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살롱

2000년 초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생긴 브런치 카페가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도시와 심지어 제주까지 그 열풍이 대단하다. 수도권만 해도 고양, 파주, 분당, 판교, 송도, 광주 등에 우후죽순으로 대형 브런치 카페들이 생기고 있다. 브런치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뉴요커나 주말에 음료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는 서구의 식습관이 우리나라 카페 문화에 이식되어 특히 빵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침 식사(Breakfast)와 점심(Lunch)의 합성어인 브런치(brunch)는 흔히 새 말로 여기는데, 실제는 1896년 옥스퍼드 사전에 처음 등장한 꽤 오래전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아점’이다. 근데 브런치는 그저 늦은 끼니를 때운다는 우리 아점의 어감과 달리 가볍지만 세련된 카페의 음식이나 사교용 메뉴라는 특이한 의미로 쓰인다. 서구의 간단한 식사인 브런치를 우리 땅에서 영어로 무장한 외래 식문화의 사대적 허세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어찌 됐든 브런치 카페는 제일 먼저 이른바 뷰가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그다음 화려한 외관과 럭셔리한 인테리어에 아주 공을 들인다. 젊은이들의 인스타용 ‘사진 찍기’에 마음을 얻어야 성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난 브런치 카페인데 빵이나 음료 등은 별로인 곳을 흔치 않게 만나게 된다. 브런치 카페의 주메뉴가 베이커리이다 보니 정겨운 우리 동네 빵집을 다 죽인다는 원성이 크지만, 서울 근교에 온 가족이 맛있는 빵을 먹고,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바람을 쐴 만한 브런치 혹은 베이커리 카페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기산리의 마장호수에 인접해 있는 브런치 카페 ‘레드브릿지’는 호수와 산을 끼고 있어서 요즘의 ‘뷰 카페’라는 신조어에 걸맞게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장호수’는 원래 2000년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려고 준공된 저수지였으나, 2015년 파주시와 마장리 주민들이 저수지 일대를 테마파크화하기 위해 포천의 산정호수를 벤치마킹해 호수로 이름을 바꾸고, 2018년에 그 유명한 붉은 출렁다리를 설치했다. 이곳에 2019년 호수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열린 지하와 통유리창인 2층 건물, 그리고 루프탑까지 꾸며 층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외관의 ‘레드브릿지’라는 베이커리 카페가 열렸다. 하지만 레드브릿지는 뷰만 있는 카페가 아니다. 유명 호텔 출신인 셰프가 자연주의 베이커리를 표방하는 바처럼 크라상, 스콘, 티라미수, 치아바타, 타르트, 단팥빵, 마늘 바게트 등 20여 가지의 베이커리 메뉴가 있고, 연인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게 음료로 커피는 물론 전통 쌍화차도 갖춰져 있다.
파주의 명소가 돼가는 레드브릿지는 빵과 음료가 입맛을 당기지만, 풍경은 눈을 즐겁게 하고, 220m 길이의 출렁다리를 건너는 스릴과 호수 주변 산책로는 몸을 흡족하게 한다. 무더운 한여름보다 지금 찾으면 더욱 좋을 듯한 마장 호수의 가을 경치에 몸과 마음을 잠시 의탁해보는 건 어떨까. 다만 대중교통이 어렵고, 주차 시설이 불편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해서 붐비는 주말이 아쉬울 뿐이다.
문의 070-8880-5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