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세상의 반은 여자라지만, 여성은 오랜 세월 차별과 냉대 속에 존재 자체가 부정될 때가 많았다. 불과 30∼40년 전,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여필종부(女必從夫)라는 말을 듣고 살아야 했다. 지금이라고 많이 다를까. 가족이 모여 즐거운 덕담을 나누어야 할 명절에 ‘시집 언제 갈 거냐’는 소리로 모처럼의 아취(雅趣)를 깨는, 일명 꼰대들이 남녀불문하고 여전히 많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미투(#Me too) 운동은 오랜 세월 억압과 차별을 깨는 균열이자 혁명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역사 이래 남성의 세계였던 지구에서, 여성은 제대로 된 대접은 고사하고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삶의 자리를 변화시켰는데, 그들의 삶을 재현한 책이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다. 책 서두의 문제 제기는 신선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선사시대 모형은 늘 남자는 사냥, 여자는 음식 만들기다. 저자들은 음식 만들기를 발전시켜 ‘여자는 수다’라고 명명한다. 역사 인물을 봐도 그렇다. 남자는 전쟁 영웅이지만 정작 영웅을 낳은 어머니는 조명되지 않는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고정된 무엇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언제 어디서나 살았고 행동했다. 비잔틴제국의 황후 데오도라가 대표적이다.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대제’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치적을 쌓았지만, 황후 테오도라는 기껏 “경기장 무희에서 황후로 신분 상승한 신데렐라”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테오도라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반란군의 위세에 눌려 콘스탄티노플을 버리려 할 때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을 주장했다. 데오도라는 어려운 처지의 여성들을 위한 법 제정에도 관여할 정도로 뛰어난 정치인이었다.
못난 남성들이 여성의 공을 가로챈 적도 있다. 초기 기독교 시절, 여사도 니노는 이베리아 왕국에 기독교를 전파했고,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맞았다. 그러나 니노가 세상을 떠나자 신학자들은 실은 니노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고 주장했다. 자기 나라의 위대한 성인이 여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계몽주의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당연히 인간으로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등이 먼저 떠오를 터. 그러나 이성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여성의 이성은 이성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장 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여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바느질을 하고 요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여성의 호기심은 억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호기심은 이성이 아니었던 것이다. 볼테르는 연인 에밀리 뒤 샤틀레에 대해 “그녀는 여성이라는 유일한 결점을 가진 위대한 남성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저 볼테르의 연인 정도로만 알려진 에밀리 뒤 샤틀레는 그러나 훗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영향을 줄 정도로 당대 위대한 과학자였다. 어쩌면 볼테르는 에밀리의 재능이 부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남성 중심으로 읽어 내면 반쪽일 수밖에 없는 역사. 여전히 우리 사회는 여성을 잘 알지 못한다. 「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와 함께 여성의 진면목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