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문화광장

#이야기 하나
LG계열 광고회사 HS애드가 제작한 한국관광공사의 글로벌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3편이 유튜브에서 총 조회수 2억 회를 지난 9월에 돌파했다. 영상은 서울, 부산, 전주 등 국내 명소를 배경으로 김보람이 이끄는 현대무용단체인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비롯 부산에선 「어류도감」 그리고 전주에선 판소리 명창 방수미의 「좌우나졸」 가락에 맞춰 춤사위를 찍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 이후의 방한을 유도하기 위해 홍보영상을 준비했는데 당초 주요 도시만 계획했다가 반응이 좋자 각 지자체의 요청으로 안동, 강릉, 목포 등의 관광 명소까지 담은 영상도 한창 촬영 중이다. 1분30초 남짓의 영상은 반복되는 리듬에 중독적 춤사위로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는 ‘리액션 영상’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다.
위 영상작업을 맡은 서경종 캠페인 디렉터의 업력을 살펴보면 서울문화재단과의 인연이 깊다. 그는 2017년에 시작한 서울문화재단의 ‘마음약방’ 캠페인 파트너로 시작하여 2018년엔 서울시 최초의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의 ‘문화예술철도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도 원래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았지만, 재단과 문화예술콘텐츠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느꼈을까? 2019년에는 광고주인 LG유플러스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공덕역 지하철 역사 전체를 5G갤러리 플랫폼으로 바꾸는 작업과 함께 매체 광고에서도 현대무용 및 현대미술 등 예술을 전면으로 내세우기도 했다.그리고 2020엔 관광공사 글로벌 홍보영상 제작 주관사가 되면서 이날치 밴드의 음악에 절로 몸을 흔드는 아들의 모습을 우연히 본 데다가 예전에 공연을 본 적이 있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라 음악과 안무를 의뢰하게 됐다고 한다. 밤샘촬영 등 고단한 일정에도 서 디렉터는 너무나 좋아라 하며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것에 고마워한다. 아마도 2021년에도 서경종 캠페인디렉터는 무엇이 될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예술을 콘텐츠로, 예술가를 모델로 하는 캠페인 광고작업을 끙끙거리며 하지 않을까? 그의 작업을 보며 사랑의 힘을 실감한다.

# 이야기 둘
「2020 DMZ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을 통해 공개된 다큐 중에 남미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일생을 다룬 「보테로」와 ‘잠’을 주제로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막스리히터의 「Sleep(슬립)」 를 봤다.1)
우리나라 덕수궁미술관에서도 전시를 한 적이 있는 페르난도 보테르는 미켈란젤로의 모나리자를 한껏 부풀어 오른 빵빵한 작품으로 패러디한 것을 비롯하여 웃음을 짓게 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결코 뚱뚱한 사람을 그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색감과 볼륨을 중시하다보니 풍만함이 강조됐을 뿐이라며 더 많은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라고 한다.
영화는 그의 탄생부터 성장, 그리고 작업, 해외투어 전시, 가족모임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난 2000년 자신의 회화, 조각 등 무려 200여 작품과 자신이 평생 콜렉션 해 온 피카소, 모네, 마티스, 샤갈, 미로, 클림트, 르누아르 등 유명 작품 100여 점을 자신의 고향이 나고 자란 콜롬비아 메데인시에 기증해 보테르미술관을 만든 것이다.
콜롬비아 메데진 시는 마약과 범죄로 악명높은 도시였는데 언덕 위 빈민촌과 도심을 잇는 공공케이블카인 메트로 케이블카 시스템과 커뮤니티센터와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된 그레이프 도서관, 그리고 보테로가 기증한 작품으로 조성된 보테로미술관으로 인해 지금은 과거의 악명에서 벗어나 도시재생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라틴사람들의 삶이 모토인 “먹고(만자레), 노래하고(칸타레), 사랑하는(아모레)” 정서가 묘사되어 있듯이 보테로는 그의 고향, 콜롬비아 메데진에 대한 사랑으로 고향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도시 이미지까지 확 바꿔 놓았다.
한편 막스 리히터의 「슬립(Sleep)」이란 다큐는 2018년 7월27일 밤 10시30분부터 28일 아침 6시30분까지 미국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그랜드파크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 내용이다. 이미 뉴욕, 런던, 베들린, 시드니 등지에서 객석 대신 침대에서 잠을 자는 공연으로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는데 난 처음 알았다.
다큐가 시작되면 보름달이 휘청한 밤, 하얀 달빛 아래 펼쳐진 침대 사이로 풍성한 오리털 베개와 이불을 끼고 등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가 낯선 상황에 의아한 표정지만 뭔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호기심어린 얼굴이다. 독일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막스 리히터는 무대에 등장하여 ‘8시간짜리 자장가’를 연주하겠노라고 말한다. 이 공연은 누워서 듣는 공연이자 애써 들으려고 깨어있기보다 코를 골며 자기도 하고 연주를 들으며 꿀잠을 자게 하는 것이 목적인 공연이다. 스트레스 많고 걱정거리 많아 불면이 심한 현대인들에게 「슬립」이란 음악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주기위해 마련된 공연이기 때문이다.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명상을 하는 이도 있고, 애인과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들도 있고, 멀찍이서 감상하며 아티스트와 또 다른 아티스트 간에 영감을 얻는 이도 있다. 막스 리히터는 오랫동안 ‘잠’을 테마로 작곡해오고 있는데 「슬립」 공연은 뇌과학에 근거하여 처음 7시간은 낮은 주파수로 수면을 유도하고 남은 한 시간은 잠에서 깨어나는 알람 같은 리듬으로 구성되었다. 빌딩숲 속으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데 눈으로 보는 일출이 아니라 귀로 듣는 일출을 느끼라는 주문이 감동이다. 다큐를 보는 동안 다른 연주자들은 잠시 눈을 붙이기도 돌아가면서 연주하기도 하지만 막스 리히터는 꼬박 8시간24분 동안 연주를 한다.
얼마나 사람들을 사랑하면 이리도 곡진한 작곡 의도가 나왔을까? 얼마나 동시대의 고단함에 안타까움이 깊었으면 이런 음악이 만들어졌을까?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묘한 느낌의 연주는 번 아웃된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만져주고 눌러주고 짚어주고 헤아려주는 연금술사에 다름 아니었다. 그는 콘서트 재원 또한 대기업 등 목소리가 큰 곳의 후원은 거부하고 관련된 기관이나 파트너들과 작지만 오래오래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사랑이 얼마나 따뜻하고, 얼마나 낮을 곳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그를 통해 본다.

# 이야기 셋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공연이나 전시가 일상화되면서 영상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미래 ICT시장이 커지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세대인 알파세대는 ‘AI 네이티브 세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이미 애플, 구글, 삼성,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이 그 시장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마존에서는 어린이용 인공지능 인식 플랫폼으로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닷 키즈 에디션’을 출시했고 유튜브에서는 키즈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2)
사람의 소리와 함께 인공지능과 로봇시스템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세대의 탄생이 머지않았다. 우리는 기술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현실을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언텍트 시대에 사람 목소리는 인식하고 못하고 인공지능 소리를 더욱 친숙하게 인식하게 될 세상이 두렵다. 변화하는 미래에 그래도 사람이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힘이 아닐지. 사람 안에 사랑의 역량이 숨어있다는 것을, 어떤 경우에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랑’이 숨어있음을 예술을 통해 감각하는 일이 어느 때 보다고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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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팸플릿 참조
2) “알파세대, 특별한 아이들의 등장”, 「라이프트랜드 2020」, 김용섭 지음, 도서출판 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