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일생 사슬에 매여 살면서도 주인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는 개를 보면 평생 여인에게 잡혀 봉사와 굴욕 속에 사는 사내를 생각한다.
결국 개와 사내는 상전의 안면(安眠)과 즐거움을 위해 태어난 노예적 동물이라는 것으로 같다.

개는 자기 영역의 확인을 위하여 표적물을 골라내며 뒷다리를 들고 오줌을 갈기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꼭 뒷다리를 들어야 하는 생리적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늑대족속들의 공연한 짓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불안하거나 급하면 이런 방자한 행태는 숨어버리고 마니까 말이다.
사내는 마찬가지, 사내는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금방 거드름이 생기고….
그래서 여성제위! 사내에게는 절대로 방심도 금물이고 여유있는 취급도 금물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이다.

영리한 개는 짖기만 하고 물지 않는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사내가 개에게서 배울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
마누라를 다스리는데 말로만 할 것이지 폭력을 쓰면 안 된다.
그저 개처럼만 하라.

‘이솝’의 욕심쟁이 개는 물속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짖다가 그만 입에 문 고깃덩어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내도 마찬가지, 사내여~ 항상 한 계집에게 만족하고 잘 지켜라. 다른 것에 눈 팔면 집의 것이 도망친다는 이 경구(警句)의 뜻을 알겠지….

약한 개는 꼬리를 사타구니에 감추며, 꼬리를 감추는 개는 문다. 사내도 같다.
천하의 여성들이여, 남편을 윽박지를 때 항상 도망칠 구멍을 열어놓고 하라. 궁지에 몰리는 약한 사내는 언제나 한 마리의 개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사내도 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말이 있다.
사내는 개, 계집은 닭. 계집이 닭처럼 날아간다는 사실을 사내들이 종종 잊고 살 때가 많다.

개는 혈통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사내도 같다. 학벌, 문벌, 재벌 없이 이쁜 주인을 모시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삼가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어차피 사내는 여자의 애완물(愛玩物)인데 똥개·진돗개 어째 여자더러 따지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 시대 토사구팽(兎死拘烹)이란 명언이 있었겠다. 사내는 그런 것, 복날의 보신탕으로 죽든, 토끼대신 국거리로 몸을 바치든지 간에 개는 마침내 제 목숨 다하지 못하는 것.
사내란 그저 열심히 일하다가 그저 계집을 위해 죽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개의 미덕(美德)은 한낮엔 자고 그믐밤을 뜬눈으로 지켜주는데 있었다. 그러나 주거가 아파트로 변한 세상, 개의 역할 역시 필요 없게 되어버렸다.
사내도 같다. 아파트 경비원만으로도 밤이 무섭지 않게 된 오늘의 주부에게 대체 남편이란 동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개는 늑대의 족속이다. 따라서 기회만 있으면 언제나 늑대의 본성으로 돌아간다.
점잖은 신사가 홀연히 치한으로 변하는 이유를 숙녀제위는 명심하라. 사내란 마침내 한 마리의 개니라.

「건강의 벗」, 199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