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춤기행

「2018 SCF」를 통해 일본, 이스라엘과 터키로 부터의 초청. 일본은 5월, 8월에는 이스라엘과 터키를 14박 15일에 걸쳐 다녀왔다.
2019년 8월13일 새벽 1시 인천공항. 사실 이 시간에 비행기를 타기는 처음이었고, 이렇게까지 공항의 한산한 풍경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새벽기운을 받아 기대를 안고 모스크바를 거쳐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나 소문처럼 삼엄한 공항의 검문을 뚫고 극장에 도착, 먼저 출발한 김재승팀, 이세준팀, 윤나라팀과 조우했다. 반갑게 인사하며 전우애마저 느낄 수 있었다.
낡은 것과 새것이 공존하며 변모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에 며칠 있다 보니 적응이 되어갔다.
수개월간 열리는 수잔델랄센터의 페스티벌은 예상 이상으로 큰 규모였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워크숍은 물론이고 관객의 관심과 호응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국 컨템포러리의 밤”으로 이루어진 공연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다양한 질문과 감상평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 관객임에도 그들의 질문과 이야기는 대단히 날카롭고 정확했다. 새로운 문화와 움직임, 표현방식이 그들의 호기심을 왕성히 자극한 것 아닐까? 함께해 주신 육완순 선생님의 노고가 컸고, 주최자이며 수잔델랄의 베르디(Yair Vardi) 예술감독의 배려가 고마웠다.
이스라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탔다. 3시간 정도면 될 만큼의 거리지만 이스라엘은 중동, 터키는 유럽권역이다. 이스탄불에서는 “모던 댄스테아터 이스탄불”(MDT)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터키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중 하나인 보드럼(Bodrum)의 발레 페스티벌에도 참석했다.
터키 역시나 날씨가 너무 좋았고, 날씨만큼이나 무용단원들의 환대도 뜨거웠다. 친화력이 대단한 친구들이다. 그러면서도 선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의 워크숍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야외극장 무대에서 이루어졌다. 그리스의 야외극장과는 사뭇 다른 이슬람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하루에 다섯 번씩 온 나라에 울려 퍼지는 기도를 위한 노랫소리 또한 흥미롭다.
나흘간의 일정을 끝내고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가 모처럼 쇼핑과 관광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터키에도 이스라엘처럼 동네에 개나 고양이가 많았다. 특히 아침마다 길에서 같은 녀석을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터키의 현대무용이 궁금했고, 터키의 무용수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들과 워크숍을 진행해보니, 오랫동안 독일무용단에서 활동했던 나로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댄서로서의 역량이나 마인드는 여느 유럽의 무용단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오히려 그들의 무용에 대한 열정과 컴퍼니에 대한 애정은 아주 뜨겁고 확고했다. 많은 단원이 무용단 활동 이외에도 다른 프로젝트를 하며 경제적 부분을 보충하고 있는데 이는 현 터키의 경제사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다소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자신들이 매우 큰 행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긍정적 사고는 나에게 깊은 감명은 주었다.
너무나 행복한 기억이었다. 예술감독 베한(Beyhan)으로부터 내년 봄 행사에 다시 초청을 받았다. 또다시 만들어갈 추억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이번 모든 초청의 기회가 되어준 SCF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