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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살롱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승객 대부분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체 무얼 보고 있을까? 각자 취향이 다르겠지만 웹툰이나 웹소설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약 3년 전부터 ‘스낵컬처’란 용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스낵컬처란 모바일 기기의 활성화로 인해 스낵을 먹듯 짧은 시간에 즐기는 문화 트렌드를 뜻한다. 이 스낵컬처에 가장 적합한 소재가 바로 웹툰, 웹소설이다. 웹툰, 웹소설은 한 편(회)을 소비하는 시간이 30~60초에 불과하다. 공간 제약 없이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혹은 좌우로 휙휙 넘기면 그만이다. 진지한 작품을 즐기는 독자는 ‘어떻게 30~60초 사이에 한 편을 다 읽을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스낵컬처를 겨냥해 제작된 웹툰, 웹소설은 ‘가벼운 시간 때우기’라는 애초의 목적에 알맞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재와 구성을 갖는다. 진지하거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작품은 스낵컬처를 추구하는 상업적 플랫폼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
혹자는 ‘후루룩 냉수 마시듯 읽을 수 있을 정도라면 여러 모로 구성상 엉성한 부분이 많을 것’이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맞다. 스낵컬처는 굳이 작품성을 따지지 않는다. 작품의 개연성도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란 태도다. 대한민국 20대 여자가 살해당한 후 눈을 떠보니 어느 왕의 딸로 태어났다는 식의 ‘뜬금포’ 설정이 더 인기다. 독자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묻지 않는다. 왕의 딸로 태어난 후의 이야기만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스낵컬처에선 캐릭터가 매우 중요하다. 캐릭터 하나만 잘 잡으면 얼마든지 판타지적인 구성으로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각 업체가 웹툰 혹은 웹소설 중 하나를 전문으로 표방하며 제작이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대체로 스낵컬처에 호의적인 부류라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웹툰과 웹소설의 병행이 확산됐다.
이 지점에서 스낵컬처를 웃기고 울린 악마의 디테일이 숨어있었음이 밝혀졌다. 웹툰 전문 플랫폼인 T사와 L사는 웹툰의 성공을 바탕으로 호기롭게 웹소설 사업을 확장했다. 웹소설 작품들을 모았으며, 자사의 웹툰을 웹소설로 제작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웹툰 독자들이 웹소설로 따라 넘어가지 않았다.
반대로 웹소설 제작사들은 인기가 검증된 웹소설에다 만화가를 붙여 동명의 웹툰으로 선보였다. 웹소설 독자들은 자신이 즐기던 웹소설을 그림 연출로 보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황제의 외동딸」,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이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각색해 재미를 본 대표적 사례다.
스낵컬처에서 악마의 디테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웹소설에서 웹툰으로 나가는 것은 순방향, 웹툰에서 웹소설로 나가는 것은 역방향이다. 웹소설 독자는 같은 콘텐츠를 웹툰으로 더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반면 웹툰 독자는 같은 콘텐츠를 웹소설로 읽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 비주얼에 익숙한 독자에겐 문자가 일종의 장벽인 셈이다. 누군가로선 너무 늦게 안 악마의 디테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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