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살롱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가운데 연극, 극단, 연극인이 사라지고 있다. 연습 중에 사라진 연극이 있는가 하면 관객이 없어 공연을 공연답게 하지 못하고 사라진 연극이 있다. 단원의 코로나 확진으로 잠시 문을 닫은 극단이 있는가 하면 공연의 지속이 불가능해 지자 해산을 선포한 극단이 있다. 공연의 축소로 인해 장기간 출연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연극인이 있는가 하면 죽음의 공포 때문에 제작과 출연을 포기한 연로한 연극인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면 공연될 수 있었던 수많은 공연들이 중지하거나 소멸하고 있다. 무사히 막을 내린 공연보다 제작 중이나 공연을 앞에 두고 사라진 공연의 수자가 더 많다. 대학로의 광고판을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 9개월 동안 어떻게 확산과 진정을 거듭했으며 이것이 어떻게 공연에 영향을 준 것인가를 알 수가 있었다. 확산 초기에는 광고판이 텅 비어 있었다. 너무 비어 있는 것이 민망해서 인지 ‘미래에 꽉 들어찰 포스터를 위해 비워둔다’는 내용의 특별히 제작한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던 것을 안타깝게 바라본 기억이 있다.
이렇게 막을 올린 연극보다 막을 올리지 못한 연극의 수자가 더 많고 사연과 기억이 더 많다는 엄연한 사실에서 사라진 연극은 한국연극의 수난사로 특별히 기록해야 마땅하다. 연극이라는 것은 원래 순간의 예술이어서 무대에서 표현되는 순간 사라지는 운명인데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사라지는 연극의 운명은 더욱 더 덧없고 슬픈 것이 아니겠는가. 사라지는 연극에 대한 생각과 기억을 간직하지 못하고 이를 기록하지 못하고 우리가 후세의 연극과 연극인에게 무엇을 남겨준다는 말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게, 사라진 연극에 대한 기록을 남기자. 공연을 중지하거나 연기한 연극, 공연을 포기한 연극은 물론이고 공연을 공연답게 하지 못한 연극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극단, 극장, 연극인, 관객, 신문기자 등 모든 이들의 협조를 얻어 대본, 포스터, 전단, 프로그램, 사진, 오디오, 비디오, 개인적 노트, 공연중지를 알리는 문건, 관객의 오프라인, 온라인 의견, 신문기사 등 수집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고 많다.
우선은 내버려 두면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는 소중한 기록을 제작하고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록이 어느 정도 모이게 되면 이것을 수합하여 온라인 전시회라든가 대화 모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은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연극인의 의지와 투쟁을 알리고 연극인들 사이의 정보소통 창구가 되고 서로를 격려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식된 후에 사라진 연극에 대한 기록과 기억은 연극박물관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인류사에서 이보다 더 잔혹한 연극재난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난이 장기간 지속되는 중에 사라진 연극의 기록이 너무 많이 쌓여서 연극재난박물관이라는 이름의 독립적 기관이 생겨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사라진 연극에 대한 생각과 기억이 온전하게 그대로 남겨져서 한국연극의 투쟁사로 오래도록 각인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지혜와 용기를 주는 물줄기가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