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살롱

1937년에 중일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만주에서의 무장 독립투쟁은 끝이 났지만 이후 독립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김원봉이다. 독립투쟁은 군대를 조직해 일본군과 직접 전투를 벌이거나 요인을 암살해 일본에 타격을 주려는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김원봉은 후자의 대표격인 ‘의열단’을 창단하고 이를 이끈 지도자다. 만주에서의 독립운동이 불가능해지자 독립군은 소련으로 넘어가거나 중국본토로 본거지를 옮겼다. 이때 중국본토에서 독립단체를 규합한 사람이 김원봉이다. 그는 1938년 지청천, 조소앙과 같은 민족주의자는 물론이고 고려 공산당 출신의 상해파, 시베리아파를 다 포용해 ‘조선민족혁명당’을 창당했다.
하지만 성격이 다른 구성원들은 갈등을 빚게 되었고, 결국 주류인 의열단계와 사회주의계는 지청천 조소앙 등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를 제명했다. 그 후 중국국민당의 지원을 받아 1938년 김원봉을 사령관으로 한 조선의용대를 만들어 중국본토에서의 무장투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일본군과의 전투를 원했지만, 국민당은 이들에게 후방의 선전 활동만 맡겼다. 이에 불만을 느낀 김두봉, 유세주 등은 후방인 충칭에서 명령만 내리는 사령관 김원봉과 결별한 후 공산당 팔로군에 합류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들을 조선의용군이라 칭하고 사령관으로 무정 장군을 임명했다. 조선의용군은 ‘호가장 전투’ 등에 참여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들은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팔로군 휘하에서 투쟁을 벌였고, 해방 후 압록강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소련군에게 제지를 당한 후 개인 자격으로 북한에 간 후 북한 인민군의 주축이 되어 6·25 전쟁에 참전했다.
한편 소련의 제지에 불만을 품고 압록강을 건너지 않은 이들은 만주에 남았는데 이들을 동북의용군이라고 한다. 이들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국공내전에 참여해 중국 공산당이 동북 삼성을 장악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당시 북한을 장악한 김일성은 이들에게 일본군이 남기고 간 무기를 지원해 중국 공산화에 도움을 준다. 6·25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의 주류는 바로 이들 동북의용군이다.
한편 의열단과 고려공산당에게 쫓겨난 조소앙과 지청천은 충칭으로 건너가 김구 선생이 이끄는 임시정부에 가담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독립당’이 탄생하는데 이들이 만든 군대가 ‘광복군’이다. 광복군의 총사령관은 대전자령전투, 쌍성보전투의 영웅 지청천이 맡고 참모장은 이범석이 맡는다. 김두봉 등에게 쫓겨난 김원봉도 한국국민당에 참여하는데 그는 이전에 지청천 등을 따돌림 한 경험이 있었기에 광복군에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이 광복군은 조선의용군과 달리 일제와의 전투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미얀마에서 영국군을 돕기도 하고 한반도에 낙하산 부대를 투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지만,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일제가 항복하고 말았다. 그 결과 임시정부와 광복군은 한국의 해방에 아무런 지분을 갖지 못하고 개인 자격으로 입국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당시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만주군으로 복무하던 사람들이 백선엽, 정일권, 박정희 등인데 이들은 독립군이었던 지청천 등과 함께 대한민국 국군 창단의 주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