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살롱

밤늦은 시각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오프닝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고전가요 「번지 없는 주막」을 부른다. 얼핏 보기엔 어색한, 그러나 세련된 매너, 이 미인은 누구일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위기와 긴박감으로 반전에 반전을 겪으며 긴장 속으로 인도했다. 구성과 표현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쉽지 않아서, 순서대로 스토리텔링으로 요약한다.
북한 여성 한수애, 오리지널 평양말. 대외봉사 일꾼학교 합격, 남조선 적들한테 한 점이라도 얕보이면 안 된다고 혹독한 훈련을 받고, 동남아 어느 북한식당으로 발령(22세), 번화한 도시를 기대했는데 촌구석이라 실망했다. 식당은 500석 종업원 18명으로 대규모라 놀라웠는데, 부근에 남조선 공사현장이 있기 때문이었나 보다. 급여는 150불 스타킹 5족. 매일 매일이 노동이고, 작전이고, 감시와 비판총화였다.
첫 손님 남한 근로자는 저녁 8시에 단독 룸으로, 한수애 봉사자는 지정 당번으로 룸서비스를 전담하게 되고, 그 인연은 3년 동안 (매일) 이어진다. 억압된 일상이지만 젊은 남녀의 만남이 업무적일 수만 있을 수 있을까? 주로 어릴 때 얘기만 하고, 스킨십도 없었지만 사랑은 깊었고, 어느 날 남자는 복도에서 ‘시계’를 선물로 (몰래) 주었고, 여자는 ‘벨트’ 선물을 휴지에 싸서 나가서 버리라고 건넸다(아슬아슬한 순간). 여기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1차 확인되고, 마침내 어느 날 봉사자 한수애 씨 “나 오빠와 똑 닮은 애기 갖고 싶어요.” 북녀의 고백은 뜨거운 결심이었다. 오빠는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또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오빠와 함께 단체 손님이 들어왔다. 동남아로 여행 중인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오빠의 “인사해 우리 엄마야!” 아~ 엄마(충격) 그리고 누나, 매형, 또, 가족들. 경황 중에 한 시간쯤 지났을까. 어머니 말씀 “엄마한테 와, 딸처럼 잘해줄게. 너희 부모한테 죄 되는 말이지만 우리 아들이 북한으로 따라가게 할 수는 없지 않니?”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며 “꼭 만나자.” 오빠는 휴대폰으로 「이만갑」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13명 탈출 사건’으로 송환 명령이 내려왔다. 아 기회는 끝났구나. 자포자기 상태로 마지막 3일 전 한국 오빠한테 전화했다. “알았어. 내가 갈게!” 다음날 도착. 조장 언니에게 큰돈을 주었다. 조장은 이별 기념으로 쇼핑을 데리고 나갔다, 오빠는 5m만 떨어지라고 했다. 조장은 쇼핑에 열중하고 있는데 검은 장갑에 마스크 한 5인조 남성이 덮치고 막으며 뛰었다. 검은 승용차 5대가 벼락치기로 달렸다. 사전에 촬영하고 시뮬레이션을 거친 작전의 승리였다. 평양 여자 한수애의 용기 있는 결심과 서울 남자의 철두철미한 책임감, 그리고 어머니의 포용력으로 이룩한 가족의 이야기. 오래 기억될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