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면서 극장, 극단, 공연이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대학로 예술극장이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문을 닫고 뒤를 이어 지방의 공립극장이 문을 닫고 있다. 민간극장도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빈번히 생겨나고 있다. LG아트센터가 9월의 기획공연을 내년으로 연기하고 블루스퀘어의 뮤지컬이 주말공연을 취소하고 있다. 극단의 제작활동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극장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운영하는 극단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주로 민간극단의 제작으로 행해지는 공연은 바이러스의 확산과 안정에 따라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다. 바이러스가 다소 진정되었던 지난 3, 4개월 동안에는 예년에 비해 70% 정도까지 회복되기도 했는데 재확산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과연 연극이 살아남을까 하는 의구심이 다시 생겨난다.
극장, 극단, 공연 등 연극현장과 마찬가지로 생사의 문턱에서 고난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교육현장이다. 교육현장이라고 하면 대학의 연극관련학과, 고등학교의 연극교육, 민간의 연기학원 등이다. 이들 교육기관은 이론교육도 하지만 실기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강의실이 아니라 실습실에서 학구적 욕구가 충족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시대에 들어와서 강의실은 컴퓨터 화면으로 대체되었고 실습실에서 보완적으로 대면적인 실기교육이 행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연극협회가 발행하는 「한국연극」이 한국대학연극학과 교수협의회의 협조를 얻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바이러스 시대에 들어와서 대학 연극학과의 교육은 대면과 비대면의 혼합, 대면, 비대면 형태의 순서로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 대면 형태는 주로 연기과목에서, 대면과 비대면 형태는 이론, 실기과목에서, 비대면의 형태는 이론과목에서 채택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교수의 강의와 토론이 중요한 핵심이 되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을 통한 강의와 토론이니 만큼 영상자료의 도움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교수 개인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영상자료를 많이 수집했다면 몰라도 갑자기 수집하려 한다면 매우 힘들 것이다.
대면 교육은 강의내용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방역지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대면 교육을 위해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손 소독, 문진표 작성, 사회적 거리두기, 소규모 수업 등을 엄격하게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실습실과 극장에서 어느 정도 교육적 목적에 합당하게 실기교육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교수가 당면한 가장 큰 고민이다. 바이러스가 안정화되는 시기에는 마스크를 벗고 대사와 동작을 연습한 경우도 있었지만 재확산의 엄중한 현실에서는 감염의 두려움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습을 해야 하는 불합리한 경우가 보편화 될지 모른다. 나의 교수제자 중의 한 사람은 앞으로 당분간 대면 교육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는 강의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아무리 실기교육이 중요하다고 해도 인간의 생명보다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이러스 시대를 맞아 실기교육의 당위성과 생명의 소중함이 함께 증진되는 것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