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기

요시다 미야코
지난 8월에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국립발레단 공연이 있었다. 전막 공연이 아닌 소품들의 나열. 기 발표작들의 리바이벌이다. 지난 「2020 크리틱스초이스」 공연에서 박나리의 작품에 출연해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던 박슬기의 안무작인 『콰르텟 오브 더 소울(Quartet of The Soul)』이 인상적이다. 음악과의 합이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아직 국립발레단은 전막공연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3월부터 『백조의 호수』 『호이랑』 『안나 카레리나』 『지젤』 『허난설헌』 등이 취소 혹은 연기되었다. 그러나 유니버설발레는 2월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스페셜 갈라』, 6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갈라&오로라의 웨딩』, 7월 충무아트센터에서 『오네긴』 6회를 올렸다.
일본 신국립발레단도 1월 『뉴이어갈라』, 2월 『마농』, 6월에는 신작 『용궁 류구』를 6회 상연했다. 어수선한 와중에 신국립발레단에는 새로운 예술감독이 취임했다. 23여 년 전 신국립발레가 처음 시작할 때 개막작이었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오로라역을 맡았던, 영국 로얄발레 프린서펄로 활약한 ‘요시다 미야코’가 주인공. 요시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백조의 호수』가 연기 된 것은 영국에서의 프로덕션이 원할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며 10월 『돈키호테』를 기대해 달라 주문. 또한 단원들이 제대로 된 급여를 받지 못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싶다면서 해외주요발레단의 경우 휴연 중에도 봉급이 지급되며 급여가 없는 일본발레단 같은 경우는 드물다고 호소. 알려진 대로 일본의 경우는 제대로 된 학교도 없을 뿐 아니라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도 애매한 것이 사실. 댄서들은 여기저기 게스트 출연하러 뛰어 다니거나 레슨지도로 생계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체계가 꼭 부정적이기만 할까. 단원 전체가 따박따박 봉급받는 체제를 완성한다고 공연횟수가 늘고 질이 향상 될까. 한국 전국에 있는 각종 시립 공립 국립 단체들이 이런 체제를 완성하고 기대했던 향상을 이뤄냈을까. 이런 단체들의 존재 이유가 단원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님을 상기해야 한다. 한국국립, 유니버설, 일본신국립은 현재 각각 다른 세 가지 형태로 존립한다. 한국국립-국립, 유니버설-사립, 일본신국립-애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상기한 공연 숫자에 함의는 없을까.

미야베 미유키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린 인기작가다. 흔히 사회파 추리소설가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나에게 재미있는 것은 옛날 귀신이야기 같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한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작품 구성의 돌연한 변침과 캐릭터의 교묘함은 재미있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는데 기괴하게 인간의 내면을 뒤집어 보이는 것이어서, 저런 내공은 어떻게 쌓였을까 궁금해지곤 하는 것이다. 분명 책으로 얻은 경험이 아닌, 보다 더 날것들이 뛰노는 느낌이 드는 것. 작가에 대한 자료에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작가는 고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법률사무소에서 6년간 일하며 갖가지 속기를 풀어내는 일을 했다고. 아마 다듬어지지 않은 별별 꼴을 다 보았을 것이다. 그때 부딪힌 희한한 인간모습들이 소설 속에 투영되는 건 아닐까 하는 억측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기야 언젠가는 지인의 재판을 방청했을 때, 10여 건의 사건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와중에 보게 된 재판정의 어설픈 모습, 황당한 사건들, 석연치 않은 해명들 역시 기괴했지만, 더 희한했던 것은 합의이혼 판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서 섞였을 때였다. 이들은 이혼숙려제도 홍보물 앞에서 잡다한 불평을 하며 자동이체 해지하라고 서로에게 화를 내고 있었던 것. 부조리한 것이다. 재판은 명확하지 않았고 이혼 역시 전혀 숙려되지 않은 것이었다. 국가는 이혼은 제한하지만 결혼은 종이 한 장만 제출하면 두말없이 오케이. 대체 이유는 뭘까. 자유롭게 결혼 이혼 할 수 있든가 아니면 오히려 결혼할 때 제한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국가는 이 모호함 속에서 끝없이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로운 선택에 개입을 시도하여, 제한하고 강제하고 금지하고 장려하고 숙려시키는 것을 넘어서 이젠 격려하고 위로까지 하려드는 것이다. 뜬금없이 송출되는 다양한 경로의 위로와 격려 메시지를 받아보면서 대체 나는 위로의 대상인지 격려의 대상인지, 대체 격려해주는 자들은 누구이고 받는 자들은 누구인지, 위로하는 자들은 누구이고 위로 받는 자들은 누구인지 도대체 알쏭달쏭 한 것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가수나 연예인들, 음악가들, 예술가들이 위로한다는 타이틀을 붙이고 말랑하고 대중적인 노래와 춤을 추며 위로합니다, 격려합니다 류의 언설을 할 때면 불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술가라면 그저 자신의 작업에 충실해서 진실의 한 단면을 까뒤집어 감동시키길 바란다. 그것이 진짜 위로니까. 그러니 어설픈 위로 따위 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