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살롱

지난 연말, 프로사이클의 스타 크리스 프룸이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됐다는 보도는 전세계 자전거 팬들을 놀라게 했다. 9월 브얼타 에스파냐 당시 세계반도핑기구의 금지약물 살부타몰이 소변검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프룸은 천식을 앓고 있고 이 천식치료제를 그동안 사용해왔는데 이번에 허용치의 두 배 가까운 살부타물이 나온 것이다.
프룸의 약물 복용 보도가 나가자 인터넷 포럼에선 난리가 났다. 천식치료제인 살부타몰을 그동안 합법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보도에 도대체 자전거를 그렇게 잘 타는 건장한 젊은 선수들이 왜 그리 각종 질환이 많고 먹지 말라는 약을 먹는 경우가 많냐는 것이다. 결국 금지 약을 합법적으로 먹기 위한 핑계라는 거다. 사실 살부타몰만 해도 기관지를 확장하여 호흡을 편하게 해주니 유산소 운동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로버트 골드만이라는 미국 의사는 1982년부터 95년까지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을 상대로 설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약을 먹으면 앞으로 5년은 어떤 경기에서도 금메달을 따지만 5년이 되는 해 죽게 될 거다. 그래도 이약을 먹을 것인가?”라는 요지의 설문에 과반이 넘는 선수들이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타는 자전거의 성능과 인간의 체력이나 실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없다. 그런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 온갖 대회를 휩쓸게 된다면 약물복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체격 조건에 따라 평지에 강하거나 오르막에 강한 선수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한 선수가 평지서도 잘 타고 오르막에서도 남들을 따돌리며 멀리 앞서간다면 일단은 ‘혹시?’ 하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또 여태 것과는 다르게 갑자기 뛰어난 실력과 성적을 보이는 선수도 열에 여덟 아홉은 약물의 힘이다. 몇 해를 연습하고 몸을 가다듬어 온 실력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면 동네 사람도 믿지 못할 일이다. 프룸은 지난해의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 3연패를 차지했으며 9월의 브엘타 에스파냐에서도 우승을 해 세상을 놀라게 했으니 WADA의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약물스캔들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는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이다. 워낙 교묘한 방법으로 도핑 테스트를 속여왔고 여기다 스타플레이어가 가져다주는 흥행에 맛을 들인 자전거 업계와 연맹 등이 반쯤은 눈을 감고 덮어준 결과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의 자전거 열풍에 비해 잠재성이 큰 시장인 미국서의 자전거 열기가 미적지근하니 세계 모든 자전거 행사를 총 지휘 감독하는 세계자전거연맹(UCI)에서 미국 출신 스타플레이어를 키우려고 암스트롱의 약물복용을 눈감아 주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랜 발뺌 끝에 2013년 자신의 약물복용을 인정한 암스트롱은 자전거 업계에서 영구 추방되었고 암스트롱(Armstrong)이라는 이름 대신 ‘팜스트롱(Pharmstrong)’ 또는 ‘도페스트롱(Dope strong)’이라는 별명의 수모를 겪고있다.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체력과 기량만으로 승부에 나서는 이들은 스스로를 ‘pan y agua’라 부른다. 스페인 낱말을 빌어 ‘빵과 물’만으로 달린다는 거다. 돈에 얼룩진 스포츠지만 아직은 이 순수파가 더 많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