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살롱

독립운동사에서 가장 큰 전과를 낸 전투는? 청나라 시절 통금령 때문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던 만주지역의 주인은? 이 두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아야만 1930년대 만주 독립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질문에 많은 이들이 청산리전투를 떠올릴 테지만, 정답은 「대전자령 전투」다. 그런데 이 전투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둘째 질문의 답인 청나라가 망한 후 만주지역은 주인이 없었다는 데 있다.
봉천(심양)에 기반을 둔 장작림이 만주의 주인이 되었는데, 장작림은 청나라 패망 후 여러 개로 쪼개진 중국 군벌 중 가장 강력한 부대였다. 하지만 그는 풍옥상, 오패부 등의 북양세력과의 세력다툼으로 인해 북간도·서간도
(동만주) 지역까지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 틈을 이용해 우리 민족이 명동촌, 권업회 등 정착촌을 만들었다. 때마침 공산혁명에 성공한 소련은 1차 세계대전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러시아군과 함께 싸우던 체코독립군단이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귀국하게 되었고, 독립군은 이들의 무기를 사들여 무장한 후 패권을 차지했다. 만주 독립군이 봉오동·청산리전투에서 승리하자 일본군은 이 지역에 군대를 파병했고, 후퇴하던 독립군은 자유시에서 무장해제를 당했다. 이후 일본은 장작림을 암살하는 한편 만주사변을 일으켜(1931년) 만주를 장악했다. 그리고 만주국을 세웠다.
그때 장작림의 아들 장학림이 장개석과 손을 잡고 북양세력을 몰아낸 후 장개석의 관심을 일본에 돌리게 했다. 장학림은 그렇게 만주 땅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이용한 인물이 지청천이다. 그는 장학량 휘하의 중국 호로군의 지원을 받아 자유시 사건으로 몰락한 독립군을 재정비해 한국독립군을 창설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지청천은 만주 북부의 쌍성보, 사도하, 경박호, 대전자령, 동경성 전투에서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독립운동사상 가장 큰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중국군과의 불화로 인해 간부 수십 명이 중국군에게 체포되고, 한국독립군도 해체되었다. 이들 중 일부는 산악지대에 남아 유격전을 벌이다 중국공산당의 팔로군에 가담했고, 또 다른 일부는 장개석이 조선인을 위해 마련한 낙양의 군관학교에 편입한 후 1940년대 임시정부가 주도하는 광복군에 편입되었다.
한편 남만주에서는 중국공산당인 팔로군의 지원을 받는 조선혁명군이 탄생했다. 사령관 양세봉은 흥경성, 영릉가성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지만, 전투 중 전사했다. 이로 인해 조선혁명군은 해체되었고, 남은 병력은 팔로군 휘하의 의용군이 되어 항일투쟁을 벌였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보천보 전투’를 이끌었던, 한때는 양세봉의 부하였던 김일성이다. 하지만 이들도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소련군이 점령한 연해주 지역으로 후퇴했다. 이것으로 만주에서의 무장 독립운동은 끝을 맺었다.
무장 독립군이 해체된 후 만주에는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세력들이 암약하면서 더는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독립운동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은 민족보다 공산당(국제 코민테른)의 지시가 더 중요했으며, 민족주의자를 암살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김좌진 장군 암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