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살롱

요사이 병원에서 사고가 많이 난다. 물론 병원에서만 많이 나는 것이 아니고, 마치 러시안 룰렛처럼 여기저기서 터무니없이 너무 자주, 또 너무 큰 규모로 발생한다.
이러한 사고들은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고가 날 때마다 공무원들은 무슨 특단의 대책을 수립한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단 한 점의 개선도 없이 같은 오류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실 요양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참극이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요양병원의 환자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일 뿐 아니라 상당수가 인지장애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자타 안전을 위해 신체를 속박할 수밖에 없는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난다.
어느 곳보다 이런 의료기관은 재난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시설은 물론 대피를 도울 인력과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렇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 져야 함은 삼척동자도 아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장의 원칙을 무시하고 대중영합적으로, 몰락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로 강제되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은 96%가 민간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시설로,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이윤을 추구할 목적의 민간 기업이다.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투자와 운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터무니없이 낮은 의료 수가를 강요하면서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식으로 수수방관을 하고 있다. 사실 저수가의 압박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요양병원인 것이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요양병원은 자세히 뜯어보면 병원이 아니다. 반드시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병원은 입원비의 80%를 국가에서 부담해주니) 본인이 원하면 (양로원보다 싸니) 얼마든지 언제까지 병원에 누워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무해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조건을 보더라도 병원보다는 오히려 무슨 양로원과 비슷하다.
낮은 수가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환자 수를 늘려야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는 요양 병원은 결국은 부실해 질 수 밖에 없으며, 사고가 날 수 밖에 없고, 그것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양병원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보통의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기가 힘들어져서 인건비가 오르고, 이것이 다시 의료기관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사립 요양병원은 사실 병원의 기능이 없으니 양로원으로 만드는 게 정답이다. 오히려 그 예산으로 요양병원은 모두 국공립으로 운영하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전달체계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의사와 환자, 직접적인 생명을 다루는 의료 시스템에서 정치적 판단만으로 의료인들을 무시하는 공무원들의 사회주의적, 탁상행정적 정책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요양병원 같은 사고는 계속 반복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