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살롱

막 장마가 끝나고 올 여름의 무더위가 불쾌지수를 끌어올리던 지난 달 말 중국의 칭화대 연구팀이 인공지능 (AI) 기능이 들어있는 신개념 자율주행자전거를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유튜브에도 이 자전거의 시험 주행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이 올라있는데, 이 자전거는 달리다 장애물이 있으면 알아서 피해 가고 운전자의 간단한 명령을 알아듣고 방향을 잡고 속도를 유지한다.
이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시각장애인들이다. 이 자율주행자전거가 보급이 된다면 이들 시각장애인의 교통권에 큰 변화가 오겠다. 시각장애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이 혼자서 나들이를 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도심을 떠나 시 외곽이나 오지에 사는 시각장애인은 다른 곳으로의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처지이다.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진 도심에서조차 혼자서 집을 나서기가 힘드니 학교를 가기도 힘들어 그렇잖아도 따라가기 힘든 학업을 포기해야 하고, 그에 따라 돈벌이가 되는 제대로 된 직업을 찾기가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 자율주행자전거가 끊어 주리라 기대가 크다.지난 몇 해 동안 우리에게 익숙해진 자율주행자동차처럼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전거에 오르면 자전거가 알아서 장애물도 피해가고 운전자의 말에 따라 천천히도 가고 서기도 하니 이들에게 지치지 않는 발을 달아 주는 거다.
어디 이들 뿐이랴. 지체 부자유 장애인들이나 넘어질까 두려워 자전거를 마다해온 많은 이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전국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산바람 강바람을 쐬게 된다고 생각하면 잔거질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다.
여태까지라고 시각장애인이나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이들이 잔거질의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건 아니다. 흔히들 연인들끼리 타는 자전거라 여기는 2인용 자전거 ‘탠덤’을 본 적은 없어도 들어는 보았으리라. 보기엔 둔하게 생겨 빠르게 달릴 수 없고 그저 한가하게 즐기는 자전거로 보았겠지만 제대로 만든 탠덤에 제대로 된 잔거꾼 둘이 타고 달리면 혼자서 타는 자전거가 따라올 수 없이 빠르다. 두 사람이 힘을 내어 페달을 밟는데 공기의 저항은 한 사람 몫이라 할 수 있으니 그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거다. 이 탠덤을 이용한 시각장애인 자전거 경주는 1988년 서울패럴림픽에서 처음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패럴림픽의 주종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에 탄 파일럿이 뒷자리의 시각장애인과 달리며 앞에 울퉁불퉁한 길이 나온다, 오르막이 나오니 힘 좀 더 내자, 긴 내리막이 이어지니 페달을 천천히 밟아라, 우회전 할 거다, 좌회전 할 거다, 조금 더 가다가 브레이크 잡으며 멈출 거다 하고 설명하며 교감하면 시각장애인도 잔거질의 즐거움을 맛보며 몸도 단련할 수 있었다. 이 즐거움만도 어디 견줄 바가 없었겠지만 어디까지나 앞자리에 탄 파일럿을 통한 간접 경험이었다.
내 자전거를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이리저리 타고 다니며 볼일을 보고 바람을 쐬는 직접 경험이 이제 곧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세상이 열리려나 보다. 시각장애인들도 잔거타고 서울도 가고, 부산도 가고 한계령 고개 길도 스스로 넘는 그런 세상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