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2월28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첼리스트 황소진이 독주회를 가졌다. 여성으로서는 보기드물게 서구인들 못지않은 당당한 몸매를 지니고 있어 마치 첼로라는 악기를 아이를 품에 안은 듯한 모습으로 어루만져가며 다루는 솜씨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접하는 그의 기량과 해석은 깊이가 있고 감성적으로 절제와 응집력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무반주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알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과 흡사하다 하는데 연주자에게는 힘겨운 도전인데도 불구하고 잘 극복하였다.
첫 번째 들려준 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이다. 20세기 중반에 첼로의 신이라고 일컫는 파브로 카잘스가 바흐의 전 작품을 음반화 한 뒤 세상의 모든 첼리스트들은 이 무반주 첼로조곡을 성서화했으며 이 작품을 새로이 해석하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황소진의 바흐의 해석은 그의 잘 성숙된 기교를 바탕으로 바흐 음악의 정곡에 접근하는데 큰 업적을 이룬 해석이었다. 감성이 깊고 구절감을 매우 듣기에 편하게 조절하는 기량도 가지고 있어 바흐 연구의 학구적인 면도 돋보였다.
악기의 소리를 표출하는데도 매우 충실하였다. 이번 연주회의 재미있는 구성중 하나가 바로 롯시니의 「첼로와 더블베이스를 위한 2중주」였다. 롯시니는 베토벤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이태리 작곡가이다. 베토벤보다 20년 가까이 늦게 태어나고 사십년 더 살았지만 베토벤이 살아있을 때 롯시니를 매우 두려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의 작품은 기교적으로 어렵고 위풍이 당당하다. 그런 작품을 매우 능숙한 기교와 힘있고 절도있게 강재환과 함께 연주했다. 이번 우리나라에서 초연이고 아마도 기타와의 협연으로는 세계에서도 초연인 「아르페르트니 첼로와 기타를 위한 프레트레」는 원곡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었다. 피아노 파트를 이번에 기타를 함께 연주한 정 욱이 편곡하였다. 작곡가는 발틱삼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 사람이다. 1935년 한때 소련연방에 속했다가 공산권의 몰락이후 독립하였다. 러시아 정교 음악의 깊은 전통 속에서 새로운 나라의 음악을 이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그 나라의 음악을 접하는 것도 새로운 세계를 여는 귀중한 작업이다. 이런 시도를 행한 첼리스트 황소진과 정 욱의 시도는 매우 호감있게 받아들여졌다. 연주도 큰 효과와 반향을 일으켰다본다. 마지막 가스파르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독주곡은 첼리스트로서 품격과 기교 음악성에 있어 그의 깊이를 느끼게 했다.
작년 말 바이올리니스트 유효정과 2중주를 했을 때도 그랬지만 황소진은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첼로 연주자이다. 이런 첼리스트가 있는 우리 음악계가 매우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