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한국무용계(韓國舞踊界)는 지난 815 경축공연(慶祝公演)을 한계(限界)로 현대무용(現代舞踊)과 발레에가 극(極)히 유망적(有望的)인 장래(將來)를 보여주었거니와 그때까지도 그저 불리(不利)한 입장(立場)에 있는 정도(程度)로만 생각한 민속무용(民俗舞踊)이 일대위기(一大危機)에 놓여있었음을 알게됐을 때 「민족고전무용(民族古典舞踊)」의 높이까지 있어야할 민속무용(民俗舞踊)의 본질면(本質面)에서 심각(深刻)하여지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過去) 민속무용(民俗舞踊)이 근대사조(近代思潮)에 가담(加擔)하여 오늘의 현대무용(現代舞踊)기(期)에 이르기까지 그 무용(舞踊)자체(自體)는 하등(何等)의 발전(發展)과정(過程)을 밟아보지 못했지만 시대(時代)의 동위치성(同位置性)에서 자동적(自動的)으로 예술(藝術)무용(舞踊)의 영역(領域)에서 논의(論議)돼 왔으며 또 그처럼 행세(行勢)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민속무용가(民俗舞踊家)들의 타성(惰性)은 고대민속조(古代民俗調)로 하여금 예술적(藝術的)인 승화(昇華)로서 앞에 말한바 민족고전무(民族古典舞)의 높이까지 이끌수 있을까하는 기대(期待)마저 상실(喪失)케한 것은 민속조(民俗調)가 아직도 신무용기적(新舞踊期的)인 혼미(昏迷)에서 벗어나지도 못한채 그대로 상품적(商品的)인 것으로 고질화(固疾化)시켜버렸기때문이였다. 다시말하면 이질적(異質的)인 수법(手法)에서 일종(一種)신파조(新派調)의 「바라이데」로서 화장(化粧)변모(變貌)한데 그 원인(原因)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反面) 정통전승보법(正統傳承步法) 운위(云謂)하여 자못 효자동무녀(孝子洞巫女)굿이 고전(古典)이 돼야할 환고파(還古派)에서는 민속무용(民俗舞踊)의 움지김 하나하나가 큰 동양(東洋)철리(哲理)의 교사(敎唆)이어야만 하듯한 주장(主張)이기도 하나 사실(事實) 무대예술(舞臺藝術)에 있어서 실제(實際)형상화(形象化)되고 표현(表現)되는 것 이외(以外) 그 뒤에 숨은 더 이상(以上)의 것을 강요(强要)할 것이 못된다는 것은 관중(觀衆)의 감상(鑑賞)제한성(制限性)에 있어서 예술적(藝術的)설명(說明)이외 더 이상(以上)의 것을 받아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두 종류(種類)의 무용(舞踊)이 구별(區別)되어 취급(取扱)된 것을 그 지향성(志向性)에서 였는데 이제는 그 아무것에도 기대(期待)못가지고 주저앉아버리고 만 것이 민속무용(民俗舞踊)에 대(對)한 절망(絶望)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예기(豫期)치않았던 한국무용사( 韓國舞踊史)의 여명기(黎明期)를 마지하게된 김백봉(金白峰)무용(舞踊)발표회(發表會)가 있었다. 이번 무용(舞踊)은 지금까지의 무용(舞踊)과는 전(全)혀 무교섭(無交涉)하게 언젠가 벌써 현대무(現代舞)가 찾이한 위치(位置)에 있은 것이다. 즉 고전조(古典調)의 새로운 해석(解釋)과 기법(技法)의 응용(應用)으로 민속무용(民俗舞踊)의 근본(根本)문제(問題)를 파고들어 현대적(現代的)인 표현(表現)으로 과거(過去)의 나열(羅列)기교(技巧)를 배격(排擊)한 것이 그 특색(特色)이라 할 것이다. 사실(事實) 우리는 고전조(古典調)로서 이처럼 안심(安心)되고 감격(感激)한 무용(舞踊)무대(舞臺)를 접(接)한 것은 처음이었다. 정확(正確)한 연기(演技)계산(計算)에서 자칫하면 「템포」있는 현대(現代)생리(生理)에 지각(遲刻)하기 쉬운 고전조(古典調)를 품(品)을 잃지않으면서 활달자재(闊達自在)롭게 보여준 것은 원숙(圓熟)한 기교(技巧)와 지성(知性)의 힘일 것이다. 특(特)히 발레-의 수법(手法)(꼴드·발레의 효과()을 등장(登場)시켜 활기(活氣)있는 대열(隊列)변형(變形)의 기하학적(幾何學的)인 「유니존」의 효과()를 꾀한 것 그리고 군무(群舞)의 대위법(對位法)으로 평면적(平面的) 고전조(古典調)를 입체화(立體化)할려는 시도(試圖)등(等) 좋은 시범(示範)이라 할 것이다.
다만 군무(群舞)에서의 다양성(多樣性)인 입체감(立體感)은 의상(衣裳)의 단순화(單純化)가 필수조건(必須條件)이었는데 (작품(作品)·즉흥무(卽興舞))너무 번잡하였고 무용미(舞踊美)란 발산적(發散的)인 아름다움보다 유기적(有機的)흐름의 총체(總體)합산(合算)이란 면(面)에서 덩어리 즉(卽) 체적(體積)의 크기가 절대(絶對)문제(問題)가 된다는 것인데 어린소녀(少女)를 주역(主役)으로 일시키는 따위(作品·무궁화)는 좋은 방법(方法)이 아니었다.
역시(亦是) 역학적(力學的)인 현대미(現代美)가 느린템포에서 얻을 수 없다는 것(作品·사슬을끊고)과 미(未)성장(成長)의 몸의 비례(比例)에서 고전(古典)을 찾을 수 없다는 것(作品·고전형식(古典形式)을 알아야할 것은 초보적(初步的)인 문제(問題)가 아닐까한다.

- 東亞日報 1954년 12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