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살롱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위대한 고전들이다. 어떤 작가는 그를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그의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할 정도다. 「햄릿」 「맥베스」 「오셀로」와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 브리튼의 왕 리어는 나라에서 가장 존귀한 자였고, 아름다운 세 딸과 충직한 신하들이 있었다. 리어는 왕국을 세 딸에게 나누어준 후, 딸들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작정이었다. 리어는 땅을 나눠주기 전 세 딸에게 “나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고 묻는다. 첫째와 둘째는 영토를 조금밖에 받지 못할까 두려워 입에 발린 사랑 타령을 나열한다. 온갖 가식과 아양으로 아버지의 환심을 사려고만 한다.
리어는 셋째 딸을 가장 아꼈다. 첫째와 둘째가 사랑을 담은 말들도 흡족했지만, 셋째에게 더 아름다운 사랑 고백을 듣고 싶었다. 리어가 셋째에게 묻는다. “언니들 것보다 더 비옥한 삼분의 일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말은?” 코딜리어는 수많은 고민 끝에 이렇게 말한다. “없습니다, 전하. 전 전하를 도리에 따라서 사랑하고 있을 뿐, 더도 덜도 아닙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리어가 다시 다그치자 코딜리어는 덧붙인다. “아버님은 저를 낳아 기르시고 사랑해주셨기에 전 그에 합당한 의무로 보답고자 복종하고 사랑하며 가장 존경합니다.”
리어는 코딜리어에게 나눠줄 땅을 거둬들여 고너릴과 리건에게 나눠준다. 코딜리어는 쫓겨가듯 프랑스 왕과 결혼하면서 왕의 유산을 받지 못한다. 리어는 이 모든 일을 말리는 충직한 신하마저 쫓아낸다. 브리튼에서 가장 존귀한 자였던, 그래서 사랑과 충성을 한 몸에 받았던 리어는, 온전한 사랑과 충성을 순식간에 상실해버린다. 두 딸에게 땅을 나눠준 리어는 첫째와 둘째의 영지에서 한 달씩 머물며 여생을 보내기로 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졌다. 두 딸이 처음부터 싫은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자신들에게 영토의 절반을 나눠줬으니 지극정성으로 공양했다. 하지만 즐거운 일도 여러 번이면 지겹지 않은가. 늙은 아버지가 자신들의 영역을 한 달씩 침범하는 것이 힘겨워진 것이다. 결국 리어는 모든 권위를 빼앗긴 채 폭풍우 속으로 내쫓긴다.
코딜리어는 이 소식을 듣고 프랑스 군대와 함께 브리튼에 상륙하지만, 전투에서 패해 아버지와 함께 포로가 된다. 두 사람은 교수형의 위기에 처하지만, 그 옛날 충직한 신하였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리어만은 목숨을 구한다. 마지막 순간에 코딜리어의 시신을 끌어안고 절규하는 리어, 그마저 삶의 끈을 놓는다.
「리어왕」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웅장한 이야기 속에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말의 화려함이 앞서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행동을 믿기보다는 기름진 말을 더 신뢰하는 것도 여전하다. 하지만 화려한 말은 그만큼 빨리 시든다는 것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잠시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경향마저 보인다. 해석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해석을 찾으려면 먼저 「리어왕」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이 「리어왕」을 읽기 제일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