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무기

코로나 사태로 나와 가까운 친구 셋이 세상을 떠났다. 그중에 작곡가이며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발전에 앞장서 이끌어왔던 강석희가 있고, 예술경영계에서 화려한 삶을 살다간 이종덕(李鍾德)이 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 등 예술기관의 대표를 역임하고, 단국대 예술경영대학원 원장까지 지낸 이종덕은 2009년 제주에서 열린 제3회 국제델픽대회 조직위원장도 맡아 했었다. 1960년대 문공부의 공무원으로 출발해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지원의 뒤편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 외에 그는 자선활동도 많이 했다. 그의 장례미사는 의왕시에 있는 ‘성나사로마을’에서 2020년 9월25일 오전10시에 거행되었다.
또 한 사람 작곡가 이해식(李海植)이 있다. 1943년생이니까 나보다 여덟 살이 어리다. 1969년 나와 함께 KBS 당시는 공문원인 서울중앙방송국에서 함께 일했다. 전주사범을 나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를 나왔다. 1981년 영남대학교 국악과 교수로 교직 생활에 들어갔고, 학장까지 역임하고 정년을 마치었다. 서양음악과 국악을 작곡했고, 우리나라에서 작곡을 통해 가장 많은 수상을 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가장 뛰어난 작품들을 썼고, 우리나라 음악의 진수를 담은 그의 작품은 한국음악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진지하고 겸손했던 인간이기도 했다.
서울공고, 서울음대를 나온 강석희는 우리나라 현대음악 발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예술가로 드문 경우다. 그의 삶은 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도 다루어졌다. 오늘날 청계천이 명소가 된 것도 강석희의 발상(「공간」 잡지에 기고)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고대사 탐구도 치열하였다. 「용비어천가」(1978)를 통해서 세종 한글 창제의 이야기를 승화시키기도 했다. 「원색의 향연」(1970)을 통해서 우리나라 전자음악 창작의 선두자 역할을 했다. 「팬」이라는 현대음악 축제를 열어 현대음악의 값어치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1968년 독일에서 명성을 올린 작곡가 故 윤이상 선생이 동백림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 복역할 때 강석희는 그를 찾아가 작곡을 사사했다. 그 뒤 윤이상 선생이 다시 독일로 돌아가 한국 학생 최인찬, 김정길, 박병동, 강석희를 초청해서 독일 하노버에서 가르쳤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작곡가로 부상했다. 나는 이들을 하노버악파라고 이름 붙였다. 윤이상 선생이 옥중에 있을 때 그를 풀어달라는 탄원서를 기초한 인연으로 어려울 때 윤이상 씨와는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윤이상과 강석희는 이념적 문제로 두 사람의 관계가 끊기었다. 강석희뿐만 아니라 이미 고인이 된 최인찬, 김정길과도 멀어졌었다. 통영음악제를 통해서 윤이상이 일반인들에게 기억되고 있지만 사제와의 정은 끊기고 말았다. 이제 강석희가 세상을 떠났으니 하늘나라에서 그 정이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