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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면서 공연예술계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미투(Me Too #)가 화창한 봄날을 뒤덮으며 온 사회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인간사회의 근원적 ‘욕망과 절제’의 외형적 규범 속에 유지해 오던 남녀 성의 대비와 절제가 개방되고 자유로워지는 윤리도덕의 와해현상 속에 ‘참을 수 없음’의 경지로 치달은 현상이 그동안 잠잠했던 ‘참음의 호수’에 풍랑을 일으키며 온 사회를 출렁이고 있다.
이러한 봄에, 나는 공교롭게도 여성과 여성성의 ‘성숙과 각성’을 주제로 한 세 편의 소리극/음악극을 줄이어 보게 되었다.
①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지원하고 예술의전당과 공동주최하여 자유소극장에 올린 신창극시리즈 첫 작품 「소녀가」(2월28일~3월4일)는 새봄의 첫무대를 열며 기대에 찬 관객에게 여러 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판소리를 현대 음악극에 접목, 새롭게 창작하여 서양의 관객과도 마주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이자람(1인5역, 극본,작창, 작곡, 연출)과 배우 이소연이 펼친 무대는 간결한 무대, 대담한 단조로움속에 관객에게 「늑대와 빨강망또의 소녀」(입센) 주인공이 음흉한 늑대의 계략을 물리치고 오히려 건강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성숙과 “자아확립”을 통하여 싱그럽게 피어나는 한 떨기 장미의 당당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② 우연치 않게도 「어머니, 우리 어머니의 봄날」은 채희완(민족미학연구소장) 선생이 극단자갈치, 노리패한두레, 창작탈춤패지기금지가 함께하여 포스트극장(3월9~10일)에 올린 여인의 얘기는 정신대에 끌려가 일생을 ‘감춤‘과 ‘그늘’ 속에 살면서도 ‘굳세고 당당한’ ‘어머니의 깊은 당당함’으로 한일관계의 지렛대로, 여성성의 강인함으로 ‘한의 그늘’ 속에서도 후대에게 삶의 모범을 보여준 여성만이 견디어 온, 인간의 당당함과 깊이를 한민족 특유의 해학과 골개로 풀어가고 있다. 아마도 한일관계를 재조명해보이고 싶은게 제작진 대표 채희완 선생의 의도였으리라 짐작 되지만 관극을 하는 사람에게는 한민족이 겪어 온 여성과 여인의 운명에 조명의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다가왔다. 탈과 탈춤도 많이 발전하여 거칠음이 벗겨졌고 전통과 현대음악의 혼용도 많이 발전하여 안정감을 주었으나 요즈음 젊은 세대에 다가가기에는 한 꺼플 더 벗어던졌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③ 또 하나의 음악극/소리극의형식을 취하며 소녀가 성숙해가는 과정을 연극의 주제로 다룬 공연은 ‘황제와 나이팅게일’(입센)을 근간으로한 「여왕과 나이팅게일」(Phil Porter 작, Tony Graham 연출). 두 영국인이 만들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3월23~25일)에 올리고 극단하땅세와 극단이유가 합작하여 올린 동화극형태의 음악극이다. 나이팅게일이 진실한 소리를 따르며 경제와 산업발전을 핑게로 ‘음모와 모략’으로 뒤덮인 어른의 세계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위치와 의무를 각성하며 지켜나가는 어린 여왕의 ‘성숙과정’을 무대 위에 풀어가고있다. 한국의 음악극임을 조용히 각인시키면서도 부산을 떨지않는 김효숙의 가야금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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