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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스크랩북
서울시(市)에서 처음으로 계획적(計劃的)인 가로(街路)식수(植樹)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사십삼년전(四十三年前)의 일이다. 당시(當時) 구한국정부(舊韓國政府)와 일본통감부(日本統監府)의 공동관리(共同管理)로 위생상태(衛生狀態)를 개선(改善)하기 위(爲)해 만들어진 한성위생회(漢城衛生會)가 창설(創設)되어 4(四)년 되던해 신규사업(新規事業)으로서 가로(街路)에 식수(植樹)와 철수(撤水)를 시작했다는 기록(記錄)이 있으니 아마 그 이전(以前)에는 길에 나무를 심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이전(以前) 양주(楊洲)목사(牧使) 홍태헌(洪泰憲)이라는 분이 동대문(東大門)에서 광릉(光陵)으로 가는 육로(陸路)를 장식(裝飾)하기 위(爲)하여 그쪽길 양(兩)편에 <능수버들>을 심었는데 나무를 길가에 심을줄 모르던 당시(當時)의 일이니 따지면 서울 가로(街路)의 시초(始初)라고 해도 무방 할 것으로 본다.
지금도 그때에 심은 <능수버들>이 청량리(淸凉理)와 회기동(回基洞)사이 길옆에 그대로 몇그루남아있는데 이 수령(樹齡)으로 보면 백년(百年)도 이전(以前)일인상 싶다.
현재(現在) 서울특별시(特別市)(새로 편입(編入)된 교외(郊外)로 포함(包含))의 가로수(街路樹)의 총수(總數)는 칠월(七月)현재(現在) 시청(市廳)등록(登錄)이 이번 봄에 심은 삼천오백(三千五百)본(本)의 유수(幼樹)까지 합(合)쳐 일만오천삼백칠십오(一萬五千三百七十五)본(本)이라고 있으니 말라죽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쳐도 많은수(數)는 못된다.
또 사용(使用)된 가로수(街路樹) 품종(品種)에는 <푸라타나스><버드나무><은행(銀杏)><가중나무><포푸라><능수버들><아카시야><은백양>따위인데 여기에 어떤길에는 <무궁화>니 <향나무>같은 정원목(庭園木)도 심어있으니 실쪹불금(失쪹不禁) 합(合)치면 더많은 쪹류수(쪹類數)는 될 것이다. 이중(中)에서도 <푸라타나스>는 월등(越等) 많은수(數)를 점(占)하는데 이나무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은행(銀杏)>이나 <포푸라>에 비(比)하여 비교적(比較的) 늦은일이다. 보통(普通) 가로수(街路樹)로서 사용(使用)될 수 있는 나무의 조건(條件)으로는 첫째 자세(姿勢)가 바른 것, 빨리 크는 것, 상처(傷處)나 연기(煙氣)같은데 쉽게 병(病)들지 않는 것, 그리고 여름에는 음영(陰影)을 많이 제공(提供)하고 겨울에는 잎을 빨리 떨쳐 일광(日光)을 막지않는 것… 이어야 하므로 낙엽(落葉)이고 활엽()(광엽(廣葉))인 수목(樹木)이 선택(選擇)된 이유(理由)가 여기에 있었다.
<푸라타나스>가 우리나라에 가로수(街路樹)로서 처음 심어진 것은 27(二十七) 년전(年前)일인데 당시(當時) 일본(日本)서 도입(導入)된 종자(種子)를 시청양묘장(市廳養苗場)에 파종(播種)하여 칠년(七年)된 유목(幼木)을 가로(街路)에 심었으니 그때 심은 나무가 지금 시청(市廳)에서 중앙청(中央廳)으로 향(向)하는 세종로(世宗路) 양(兩)길가의 것이다.
<푸라타나스>를 <방울나무>라고들 하는 것은 잎이 떨어진 뒤에도 <골푸>같은 굳은 열매(구상과(球狀果))가 긴 꼭지 끝에 그대로 대롱 매달려 다음해 여름까지 있는 것이 애교스러워 불려진 것일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日本)말의 령현수(鈴懸樹)를 그대로 직역(直譯)한 것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푸라타나스>라는 발음(發音)도 일본적(日本的) 발음(發音) 그대로의 전습(轉習)처럼 생각되는 것이 많은데 학명(學名)인 라전어(羅甸語)의 <스페ㄹ>이 PLATANUS 라고 되어 있으니 <푸라타누스>든지 <푸라타너스>라는 편이 더 정확(正確)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영어로는 PLANE인데 우리 향명(鄕名)에는 불란서명(佛蘭西名)의 PLATANE 에 나무를 덧붙여서 <푸라탄나무>라고 명명(命名)돼 있다. 그러나 <푸라탄나무>라면 마치 파리(巴里)의 <마로니에>(MARRONNIER)를 <상수리나무>라느니 <도토리나무>라고 고쳐서 부르는것처럼 특유적(特有的)인 정취(情趣)가 없고 생경(生硬)하여 <푸라타나스>! 그대로 부르는 것이 친근감(親近感)이 있게보인다. <푸라타나스>란 <넓은 잎>이라는 희랍어(希臘語)에서 온것이라는데 희랍사상(希臘史上)에는 이 나무가 기원전(紀元前)부터 알려진 유명(有名)한 나무의 하나인 모양이다. 현재(現在) 서울 가로수(街路樹)로서 사용(使用)하는 <푸라타나스>에는 두 종류(種類)가 있는데 중앙아세아원산(中央亞細亞原産)인 동방종(東方種)<푸라타나스·오리엔탈리스>와 북미원산(北美原産)인 서방종(西方種) <푸라타나스·옥시데ㄹ탈리스)이다. 전자(前者)는 우리 <한국식물명향집(韓國植物名鄕集)>에도 수록(收錄)돼있는 것으로 보아 도래이전(渡來以前)부터 한국자생종(韓國自生種)인 모양이다.
일전(日前) 시청(市廳) 도로계직원(道路係職員)에게 동란이후(動亂以後) 가로수(街路樹)의 뻗은가지를 왜 그대로 두느냐고 물었더니 대통령(大統領)께서 그대로 두라는 유시(諭示)가 있어 그렇다는 답변(答辯)이었다. 허기야 나무를 가꾸는 것이 가로수(街路樹)의 건강상(健康上) 좋은것이긴 하지만 당분간(當分間) 뻗은가지를 그대로 두고싶은 것은 현(現) 서울사람들의 공통(共通)된 심리(心理)인 것같다. 정말 서울에서 <푸라타나스>를 제거(除去)한다면 남은것이란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筆者는 朝陽保育大學敎授)
조선 1954년8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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