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신기(神氣)가 오르면 호랑이는 천리밖 산비둘기 알 낳는 소리도 듣고 젊은 호랑이는 앉아서 사방 백 리 꿰뚫어 본다. 그러나 나이 한 살씩 먹을 때마다 그 영감(靈感)이 십 리씩 줄어들어 마침내 늙은 포수가 가까이 다가오는 줄도 알아차리지 못해 총에 맞는다. 호랑이도 늙으면 별 볼 일 없어진다.

호랑이만 혼자 힘을 누린다고 산중 짐승들이 모여 성토대회를 열었다. 그러니까 사슴이 더듬는 소리로 다시 물었다.
『말하자면 호랑이도 우리와 같이 풀 뜯어 먹자는 말이죠.』

물 먹으러 오는 짐승을 노려 샘가에 숨어 있는 호랑이를 보고 까치가 말하였다.
『호랑이쯤 되시면 뛰는 놈을 노리셔야지 목마른 놈을 노리는 것은 비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호랑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오는 놈을 잡는댔나. 물 먹고 가는 놈을 덮칠 뿐이지.』

뽑혀서 우쭐해진 여우가 단단히 따질 것처럼 팔을 걷으면서 호랑이를 찾아가 말하였다.
『아, 아, 아저씨… 제 팔 힘깨나 쓸 수 있는지 좀 봐주시겠어요. 덜, 덜, 덜.』
여우가 비겁한 표정을 지으면서 호랑이를 보고 말했다.
『힘세면 좀 관대할 수도 있잖겠어요.』
그러니까 호랑이 하품을 하면서 말했다.
『약하면 까불지 말고 잠자코들 있어.』

겨우 걷기 시작하는 강아지 새끼를 내려다보면서 호랑이 말했다.
『요 귀여운 것, 조꼬만 주제에 네 발이 달리고 발톱까지 모두 달렸네! 히히.』
그러니까 까치 말했다.
『천성이 저렇게 순진한데 어떻게 돼서 호랑이 됐을까.』

- 샘터 197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