사업을 했어요. 30군데는 찾아가는 공연을 했고요.
제가 지난주 1월 24~26일에 참가한 행사는 「15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였습니다. 5개 분야에서 베테랑인 대표들이 모여서 만든 「미래 창의메이커스 스쿨」이라는 것을 런칭하는 자리예요. 창의감성VR(감성놀이터 최석영 대표)과 창의건축(조원용 건축사), 창의메이커(CAC김광일 대표), 창의적 발상(Mary’s rap의 장경호부사장), 창의예술(인천아트마켓 장구보 대표) 이렇게 5가지 분야가 학교 교육현장에 맞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하나로 통합시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가 하나로 통합되어 움직이는 구조는 아마도 처음이다 보니 많은 교육관계자 분들께서 관심을 보이셨고 추후에 깊은 논의를 원하는 등 나름의 성과가 컸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현재는 융복합의 시대이다 보니 아무래도 필요에 의해서 서로가 참여하게 되었고요. 올해부터 크로스 협업을 시도해서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교육박람회」에서 보니 교직원들과 교육 연수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학 못지않게 초중고가 위기인 것을 느끼고, 연수와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무척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이제는 초중고에서 포인, 플렉스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주제를 통해서 움직이고 말할 수 있고 스토리텔링이 힘을 갖게 하는 식으로 접근을 해요.
한편 학교 밖에서는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일반인들을 위한 마을학교를 준비하고 있어요. 브랜드는 아직 말할 수 없지만, 가제가 ‘인생 학교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요. 마을학교에서는 과거의 기능 중심의 댄스 장르와 파트는 따로 있고, 주제 중심의 워크숍 개념의 커뮤니티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댄스를 진행할 거예요.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들을 말하는 거죠.
지금 대학생들도 자기 미래에 대해서 불확실해 해요. 학생들이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채 대학을 들어왔기 때문에 미래가 더 불안한 거죠. 자기중심의 사고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요즘 대학교 가면 강의가 재미가 없어요. 학생들이 질문하면 안 되고 사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런 사고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에 관해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장기적인 목표는 인생 학교를 통해서 자기중심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계획하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강혜련 _ 실제로 무용계에서 활동하고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지금 초등학생들은 그런 교육을 받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교육을 안 받았잖아요. 그러니 서로 유대 관계가 끊어져버려요. 아주 좋은 교육이고 비전이 있는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거죠. 그러니 이런 교육을 가지고 현재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좋겠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 거꾸로 가는 우리 무용예술
홍경화 _ 저는 사실은 요즘 인공지능(AI)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쪽으로 뭔가 알아야 되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될 것은 생각이 들어서 클라우드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사서 봤어요. 그런데 저는 그 책을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이 ‘우리랑은 반대인데?’하는 거예요. ‘그럼 도대체 우리 무용예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디로 어떻게 가야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재건축을 하고 새로운 빌딩을 짓지만 한편으로는 한옥마을이 유지되는 것처럼, 시대가 바뀌지만 그래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춤의 본질을 찾아가면서 몸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 책을 덮었어요. 로봇에 데이터를 입력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춤을 출지는 몰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에서 나오는 감성을 과연 로봇이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가진 감성을 로봇이 어떻게 따라가겠어요? 그런 생각을 좀 하면서 VR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장구보 _ 로봇 산업이 발전할수록 우리를 찾을 거예요. 결국 인간의 역사는 정반합을 통해서 변화하고 발전하고 붕괴되고 다시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고 하는 것이니까요.
홍경화 _ 저도 그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좀 더 몸에 집중하고, 춤의 본질에 가까이 가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무용인들이 더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강혜련 _ 그런데 저는 요즘 너무 반가운 게, 중견으로 활동하던 무용수들이 신체학이나 다른 요법 쪽으로 많이 관여하고 나름대로 활동하는 것을 보는 거예요. 예전에는 공연만 하고 작품만 했는데, 무용 분야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는 그 분야에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또 거기에 관계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더라고요.
이동우 _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리 없이 실천하는 소수의 헌신으로 부터 시작한다고 봅니다. 오늘 네 분 역시 무용계를 소리 없이 변화시키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서울탄츠스테이션의 열린 강좌를 통해 무용계 전반의 신선한 바람을 끊임없이 불어넣어 주시길 바라며 한편으로 미래의 한국 발레를 책임질 발레 영재들이 실기뿐만 아니라 창작과 이론 등 전방위로 기여를 할 수 있는 재목으로 자랄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며 성원하겠습니다. 또한 서울에서 또 인천에서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라며, 예술가들이 좀 더 마음 놓고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할 부탁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좋은 말씀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