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그동안 몇 번을 提言欄(제언란)에 글 쓰라는 청을 받았습니다만 생각난 일은 회의 때 한 것 같고 또 그런 공식 석상에서 들은 이야기기 때문에 나만이 할 말이 없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필경 다른 위원들도 그러리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提言」은 高談峻論(고담준론)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신문·잡지의 독자투고와 같이 그저 편집의 구색 맞추는 정도의 것이니까 제언하는 입장이나 받아들이는 입장이나 별로 심각할 필요가 없는 하나 마나 한 소리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번번이 못 쓰겠다면 마치 극장에 협조않는 사람처럼 되어 아무튼 무슨 얘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月刊 國立劇場」(월간 국립극장), 이 신문부터 돈을드려 관객에게 팔 수 있는 이쁜 신문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무용, 오페라, 연극, 교향악 등 한국 제일의 3백 명 가까운 아름다운 배우, 예술가를 가지고 있는 국립극장인데 그 얼굴과 교양, 그런 자원이면 한 달에 한 번 아니고 두세 번 만들어도 자료는 무궁무진하여 잘 되리라 생각하여서입니다. 더구나 시민에게는 이런 예술가들의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당장 극장 수입 면에 지장이 있으니까 설령 국립극장의 본령은 아니라 하더라도 좋은 신문을 만들면 一石二鳥(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돈 문제가 따릅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신문의 경우도 돈 받는 광고를 많이 취급하더군요. 그런데 국립극장이니까 안 된다는 것은 없겠죠. 내 생각 같아선 국립극장 신문이 광고를 취급한다면 주변 산업들이 충분히 흥미를 가지고 찾아들 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이야기보다 대한민국 유일의 예술전당인 국립극장에서 순수한 예술뉴스를 만든다는데 누가 뭐랄 것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만들지 않고 있는 현재가 이상하고 태만한 것처럼 보인다 그 말입니다.
매수가 남았습니다. 하나 더.

극장으로 올라가는 지름길 만드는 문제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극장의 위치가 멀다는 그것은 할 수 없었던 문제. 요는 극장으로 들어가는 그 주변 상황, 말하자면 높은 축대 밑 오르막길을 돌게 된 것. 그리고 구경이 끝나 컴컴한 내리막길을 자가용 없이 내려올 때의 이상한 패배감 같은 것을 맛보게 하는 사실 등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일반 버스도 있기는 합니다만 어두운 밤 나리막으로 달려오는 차속을 뚫고 길을 건너야 한다는 절차, 꽉꽉 차는 만원 상태, 앞에서 말했듯 예술을 접한 고급한 관객들에게 주는 이런 불합리한 현실감은 적어도 시급히 생각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지름길이 있으면 그래도 이런 감정에 安全瓣(안전판) 역할이 될 것으로 보는 데 하는 생각입니다만 역시 돈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겠지요.
趙東華(운영위원)

- 월간 국립극장 1979년 3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