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하이요 아라아라욥. 찌렁 찌렁 찌렁 찌렁 인력거가 나간다.” 「모던기생점고」(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김해송 노래, 1938년)는 이렇게 시작한다. 인력거에는 ‘기생 아씨’가 타고 있다. 판소리 ‘춘향가’에 「기생점고」가 있다. 점고(點考)란 요즘말로 출석 체크, 곧 ‘출첵’이다. 예전 사람이 왔음을 헤아릴 때, 명부에 일일이 점을 찍으면서 인원을 파악했기 때문에 점고(點考)라 했다. 변학도가 부임해서 처음한 일은 ‘기생점고’였다. 여러 다른 모습을 한 기생을 노래한다.
만요 「모던기생점고」는 ‘기생 아씨 관상 보아라’고 반복하면서, 당시 기생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명월관’으로 가는 1절은, ‘뾰죽뽀죽 오뚝이 기생, 재수 없는 병아리 기생, 소다 먹은 덴뿌라 기생’이다. ‘식도원’으로 가는 2절은 ‘하야멀쑥 야사이기생, 열다섯짜 다꾸앙기생, 동서남북 시가꾸 기생’이다. 야사이(野菜, 채소), 다꾸앙(澤庵, 단무지) 시가꾸(四角, 네모꼴)를 등장시키면서, ‘일본화’된 기생을 비아냥한다. ‘남산장’으로 가는 3절은 ‘조선적’이다. “꼬불꼬불 아리랑기생, 날아갈 듯 비행기기생, 하늘하늘 봄버들기생”으로 조선의 느낌을 간직했으나, 이런 기생은 점차 나이가 들고 줄어들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일제강점기의 기생들은 모두 이러했을까? 만요의 코믹과 과장에 분노할 기생도 많으리라. 당시 자의식이 강한 기생들은 가난한 이웃에게 눈을 돌리는데도 앞장섰다.
1925년 10월7일, 당시 판소리 국창(國唱) 이동백을 비롯해서, 경성의 기생들이 ‘조선고악대회(朝鮮古樂大會)’를 열었다. 공연의 목적은 인력거꾼, 곧 차부(車夫)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대동학원(大東學院)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의 신문을 옮기면 이렇다. “인력거부들의 경영으로 그들의 자녀를 교육하는 시내 수송동(壽松洞) 대동학원(大東學院)은 창립된 뒤로 학생은 점점 늘고 교사(校舍)와 그 외의 여러 가지 경비에 곤란이 막심함으로 그 학원유지회 주최로 조선고악(朝鮮古樂)에 이름이 있는 리동백(李東伯)과 기생 여러 명이 보수도 받지 않고 출연하게 되어 금칠일 오후 일곱시부터 시내 장곡천정공회당(長谷川町公會堂) 안에서 조선고악대회를 연다는데 재미있는 승무(僧舞)와 가야금병창과 합창 독창 등 볼만한 것이 많다하며 입장료금은 일등에 일원 이등에 오십전 삼등에 삼십전씩이라더라.” (1925.10.07. 동아일보)
기생들의 선행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서선(황해도와 평안도)의 수재민을 돕기 위해서, 1923년 8월26일부터 사흘간 단성사에서 “서선수해구제자선연주회(西鮮水害救濟慈善演奏會)”를 열렸다. 경성의 권번기생들이 모두 모여서 열었고, 이들의 공연을 “각각 자기의 묘기를 나타낼 터임으로 매우 재미있을 모양이라더라”고 신문에서 기록을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기생 관련 아름다운 기사는 수없이 많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용동권번은 애관, 대구달성권번은 만경관 등 지방의 기생들도 지역의 최고 공연장에서 이웃돕기공연을 했다. 인간문화재(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은 분들 중에도 상당수가 권번출신이다. 남북이 기생과 권번을 보다 더 정확하고 당당하게 얘기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