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인쇄
2018년 5월 1일 발행
발행·편집인 / 趙楡顯
등록/1976년 1월 27일·라 2006호
2018년 5월호 통권 507호 |2025년 4월 26일 토요일|
 

미술살롱

 

21세기 최초의 전위예술? 미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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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숙(鄭在淑)(미술기자)

훗날 역사가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지는 모른다. 지금 우리가 알고 느낄 수 있는 사실은 2018년 4월27일이 한반도의 분단 고착 지형을 뒤흔든 변혁의 하루였다는 것뿐이다. 아침 9시28분부터 저녁 9시27분까지 남과 북의 모든 이들이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시간 동안 그 어떤 예술가나 배우보다 더 놀라운 무대를 연출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은 그야말로 극본 없는 한 편의 드라마요 퍼포먼스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월28일자 1면 톱 사진으로 군사분계선(MDL)에서 첫 대면한 뒤 문 대통령을 경계선 너머 북한 땅으로 인도하는 김 위원장의 뒷모습 장면을 골랐다. 이번 회담 중 ‘아하’ 탄성을 지르게 한 여러 순간 중 하나였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국경을 넘도록 권유한 놀라운 순간”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신중하게 연출된 외교적 댄스에 놀라운 또 하나의 스텝이 추가됐다”고 묘사했다. 군사분계선은 정전(停戰) 협정 65년 역사에서 수많은 인물이 눈물을 씻었던 곳이다.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당시 외국어대생 임수경 씨는 선을 넘는 순간 체포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이번에 김 위원장이 차를 타고 오간 바로 그 ‘소떼길’을 낸 1998년, 1001마리 소 떼를 이끌고 이 선을 넘었다. 고향을 찾아가는 83세 실향민의 집념어린 모습을 보면서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라 평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남으로 먼저 내려오고 그 뒤를 좇아 문 대통령이 북으로 넘어갔다 온 이번 군사분계선의 극적 퍼포먼스는 ‘21세기 최초의 전위예술’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에서는 두 주인공의 퍼포먼스 외에도 미술의 역할이 빛났다. 회담장 배경을 장식한 신장식 화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 1층 로비에 걸린 민정기 화가의 「북한산」, 방명록 서명대 벽면을 채운 김준권 목판화가의 「산운」, 두 정상의 환담장에 얘깃거리를 만든 김중만 사진작가의 「천년의 동행, 그 시작」, 3층 연회장 주빈석 뒤를 밝힌 신태수 화가의 「두문진에서 장산곶」 이 생중계 TV 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한국 현대미술을 선보였다. 작가들로서는 개인의 영광이요, 한국 미술로서는 드문 기회였다. 특수한 상황에 걸맞은 풍경화 위주의 제한적인 작품 선정이었다 해도 역사적 순간에 이미지의 힘을 보여줬다.
신장식 화가는 “금강산의 에너지를 받아 한반도에 평화가 자리 잡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민정기 화가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제 작품이 정말 중요한 역사현장에 있었다는 점에 보람 이상의 벅찬 심정”이라고 말했다. 두 화가는 한 목소리로 “앞으로 남북 미술 교류도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올 가을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도 미술의 빛이 환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