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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스크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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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야기 - 이목구비야 똑바로 박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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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거울 앞에서 수염을 어루만지면서 혼자 말하였다.
“바른대로 말이지, 검은 털 무늬 때문에 망쳤지만 이목구비(耳目口鼻)야 똑바로 박혔지 뭐야!”
그러니까 까치가 배꼽을 쥐면서 말하였다.
“아저씨는 자기 값이 어디가 나가는 줄도 모르셔. 바로 그 검은 줄무늬가 값 아녀요. 만일 그것이 없었던들 우피(牛皮)나 호피(虎皮)나 다를 것이 없잖아요?”
호랑이가 거울 앞에서 일부러 눈을 흘기며 무서운 표정을 짓자 까치가 비웃으며 말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저씨는 고약한 얼굴이라고 소문났는데 일부러 그런 표정까지 해볼 필요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호랑이, 멋쩍은 얼굴로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좌우간 나도 내 얼굴이 얼마나 무서운가 보아야 하지 않겠니? 그런데 원, 다들 내 얼굴이 어째서 무섭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종일 털을 핥고 있는 호랑이를 보다 못한 여우가 한마디 했다.
“왕호랑이도 별수 없군요. 혓바닥 하나에 침 발라서 호피 한 장을 꼬리까지 핥고 있으니… 자기나 우리나…”
그러자, 호랑이 침을 탁 뱉으면서 화난 소리로 말했다.
“야! 호피라고 다 호피냐? 내 호피(虎皮)하고 네 호피(狐皮)가 그래 어째 같다는 거냐!”
늙은 호랑이가 털을 핥으면서 곁에 있는 여우에게 말하였다.
“이런 일이야 너희들이 해줄 수도 있잖겠니? 평생을 눈치 없는 것들 하고만 살자니까 힘들구나, 힘들어.”
그러니까 여우가 볼멘소리로 말하였다.
“하기야 아저씨 말은 옳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털 핥아 드릴 수 있게 아저씨가 우리를 가만히 놓아둘 수 있겠는가가 문제죠.”
- 샘터 197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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