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살롱

사전에 사육사는 ‘동물원에서 동물을 기르거나 훈련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혹은 ‘짐승 따위를 먹이고 기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돼 있다. 두 군데 모두 공통적으로 쓰인 단어는 ‘직업’이다. 수입이 많고 적고를 떠나 사육사는 수의사, 한의사, 간호사와 같이 엄연한 전문직종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초등학생들 중 사육사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이 제법 있다. 실제로 그것을 방증하듯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육사 채용공고가 나면 문의가 빗발치고 네댓 명 뽑는데 삼사십 명은 응시를 할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응시자의 이력 또한 쟁쟁하다. 대부분 동물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동물관련 여러 자격증까지 소위 스펙이 짱짱하다. 아쉬운 것은 국내에 동물원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공영동물원과 사설동물원을 합쳐봐야 열 개 정도다. 다행히 최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국립생물자원관, 야생동물구조센터,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이 관련기관이 생겨 취업의 기회가 좀 넓어졌다.
외부강연 때 사육사가 되기위해 어떻게 해야되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세 가지를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당연히 동물을 좋아한다는 전제로 두고 한 답이다. 첫째, 다양한 야생동물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된다. 뛰어난 영상의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고 해서 자기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흥미위주의 잡지 뒤적거리듯 하지 말고 동물관련 연구논문을 많이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영어 독해능력이 기본이니 영어실력도 중요하다. 둘째, 동물원을 많이 방문해봐야 된다. 아무리 뛰어난 영상이나 자료도 직접 내 발품을 팔아서 나의 오감으로 느끼고 관찰하면서 배우는 것에 못 미친다. 국내외에 일본, 대만, 싱가폴 등 아시아나 유럽, 미국의 동물원에 가보라고 권한다. 셋째,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야생동물에 대한 경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창녕 우포늪 따오기, 충남 예산 황새복원 등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복원사업도 그동안의 노력덕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그동안 서울대공원에서 지리산 곰복원센터로 보낸 마리수가 16마리나 된다. 또한 동물원에서 증식된 여우 6마리를 소백산 여우복원센터로 기증했다. 동물원에는 고릴라, 오랑우탄을 비롯해 코끼리, 코뿔소 등 보전가치가 높은 종이 많다. 이들을 건강하게 잘 관리해서 안정적으로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이 종보전에 직접 기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일들은 전문적인 사육사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사육사는 동물에게 사료를 주고 똥을 치우는 단순 노무직이 아니다.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위해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동물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일지라도 동물종별 생태적 특성에 최적화된 관리를 함으로써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전문적인 직업이다. 사육사는 하나뿐인 지구라는 생태계 내에서 동물과 사람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찾도록 해주는 자연의 전도사와 같은 역할을 해야 된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청소년, 대학생 교육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나도 사육사’, ‘일일 사육사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최근 코로나19로 전면중단 되어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