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오경희와 오경자는 자매다. 각각 ‘서공철류’ 가야금산조와 ‘신쾌동류’ 거문고산조로 크게 인정을 받는다. 두 사람은 지난 30년 동안 각각 활동을 하면서도, ‘일월’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했다. 8회 일월현악앙상블 정기연주회(1월27일 돈화문국악당)는 오경희와 오경자를 비롯해서, 그들의 제자들이 함께 한 무대였다.
이번 연주회가 최근의 국악연주회와 어떻게 다른가? 첫째,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으로 구성되었다. 매우 진지한 곡들로 구성했고, 유행을 따르는 ‘퓨전’이 배제되었다. 요즘 국악공연에서는 피아노와 전자악기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일월현악앙상블의 연주는 그렇지 않았다. 둘째, 가야금은 모두 12현으로 된 전통가야금을 사용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가야금’하면 열두 줄로 된 전통가야금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2000년대 초반부터 25현가야금이 서서히 부각되면서, 요즘 퓨전국악에선 모두 스물 다섯줄로 된 가야금을 사용한다. 12현가야금은 전통음악인 ‘산조’와 황병기의 창작곡 등 매우 ‘제한적인 악기’로 인식하고 있다.
이게 현재 우리의 가야금이 갖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른바 ‘국악작곡가’ 중에서, 거문고를 조금이나마 연주할 수 있는 작곡자가 몇이나 될까? 1960년대는 물론이요 19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악의 작곡전공과 이론전공은 모두 거문고를 배우고 익혔다.
이번 일월현악앙상블은 달랐다. 25현가야금을 배제하고, ‘12현가야금’만을 사용한 연주회가 얼마만인가? 거문고라는 악기의 주법을 제대로 알고 쓰는 작곡가의 작품을 들은 게 얼마만인가? 오경희와 오경자라는 ‘전통’을 제대로 아는 중견연주가들의 덕분이다. 오경희는 특히 가야금병창을 새롭게 구성해서 선을 보였다. 「백발가」라는 단가(병창)에 충실하면서도, 여기에 가사를 다듬고 곡조를 덧붙여서, 요즘 사람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가야금병창을 탄생시켰다. 그 안에는 오경희의 인생을 바라보는 진정성이 담겨있어서, 듣는 순간에 매우 뭉클했다. 오경자가 중심이 된 「일월 도드리」는 표정이 풍부하고 생기발랄하게 느껴졌다.
이아로 작곡의 「도깨비불」과 이경은 작곡의 「유현의 춤」은 매우 큰 수확이다. 두 작곡가 모두 거문고를 제대로 알고 작품을 썼다. 젊은 창작자인 이아로는 거문고주자들이 즐겁게 도전해볼만한 곡을 썼고 청중은 거문고를 매우 판타스틱하게 인식할 수 있는 수작을 선보였다. 이제는 중견작곡가로 당당하게 성장한 이경은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중에서 거문고곡을 가장 잘 쓰는 작곡가임에 틀림없었다. 기존의 거문고주법에 충실하면서, 거문고의 연주법을 새롭게 넓혀가는 작품이었다. 이경은은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매력이 그저 줄을 튕기는 소리가 아니라, 그런 줄의 울림이 공명통(오동나무)을 통해서 어떻게 ‘국악기 특유의 울림’을 만들어내는지 깊게 알고 있다. 이렇게 이경은과 이아로와 같은 작곡가가 있고, 무엇보다 오경희와 오경자와 같은 출중한 기량의 연주가가 있기에, 가야금과 거문고의 전통과 창작은 앞으로도 제대로 이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