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기

* 제이콥스필로우스쿨 주재만 안무 『다이브 앤 언폴드(Dive and Unfold)』 (7월 20일 제이콥스 필로우)
「제이콥스 필로우(Jacob's Pillow)」에 주재만이 안무가로 초대되어 작품 『다이브 앤 언폴드』를 초연해 보여주었다. 「제이콥스 필로우」는 미국 매사추세츠주(Massachusetts State)의 베켓(Becket)이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27만평 규모의 오로지 무용만을 위한 전문공간이다. 1931년 테드 숀(Ted Shawn)에 의해 설립된 이 시설은 무용전문학교와 연습실이 포함된 실내, 외 극장과 심지어 행사참가자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무용과 관련된 방대한 문헌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가히 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실제 2003년에는 미국의 ‘역사 주요 지형물’로 선정되며 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이콥스 필로우」에서는 공연, 강의, 전시회 및 예술가들과의 좌담을 포함해 매년 약 200여 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데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약 8만 명의 방문객이 모인다. 그중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행사가 주재만이 참여한 「제이콥스 필로우 댄스 페스티벌(Jacob's Pillow Dance Festival)」이다. 공연이 열린 ‘인사이드/아웃 야외극장’은 「제이콥스 필로우」의 전형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극장의 무대는 아무런 막힘없이 트여있어 하늘과 구름이 무대의 배경이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막이 존재하지 않아 환상(무대)과 현실(객석)의 경계가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작품 『다이브 앤 언폴드』는 소통하는 인간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소통이 필요한 요즘의 인간관계를 말하고자 했음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작품은 4개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필립 글라스(Philip Glass)가 포함된 네 명 작곡가의 음악으로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첫째 단락은 2인무로 둘의 관계가 주로 이야기되고 두 번째는 군무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여러모로 변화된 인간관계가 표현된다. 이 두 단락에선 컨템포러리 기법이 두드러진 안무법으로 사용된다. 이후 연결되는 단락에서는 3, 4, 7인무로 빠르게 전환되는 소그룹의 형태를, 그리고 마지막에는 동성과 이성을 구분해 보여준다. 세, 네 번째 단락은 발레의 안무기법에 더욱 치중되어 있다. 작품은 몸의 언어로 사람들끼리 생각과 느낌의 교류를 표현해 보여준다. 컨템포러리 발레에 주재만의 색깔을 입혀, 보는 이의 감성을 두드리는 작품이다.
무용공연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감동의 요소를 꼽는다면 무용수가 보여주는 뛰어난 테크닉이나 작품의 완성된 줄거리 전개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재만은 이에 더해 적절히 분배된 동작과 조직적인 동선의 변화로 감동을 끌어낸다. 독특하게 변동되는 흐름으로 전달되는 또 다른 형태의 자극은 신선하다.
전 세계에서 선발된 24명(남자 12명, 여자 12명)의 「제이콥스 필로우 학교」 학생들이 작품에 출연했다. 열정으로 뭉친 24명의 젊은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들의 행복한 순간을 관객들에게 뽐내는 시간이기도 했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와 벌레 소리, 그리고 나뭇가지와 잎들로 만들어진 음영…. 그 속에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상념 없이 온전히 현재에 집중한 채 춤추고 있는 그들은 우주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주재만은 이미 2017년 「제이콥스 필로우 85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되어 그의 신작 『캔버스(Canvas)』를 선보인 바 있다. 2년이 지난 올해 그의 또 다른 신작을 올릴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당시 작품이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이기에 이번 참가가 더욱 뜻깊다. 뉴욕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약하고 있는 주재만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