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살롱

일자리 찾기 힘들어 앞날이 캄캄하던 마당에 집값마저 뛰자 젊은이들이? “이번 삶은 망했다”며 ‘이생망’이라는 말을 쓴다는데…. 코로나에 장마, 그리고 사흘이 멀다고 치고 올라오는 태풍 소식을 보며 나도 ‘올생망’(올 한해살이는 망했다) 하고 외치고 싶다. 따뜻한 지난겨울을 보내며 이제 봄 되면 본격적으로 몸 좀 풀어야지 별렀더니, 꽃 소식은 들어 보지도 못하고 코로나 소식에 숨이 막힌 게 벌써 몇 달인가?
대구에서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며, 그래도 지하철이나 버스보다는 코로나에 안전하겠지 하며 열심히 잔거질을 한다. 그러나 대구가 조금 안정되어 이제 코로나 걱정을 조금은 더는구나 하는데 이제는 비가 잔거질을 막고 나섰다. 올 장마전선이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중국 남부지방과 일본의 규슈에 비를 쏟을 때만 해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었는데, 이제는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물난리.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에 잔거질이 코로나보다 더 위험스러워 한동안 중단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까지는 양반이었다. 장마 끝나고 물난리의 가슴 아픔도 어느 정도 아무나 했더니 사흘이 멀다고 몰아치는 태풍에, 기어이 그놈의 코로나가 또 말썽이다. 쉽게 물러나지 않고 한동안(?) 곁에 두고 살아야 하리란 건 단단히 마음먹은 일이지만, 상전처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꼴이라니. 그래도 장마 한가운데 세상 구경하러 나온 매미들 신세보다는 낮다. 일곱 해를 어둡고 축축한 땅속에서 벼르고 있다가 세상에 나왔는데, 햇살 한 번 제대로 쬐어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었을 것 아닌가.
올해 태어난 매미들 생각하면 우리네 올 한해살이도 밑지지 않는 장사일까? 그렇다. 크게 봐서 올 한 해는 잔거꾼들에게 나쁘지 않은 한 해가 되겠다. 특히 서울 잔거꾼들에게는 잔거질 인프라가 올해만큼 좋아진 해도 드물다. 무엇보다 먼저 평일에도 자전거를 가지고 서울 지하철 7호선을 타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이 아닌 시간대에 한정되는 제한적 허용이지만, 9월 1일부터 두 달 동안 해보고 큰 탈이 없으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고 다른 지하철 노선도 하나씩 둘씩 잔거를 들고 타게 하리라 기대가 된다.
차로를 줄여 걷기 및 잔거 공간으로 만드는 ‘생활권 도로 공간 재편 사업’이 올해 들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퇴계로에 잔거 전용도로가 들어섰고, 청계천 잔거 전용도로 공사는 9월 들어 시작되었다. 을지로의 시청 삼거리~동대문역사문화거리 2.5㎞ 구간, 광화문에서 서울역 교차로까지 1.5㎞ 구간도 올 연말까지 잔거 전용도로가 들어서면서 차로가 줄어들게 된다. 이 모든 사업이 끝나면 광화문이나 시청에서 서울의 잔거 고속도로인 한강 잔거길을 잇는 잔거 간선도로가 종로, 청계천, 을지로 그리고 퇴계로까지 들어서게 되는 거다. 도심으로의 잔거 출퇴근 족들이 더욱 많아지겠다.
코로나 등살에 마스크를 쓰고 가쁜 숨을 내뱉으며 잔거질 해야 하는 올가을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잔거꾼의 입장에서 올 한 해는 더 힘찬 잔거질을 향해 한 걸음 쉬어가는 한 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