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최근 광복회 회장 김원웅이 석연치 않은 발언으로 대한민국 「애국가」에 상처를 입혔다. 「애국가」 가사 60%가 불가리아 민요의 모작이라는 이야기와 독일로부터 우리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의 자료를 입수해서 언론에 띄운 일이다. 애국가가 불가리아 민요의 모작이라는 말은 1964년 5월 안익태 자신이 주관한 「3회 서울국제음악제」 때 일어난 이야기다. 원래 「서울국제음악제」는 애국가의 작곡자인 안익태 씨가 제의한 일이었다. 그러나 안익태 씨의 주장은 그 당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웠다. 때마침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고 정부에 공보부가 신설되고 초대 장관에 오재경 씨가 취임해 이 제의를 받아들여 1962년 5월 혁명 1주년을 기념해서 3주간에 걸쳐 당시 새로 지어진 서울 시민회관과 국립극장(명동)에서 거행했었다.
나는 그때 기획을 맡아 최초의 국제음악제 일을 맡았었다. 그때 함께 일하던 공보부의 사무관 김종설(작고), 주사 김영호(미국 거주), 나 셋이서 기획 일을 떠맡았다. 나는 행사 내용의 편성과 연주자들의 교섭을 맡았고 전체적인 지원 업무는 초대 문화과장 김찬구(뒤에 국립극장장 3번 역임) 당시 문화과장 한남석, 일본 오사카국제음악제와 연결 업무를 도와준 주일 공보관 조동준 씨의 공이 컸다. 안익태 씨는 나를 많이 괴롭혔다. 어쨌든 제1회는 대성공이었다. 그 뒤 1963년 2회 64년 3회로 막을 내렸다. 안익태 씨가 이 일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다. 3회 때 당시 동구에서 데리고 온 지휘자 피터 니코로프가 불가리아 민요의 악보를 가지고와 기자들에게 공개하는 바람에 큰 난리를 피웠다. 그렇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터 니코로프의 개인적 불만으로 치부했다. 그로 인해 국제음악제는 더 이상 계속되지 못했다. 나는 1981년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벨라 바르톡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한국 문화계에서 처음 공산국가인 헝가리 부타페스트에 간 일이 있다. 당시 음악협회 회장인 조상현, 성악가 김자경 등 다섯 명이 참가했다. 북한에서는 북한의 애국가 작곡자인 김원균이 대표로 참가했다. 1917년생이니까 50대 초반의 나이인데도 시골 노인과 같은 촌스런 모습이었다.
나는 먼저 인사를 청하고 식사 자리에도 청했지만 옆에 딸려온 정치보위부 사람의 눈치만 보며 대답을 회피했다. 함경도 원산 출생으로 같은 함경도 출신의 이면상의 도움으로 일약 북한의 애국가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이찬 작사, 김일성 장군 노래) 작곡으로 북한의 최고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1961년 초에 모스크바에 유학도 시켰다. 그러나 작곡가로는 뚜렷한 명작이 없다. 반면 안익태는 1935년 윤치호가 낸 현 「애국가」의 가사에 작곡을 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그는 위대한 일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북한에서 온 정요한(바이올리니스트)이 있다. 그는 북한 국립교향악단 악장이었다. 태영호에 못지 않은 귀한 북한 출신 인물이다. 그는 김원균의 막내아들 김경민(플루티스트, 작곡자)와 평양음악학교 동기이다. 지금 옛 평양음악학교는 김원균음악대학으로 이름 붙여졌다. 안익태의 애국가는 저작료 한 푼 없이 85년을 거져 썼는데 대한민국 국가 차원에서 안익태에 대한 예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사반세기가 되는 오늘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