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지난 3일과 4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명무전(名舞展)―정설(定設)은 없어도 ‘명무(名舞)’라면 ‘명창(名唱)’ 그것처럼 고형(古型)의 것, 그런 명인(名人) 풍속을 생각게 하는 것이지만 이번 서울시립무용단이 기획한 한국(韓國)명무전(名舞展)은 지금의 신무용(新舞踊)까지를 폭넓게 잡은 기획이었다.
현역의 연로무용가는 거의 망라되는 희소가치가 낮은 것이었으나 지난 시대를 대표한 춤의 인물과 작품을 다시 보는 회고전의 뜻으로나, 오늘까지를 정리해보는 학구적인 태도의 공연으로서도 다시는 보기 힘든 그런 구경거리였다.
어떻든 지난 춤을 ‘명무(名舞)’로 높이고 싶은 기획자의 의도는 출연자 9명(김천흥金天興, 한영숙韓英淑, 정인방鄭寅芳, 박금슬朴琴瑟, 최현崔賢, 이매방李梅芳, 강선영姜善泳, 김진걸, 김문숙金文淑)의 예도(藝道)반생을 하나하나 평전(評傳)한 1백50여 페이지의 방대한 책자 프로그램까지 마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와병 중인 김천흥 옹이나 한영숙 여사, 골절(骨折)수술을 했던 박금슬 여사가 출연한 것은 흐뭇했고 차라리 무대 위에 지쳐 넘어졌어도 괜찮았을 그런 관객석의 분위기이기도 했다. 여기에 공연준비로 낙상한 기획자 문일지(文一枝) 씨가 지팡이를 짚고 커튼콜에 불려나오는 장면 같은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주로 혼자 춤만으로 되는 명무전(名舞展)으로는 무대가 너무 커서 감상분위기를 만들지 못했고 스모크 효과 등은 그래도 고담(古淡)한 모습을 보고픈 관객에게 저항을 주기도 했다.
또 한영숙의 『승무』와 김문숙의 『가사호접』은 같은 인상의 승무 그것인데 서로 틀리는 점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관객에게는 단순히 하나는 양악(洋樂)이고 하나는 민속악(民俗樂)에 맞추어 주는 같은 춤으로밖에 인식 안 됐을 것이다.
사이사이에 있은 시립무용단 자체의 신작(新作) 『멀리 있는 무덤』 『종이인간』 등은 구성이나 춤의 새 스타일로 해서 신선했다. 그러나 귀를 찢는 큰 음향의 찬송가합창이나 격조(激調)의 낭송시 때문에 그 성과는 반감되었다. 어떻든 예배당행사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쟎을까 생각해본다.

- 동아일보 1982년 6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