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 댄스앤컬쳐위즈덤 『만나다:encounter』(8월2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박지혜 안무, 댄스앤컬쳐위즈덤의 『만나다:encounter』는 국립국악원 「2019 금요공감」 공모작이다. 「금요공감」은 국악을 중심으로 타장르와 협업을 통해 동시대 한국전통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무대이다. 2019년 8월 금요공감 공모작의 전체적 경향을 보면 전통예술과 다양한 장르의 협업, 특히 서양음악과 융합을 통한 새로운 감각의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만나다:encounter』도 제목처럼 전통춤 그리고 서양음악과 한국음악의 융합 속에서 한국창작춤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려 한다.
안무를 맡은 박지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출신으로 경기도립무용단에서 주역무용수로 활약하는 재원이다. 그를 가로지르는 두 가지 키워드에서 연상되듯 전통에 바탕을 둔 토대의 탄탄함은 이 작품의 기대지평으로 다가서는데 전통을 축으로 하면서도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와 바순이 조율하며 조화와 부조화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 작품은 ‘만나다’라는 큰 제목 아래 『시간의 대화』, 『상춘야흥』, 『도당팔색』, 『달놀이』로 나뉘어 분절되어 있지만 원형과 전형의 조우 속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관객에게 다가서며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시간의 대화』는 맺힘과 풀림의 담론을 무속의 다양한 시각에서 그려낸다. 여기에는 중부살풀이춤이 들머리로 나타나고 여기에 정주와 바라, 지전 등 무속적 오브제가 등장하며 이 작품에서 담고자하는 지향점을 직시적으로 알려준다. 그렇지만 단순한 나열이 아닌 서양 현악기에서 낮게 드리우는 음률과 구음이 궤를 함께 하며 표현의 다양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서서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엑스타시를 이끄는 굿의 긴 서사구조의 소통적 단순인식은 여러 오브제를 통해 맺고 풀고 맺고 풀고를 반복적으로 담담하게 이어가며 관객에게 표현에 집중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구성에 있어서는 역동성을 강조하고자 하지만 카타르시스를 통한 해소라기보다는 일상 속 긍정적 미래에 대한 인식 속에서 잔잔한 맺음을 하며 잔영을 남겨준다.
『상춘야흥』은 한량무와 부채산조의 멋을 살리면서 한 공간 안에서 연행되어 소요유(逍遙遊)의 폭을 확장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여기서는 바순과 대금이 무게 중심으로 흐르면서도 현이 가지는 산뜻한 정조(情操)가 조화를 이루며 전통 창작춤에 대한 새로운 레퍼토리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도당팔색』은 경기도당굿의 터벌림, 올림채 등 여덟 장단에 대한 새로운 음악적 해석과 그 장단 속에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움직임이 자유롭게 펼쳐진 작품이다. 경기도당굿은 개인굿이 아닌 마을굿이다보니 조금은 거시적인 담론과 표현에서도 담대함이 돋보이는 무속이다. 태평무는 이러한 경기도당굿의 예술적 수용 양상으로 대표적인 경우일 텐데 이 작품에서도 태평무가 가지는 상상적 공동체 의식과 개인의 의지 표현이 강하게 드러나며 앞서 『시간의 대화』와는 또 다른 인식을 주고 있다. 이는 태평무가 가지는 상징적 상상력의 자유 의지와 도당굿 장단이 가지는 표현의 유려함이 조화를 이루어 가능하였다. 여기에 맺힘에 대한 풀림이 아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속 역동적 구조는 이 작품이 가지는 생명력을 강하게 전달한다. 여기에 즉흥성이 강하게 드러난 바라와 장구의 조화는 앞서와 또 다른 풀림이라는 측면에서 관객에게 흥취를 안겨준다.
마지막으로 『달놀이』는 강강술래가 가지는 참여적 카타르시스를 관객과 소통하려 하였다. 기나긴 반복적 행위는 짧지만 정수(精髓)만을 행하면서 전체적인 마무리를 완결성 있게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만나다:encounter』에서는 타자적인 요소와 전통적인 두 가지 매개가 융합되어 새로운 방법론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서 타자적 요소와 전통이 아름답게만 혹은 화학적 융합을 통해 완벽하게만 흐르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두 요소가 가지는 장점이 극명하게 극대화되었고, 전체적인 질감을 높이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이에 반해 창작춤의 동시대적 요소가 두드러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금요공감이라는 무대의 특성상 전통적 요소가 중심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과 안무자의 토대가 전통춤이라는 측면이 원인이었겠지만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안무자가 창작춤으로 나아가는 데 하나의 전환점으로 작용하여야 할 듯 하다. 이는 단점이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임계점에 있는 안무자의 전통에 대한 토대를 해체하여 동시대적 담론을 담아 표출한다면 한국 창작춤의 또 다른 새로운 문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