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年齡(연령)이나 知識(지식) 같은 것만으로는 理解(이해)될 수 없는 일을 많이 겪게 된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어리석게 처리된 이런 일들을 뉘우치곤 하는 것이다.
예컨대 尊敬(존경)하던 女人이 내 앞에서 自制(자제) 없이 자기애를 愛撫(애무)하는 것에 그렇게 실망 되어 그와 결혼 못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던 일 같은 것.
그때 30도 많이 넘는 나이였어도 未婚(미혼)이었으니 그녀의 境地(경지)를 理解할 수 없었을 것이다. 1年 후 내가 결혼하고서야 그 존경은 다시 계속된 것이다.
同甲의 친구들이 孫子들과 하는 꼴을 아직 나는 理解 못한다. 물론 언젠가는 그 「존경하던 女人」의 경우처럼 될 테지만, 어떻든 지금은 그 境地에 이르지 못했으니 어쩔 수는 없다.
그러나 人生이란 젊어서는 미처 想像(상상)도 못했던 즐거움이 한 段階
(단계)마다 있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境地마다 喜喜樂樂(희희낙락)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거기에 이르지 못한 친구들이 제 뭐라고 한들 그들이 꿈쩍이나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年末 仁寺洞 거리에서 10年 先輩(선배)를 만났다. 그는 멋진 지팡이(洋杖)를 짚고 있었다. 그가 새삼스럽게 돋보이고 風流(풍류) 있게 보인 것도 그 지팡이 때문이었다.
古趣(고취)도 훌륭하였지만 우선 紳士(신사)다운 고집과 勇氣(용기)에 나는 그만 반해버린 것이다.
생각하면 自家用이 많아지면서 男子들은 자랑스럽던 帽子(모자)와 지팡이를 그만 잃어버렸다. 더구나 이상한 세상이 되어 紳士될 좋은 나이의 사내들이 長髮(장발)이 되고 두 손에는 아무것도 쥔 것 없이 늘어뜨리고 다녀야만 하니 삭막하기만 하다. 여하간 그 先輩의 멋을 알아본 것은 내가 언젠가 벌써 그 地境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 촌스런 風流가 그리도 實感(실감)될 수가 없다.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슬픔 같은 것도 곁들여 있는 것 같다.

- 한국일보 1976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