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살롱

「돈화문나들이」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요즘, 국악전문가와 함께 국악로(돈화문로)를 나들이하는 영상프로그램. 코로나의 상황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한다는 면에서, 근현대국악사의 맥을 짚어본다는 면에서, 매우 차별화되고 우수한 전략이다. 돈화문국악당의 기획이 돋보였다.
이곳을 「국악로」라고 부르고 「돈화문나들이」를 가능하게 한 큰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조선성악연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성악연구회의 주소는 ‘경성부 익선정 159번지’로, 지금의 익선동 159번지와 160번지에 해당한다. 건물은 분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위성지도로 보면 당시 조선성악연구회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의 민속악에 뿌리를 둔 고악(古樂)은 조선성악연구회가 익선동에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명실상부하게 ‘동 시대성’의 조선음악으로 발전될 수 있었다.
조선성악연구회는 전통창극뿐만 아니라, 창작창극을 공연했다. 당시 신문기사를 소개해본다. “고전창극(古典唱劇)의 대도(大道)를 열고 있는 시내 익선정(益善町) 조선성악연구회에서는 오는 2월24일 밤부터 11일 동안 종로 4정목 제일극장(第一劇塲)에서 신춘 특별 공연을 하기로 되어 박생남(朴生南) 씨 각색인 창악극 「옥루몽」 7막16장과 김용승(金容承)씨 「신편 흥보전(新編興甫傳)」 5막14장을 동시상연(同時上演)케 되었다는 바 참신(嶄新)한 장치와 찬란한 의상(衣裳)이며 남녀명우들의 백열적 애창절창(哀唱絕唱)과 고전악기(古典樂器)의 총 등장 등은 반도창극 흥행계 미증유(未曾有)의 성사(盛事)라 하며 웅혼무비(雄渾無比)한 대작 「옥루몽」이 과연 어떠한 형식으로 그 각광의 영을 입고 무대로 첫출발을 하게 되는지 애극가(愛劇家) 일반의 기대는 매우 크다고 한다.” (동아일보, 1940년 2월16일)
조선성악연구회의 창극은 앞의 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참신한 장치’와 ‘찬란한 의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대장치와 의상 등을 최대한 살려내서, 당시 ‘음악극’으로서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열하루동안 공연을 계속했다는 사실은, 당시 창극에 대한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당시 조선성악연구회는 ‘판소리’를 하는 ‘성악부’뿐만 아니라, 창극반주와 민속악을 연주하는 ‘기악부’의 역량도 최고였다. 앞의 「옥루몽」 공연에 참여한 기악부를 보면, 현금(거문고) 한갑득, 장구 조상선, 가야금 강태홍, 대금 박종기, 세적(피리) 한성준, 해금 정원섭, 양금 박동준, 단소 신쾌동 등이다. 「진도아리랑」을 작곡했다는 대금산조의 명인 박종기를 비롯해서, 당대 최고의 명인들이다. 훗날 거문고산조의 인간문화재로 ‘신쾌동류’와 ‘한갑득류’의 양대 산맥을 구축한 두 분의 이름도 보이는데, 이 공연에선 거문고는 한갑득이다. 신쾌동은 배우로도 출연하고, 악사로도 출연했다. 따라서 거문고는 한갑득이 담당하고, 신쾌동은 악기로서는 비중이 적은 단소를 잡은 것으로 짐작된다. 몇 개의 음식점이 분할해서 점유하고 있는 익선동 ‘조선성악연구회’. 있는 것도 활용하지 못한다면…, 하루 빨리 조선성악연구회가 복원되는 것이 돈화문로가 명실상부한 국악로로 자리매김하는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