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이번 中東과 南美로 떠날 民俗舞踊團 試演會(시연회)가 國立劇場에서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10여 차례 民俗舞踊團 海外派遺(해외파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역시 그런 성과를 전제로 8월 초순부터 1백26일간 24개국 73회 공연 예정으로 총 28명(인솔 및 스탭 5명, 단원 23명)이 떠난다. 파견되는 인원수는 과거에 비해 절반. 그만치 자신이 있어서 꼭 많은 수라야만 한다는 생각은 수정이 된 모양이다. 그렇지만 試演會를 본 인상은― 매번 같은 감정이고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그리 신통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 이 정도를 가지고 한국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까?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지난번 유럽 興行(흥행)에서 크게 黑字(흑자)를 낸 것을 보면 솔직히 말해서 실망도 하고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번 興行도 당사국들이 들으면 좀 불쾌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나 南美나 中東 수준이면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아 용서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춤에 대해서 국내 인사의 이야기보다 외국에서의 이런 인기와 평을 오히려 더 값진 것처럼 생각하는 풍조는 별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近代舞踊 초기, 최승희가 일본인 눈에 맞는 우리 춤을 몰고 간 나머지 경박한 관광쇼를 만든 역사를 돌이켜 생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춤의 善惡(선악)은 우리가 정하는 것이지 異人(이인)들의 기호에 맡길 것은 못 된다. 그런 뜻에서 국내의 惡評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 다른 사람 눈에는 인기 있는 이 ‘놀아난 子息(자식)’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런대로 품위를 갖췄으면 하는 마음이다. 역시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衣裳(의상)이 너무 화사하여 藝術이 깃들 곳이 없을 것 같은 인상이고 제발 웃지 말았으면 한다. 경쾌한 것은 좋으나 너무 쉽게 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신을 부르는 무당도 웃을 정도로 연방 웃음을 흘리고 다니니 천해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농악의 상모 돌리는 무용수의 심각한 표정은 진지함이 있어 좋았다.
사실 그에게 웃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난번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 공연에서 인도의 라비샹카르 시타르 연주 때 느낀 일이지만 그 奏者(주자)는 인도 유일의 사람(?)이어서 필경 훌륭한 연주였을 것이다. 그래서 신나는 대목에서 그는 히쭉히쭉 웃었다― 물론 인도 악기연주에는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인지는 모르나― 한국 청중의 입장에서는 예술이라기보다 경박한 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웃을 작품과 웃지 않을 작품의 구별을 엄격히 해야겠다. 그리고 장구춤이나 북춤 같이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모두 같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메고 달고 하는 춤은 암만해도 천한 생각만 든다. 이런 것은 오히려 한 사람이 하는 것이 樂器(악기) 소리의 高低(고저)와 音色(음색)도 들려줄 수 있어 훨씬 효과적일 것 같은 생각도 해본다.
또 작품마다 손에 들고나오는 小道具(소도구)들이 너무 많았다. 대개 작품이 한삼으로 손을 가린 것인데 수건, 부채, 북채 등등을 들고나와 정작 자랑스런 우리 맨손의 춤이 없었다. 살풀이 같은 것은 수건춤이라고 할 정도로 수건과 연결되는 관습이지만 전체 프로그램의 조화를 위해 여기서는 꼭 수건을 들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 그런지 요즘 살풀이 수건이 중국 수건처럼 자꾸만 길어져서 마치 춤추는 사람이 지팡이를 짚은 것처럼 땅에 줄줄 끌려 정작 옛날의 아담한 춤 분위기와 춤추는 사람의 날씬하고 호젓한 그런 詩情은 없어지고 말았다.
어떻든 춤으로 立身(입신)하려는 자에게 있어서 민속무용단원이라는 사실은 좋은 수련 기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남의 춤을 대함으로써 새삼 우리 춤의 장단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壯途(장도)에 큰 성공이 있기를 빈다. 趙東華(조동화)

- 신동아 1978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