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살롱

웹툰의 표현 문제가 코로나19만큼이나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다. 최초 발단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온 작가 기안84의 네이버 연재 웹툰 「복학왕」이었다. 여성 주인공 봉지은이 배에 조개를 올린 뒤 돌로 깨는 연출, 이어진 대화를 통해 그녀가 직장 상사와 성관계를 가짐으로써 정직원으로 채용됐음을 추측하게 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기안84는 사과문을 올렸고, 문제의 장면을 수정했다. 네이버 웹툰 동료 작가인 「신과 함께」의 주호민이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시민독재 시대”라고 주장했다가 사과함으로써 논란을 더 크게 만들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작가 삭(본명 신중석)의 네이버 연재 웹툰 「헬퍼 2 : 킬베로스」가 강간, 성 착취, 노인 고민 등의 장면으로 또다시 여성 혐오 논란을 재확산했다. 독자들의 반발이 일자, 작가 삭과 네이버 웹툰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일련의 사태는 ‘창작의 자유 vs 여성 혐오’ 구도로 독자, 작가, 예술계를 갈라놓았다.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나는 최근 웹툰 유통업 여성 종사자, 여성 만화가, 웹툰 여성 독자 등 세 명을 직접 만나 입장을 물었다.
웹툰 유통업 여성 종사자는 “이 문제는 보기 나름이다. 이런 웹툰들이 논란이 되니까 사람들이 하나하나씩 다 나쁘게 보는 것 같다”며 중립적 입장을 밝혔다. 여성 만화가는 “진짜 화가 났다. 이런 표현도 못하나? 예술 탄압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다”며 창작의 자유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웹툰 여성 독자는 “기안84가 TV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유명인이어서 겪는 논란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 논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내 시각은 위의 세 명과는 다르다. ‘창작의 자유’는 문화, 예술계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다. 1990년대 소설가 마광수, 만화가 이현세 등이 외설적 표현이라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 외설 논쟁에 휘말려 손가락질당하며 법정을 들락날락한 작가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분노, 투쟁, 무기력에 빠져 전성기를 통째로 날려 보냈다. 그렇게 예술은 망가진다.
그러나 기안84, 삭 등이 “선(線)을 넘은 것”은 사실이다. 작가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기안84’라는 필명은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는 뜻이다. 굳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피해 여성들의 죽음과 아름다운 논두렁을 병치시켜 자신의 고향을 자랑할 필요가 있었을까? 기안84의 경우 악의는 없다고 하더라도, 깊이 있게 생각하는 면이 부족하다. 삭은 「헬퍼2: 킬베로스」에서 연예인 아이유를 닮은 여중생 ‘이지금’을 등장시켜 성 착취 장면을 다루었다. 그런데 가수 아이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이지금@dlwlrma)’이다. 고의성이 짙다.
이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웹툰의 상당수가 네이버 연재 웹툰들이다. 지나친 상업주의의 결과다. 작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데, 연재처인 네이버는 뒤로 빠져 있다. 아무도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