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돈화문나들이」(5월8~25일, 서울돈화문국악당)가 참 반갑다. 국악로 주변을 돌아본 후에, 실제 국악을 듣는 콘서트다. ‘국악의 해’였던 1994년, 국악로(國樂路)로 지정됐다.
이곳은 어떻게 ‘국악의 중심’이었을까?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가 익선동에 자리하면서부터. 「돈화문나들이」는 1930년대의 여러 자료와 작고한 명창명인들이 생전에 들려준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구성에 함께 참여한 필자로서, 여기서 「한겨레음악대사전」(송방송 지음)을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의 노작(勞作)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나, 오류가 적잖다. 지나치기엔 너무 중차대하다. 판소리 5명창 중 ‘송만갑’과 ‘이동백’의 항목에서도 잘못은 발견된다. ‘돈화문나들이’가 가능한 건, 이곳이 ‘송만갑 거리’요, ‘이동백 거리’라서 그렇다. 송만갑은 익선동(益善洞), 이동백은 봉익동(鳳翼洞)에 살았다. ‘73세를 일기로 서울 왕십리에서 사망하였다’는 게, 송만갑 관련한 마지막 문장이다. 이건 어떤 기록을 인용했는가? 어떤 구술에 근거하는가? 신빙성은 있는가? 당시 동아일보(1939.1.3.)에선, ‘당대의 명창 송만갑씨 별세’라는 제목과 함께, 자택인 ‘익선정(益善町) 159’에서 별세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동백’에서도, 오류가 발견된다. 「한겨레음악대사전」이 나오기 이전, 많은 자료에서 이동백은 1950년에 타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예전 누군가 잘못 기록한 것이고, 「한겨레음악대사전」에까지 똑같이 옮겨졌다. 「한겨레음악대사전」은 이래서 안 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틀린 것을 바로잡아야 할 사전이, 검증도 없이 그저 옮겨 온 것들이 많다. 무척 아쉽고, 때론 화난다. 봉익동에 살던 이동백은, 부민관의 은퇴공연과 조선 및 만주의 순회공연을 마치고 말년을 거의 평택에 은거하며 지냈다. 세상을 떠난 날자는 1949년 6월6일로, 국창(國唱)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몇 사람이 쓴 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왜 이런 오류가 곳곳에서 눈에 띨까? 첫째, 자료의 ‘취합’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자료의 ‘검증’에 대해선 무척 소홀하다. 둘째, 음악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너무도 음악관련 자료 중심이다. 예를 들어 ‘투전풀이’라는 노래를 ‘퉁전풀이’라고 한 것을 단순한 오기(誤記)라고 볼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일제강점기 단소연주자로서 방송에 여러 번 출연한 조동석(趙東奭)도, 이 사전에는 ‘趙東錫’으로 표기되어 있다. 과거 명창명인의 이름에서 한자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남성명창 김연수(金演洙)와 여성명창 김연수(金鍊守)는 분명히 다른 입장이다. ‘동초제’의 김연수(金演洙)는 잘 알아도, 송만갑의 제자 김연수(金鍊守)를 잘 몰라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 가지만 예를 더 들겠다. 윤백남(尹白南, 1888~1954)은 일제강점기의 유명인이다. ‘김기산’ 항목에서, “윤백남의 가사(歌詞)를 반주하였다”고 기록했고, 문필가인 윤백남이 마치 성악가(국악인)처럼 보인다. 정가 중 ‘가사’를 부를 줄 아는 사람같다. 내가 알기론, 윤백남은 전통성악을 부르지 못하나 「단종애사」(창작판소리)의 대본은 썼다. 이 사전의 오류는 한국음악사를 왜곡시킬 소지도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