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지금 생존하고 있는 여류 피아니스트 중에서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만큼 추앙을 받는 예술가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지난 3월의 마지막 날 오후5시 경기도의 성남콘서트홀에서 레온스카야의 피아노독주회가 있었다.
대체로 이름난 예술가들은 서울 예술의전당에 왔다가 덤으로 지역에 들리곤 했는데 레온스카야의 경우는 오직 성남 한 곳을 위하여 그의 모습을 보여준 흔치 않은 경우였다.
2004년 처음 문을 연 성남아트센터는 무용을 위시해서 체코필하모니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명연주가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래서 성남아트센터는 그 명성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에 공채로 발탁된 무용가 출신인 박명숙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루어진 이 독주회는 대표로서 자기 전공분야를 챙기지 않고 음악분야를 먼저 열어주어 폭넓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프로그램 책자에 통상적으로 싣는 대표의 인사말을 올리지 않은 것은 참으로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레온스카야는 뭐니 뭐니 해도 러시아 피아노 음악의 전통을 이어받은 거장이다. 모스크바 악파의 큰 맥을 이어가는 연주가 중 한 사람이다. 근대에 이르러서도 러시아는 리프텔, 오보린, 길레레스 등 근대 피아노 음악의 한 산맥을 이루었고, 그중에서 밀슈타인을 사사한 피아니스트가 레온스카야이다. 러시아의 거장들은 모두 남성들인데 레온스카야만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레온스카야는 소비에트연방의 변방인 조지야 출신이다. 조지야는 옛 이름 구르지아로 공산 독재자 스탈린의 고향이다. 그런 까닭으로 엘리자베트는 한때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한편 엘리자베트의 출생지는 흑해 연안의 오데사로 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인 이곳은 야샤 하이펫츠, 밀슈타인, 오이스트라크 등 세기의 바이올린 거장들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1978년 정치적인 망명지로 그가 소녀시절을 보낸 오스트리아 빈으로 자유를 찾아 소련을 탈출했다. 지금도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레온스카야는 여성으로는 드물게 당당한 체구로써 러시아 피아노 음악을 해석하는 데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고 있다. 그는 피아노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깊고도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었다.
한편 여류 피아니스트로서 섬세하고도 부드럽게 오스트리아 음악해석의 격조 높은 세계를 이룩했다. 약소민족 출신의 한도 음악 속에 담겨져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를 연주했다. 천재적인 단명의 작곡가로 노래를 많이 작곡한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은 시를 피아노로 노래한 작품이다. 그래서 배면 깊숙이 파고들어간 인간의 감정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슈베르트 작품의 해석에는 문학적인 감수성과 통찰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이도 또한 극치에 이르렀다. 피아노를 두드리지 않고 밀어서 소리 내는 그의 연주는 심령의 깊은 곳을 파고드는 감동의 극치였다. 소탈하고 겸손한 그의 인품이 피아노를 통해 무르익은 듯싶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