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7일 인쇄
2018년 2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2월호 통권 504호 |2025년 5월 11일 일요일|
 

음식살롱

 

재미있는 가게 이름 ‘양다리 걸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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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金鍾弼)(음식칼럼니스트, 중앙고 교장)

최근 3년 사이에 6배나 급증했다는 음식점이 양고기 전문점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위주의 붉은 육류에서 양고기가 만만찮은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좀 괜찮은 뷔페에서 양갈비는 이제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뉴가 되었다. 양고기는 소나 돼지에 비해 콜레스트롤 함량이 훨씬 적고 칼슘이 풍부한 고단백 저열량 식품으로 붉은 육고기의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육류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먹거리다. 생후 1년 미만인 어린 양은 램(lamb)이라고 하며, 1년이 넘은 양을 머턴(mutton)이라고 하는데, 대다수 나라에서는 새끼양의 부드러운 맛을 선호해서 양고기를 그냥 램(lamb)이라고까지 한다.
우리나라에 중국동포와 동남아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양꼬치집이 성행하면서 양고기에 대한 관심이 일다가 이제는 본격적인 양고기 전문점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양고기는 조직이 가늘고 부드럽기 때문에 육류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도 섭취하기 좋은 동물성 단백질이다. 하지만 양고기는 좀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는데, 새끼양고기인 램은 냄새가 거의 없고, 부드러운 육질에 감칠맛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취향도 냄새와 강한 향을 좀 꺼리는 편이라, 괜찮은 양고기 전문점에서는 어린 양인 램(lamb)의 꼬치, 갈비, 등심, 다리 등을 구워 먹는 차림을 내어 놓는다.
양고기 전문점 ‘양다리 걸쳤네’는 우리말 관용구에 ‘(사람이) 양쪽에서 이익을 보려고 두 편에 모두 관계를 가지다’란 뜻의 ‘양다리 걸치다’를 재미있게 상호로 썼지만, 실제 말 그대로 양다리를 주문하면 쇠창살에 끼운 채 통째로 숯불 위에 걸쳐준다. 램을 이 집만의 특제 양념으로 조리하여 냄새가 전혀 없는, 잘 익혀진 양다리를 긴 포크와 나이프로 베어 백주 한 잔과 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 아닐 수 없다. 7년 전에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입소문이 나서 지금은 서울 북부의 양고기 최고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체류 경험이 있는 주인은 연태와 공부가주 등의 백주에 청도맥주까지 비치해 놓았고, 밑반찬으로 중국 짠지라 할 수 있는 짜사이도 제공한다. 양꼬치는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를 쓰는데, 중동지역에서 많이 쓰는 쯔란(중국말이며 영어로는 큐민이라고 하는데, 미나리과 식물인 커민의 씨로 향이 강하다)이란 향신료를 기호에 따라 찍어 먹을 수 있게 배려했다. 또한 아예 양고기 향신료에 거부감이 있는 고객을 위해 간장, 양파 등으로 만든 소스를 따로 제공한다. 양다리 맛이 일품이지만, 세트 메뉴로도 주문할 수 있는 양등심과 양등갈비, 양삼각갈비 등 그 어느 것에서도 양고기의 풍미를 만끽할 수 있다. 상에 차려주는 무쌈이나 소스양파, 심심하고 구수한 양탕도 맛나거니와 점심 식사 한 끼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가지볶음밥이 일미다. 그리고 차림표에 좀 생뚱맞은 듯이 개구리 뒷다리 튀김이 있는데, 통통한 개구리다리 맛을 기억하고 있는 이에게 강력 추천한다.
양고기는 특히 추운 겨울에 숯불에 구워 먹는 먹거리로 아주 제격이다. 양다리 바비큐는 최소한 30분 전에 주문 예약을 해야 하며, 위치는 4호선 수유역 5, 6번 출구에서 5분여 정도 걸으면 된다.(02-993-9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