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살롱

동물원이란 야생동물을 철창에 가둬 놓고 사람들에게 구경시키는 곳만은 아니다. 산업화 이후 인구증가와 공업개발로 지구환경이 크게 훼손되었고 그 결과 고릴라, 호랑이, 북극곰 등 개체 수가 감소하며 결국 멸종으로 치닫는 종이 늘고 있다. 이러한 때 동물원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보전이라는 새로운 과제, 즉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와도 같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자연환경은 사람도 야생동물도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잘 지키고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의무, 이같은 인식을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교육하는 것 또한 동물원의 역할이 되었다. 야생동물의 ‘멸종위기와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교육’을 하는 곳도 동물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2개의 크고 작은 동물원과 7개의 수족관이 있다. 매년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다녀가는 방문객의 수는 250만 명. 어림잡아 매년 1천5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1회 이상은 방문한다.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1년에 동물원을 다녀가는 사람의 수는 약 7억 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동물원이 자연환경의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장소라 볼 수 있다. 세계 유명 동물원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증식하여 개체 수를 늘린 다음 원래의 서식지로 되돌려 보내는 일을 해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몽골 야생마 복원이다. 몽골지역의 야생마가 줄어들어 수년간 관찰이 되지 않아 완전히 멸종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다행히 유럽의 동물원 몇 곳에서 13마리의 말이 생존해 있었다. 이들를 잘 관리하여 증식한 다음 몽골지역에 지속적으로 방사하는 복원프로젝트가 성공하여 멸종을 막게 된 것이다. 코끼리, 코뿔소는 이미 인공수정을 이용한 번식이 성공하여 암컷과 수컷이 자연교미를 하지 않더라도 번식이 가능하다. 코끼리와 같은 대형동물을 장거리 수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실용적인 번식기술이다. 또한 혈통 좋은 수컷의 정자를 장기간 동결 보존하여 후대에도 지속적인 번식이 가능하게 된다. 최근에는 정자, 난자뿐만 아니라 체세포의 보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동물로부터 채취한 정자, 난자, 체세포를 특수한 냉장고에 장기간 보존하는 소위 ‘동결동물원(frozen zoo)’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의 연구이다.
서울대공원도 국제적인 경향에 맞춰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호랑이, 표범, 반달가슴곰, 늑대, 여우 등 원래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오다 멸종에 이른 우리나라 고유의 야생동물 보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원종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의 동물 맞교환을 몇 차례 실시하여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늑대, 호랑이 등 우리나라 고유의 종을 확보하였다. 그중 곰은 두 차례 번식에 성공하여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용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한 동물원에서 증식한 삵 7마리를 야생에 방사 후 적응 여부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민물 거북류의 하나인 남생이를 국내최초로 대량증식에 성공하였으며, 금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의 인공증식 및 복원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