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5월 29,30일의 제3회 「현대무용의 밤」은 춤추는 당사자 이상으로 참여의 뜻을 더 강조하는 열띤 관객이 눈에 띄게 증가했었다. 이번은 金基仁(김기인)의 작품전. 「지속하는 것」(음악 스톡하우젠의 「크로이슈피엘」), 「외출」(음악 바르톡의 「미크로 코스모스」), 「解體(해체) 혹은 장미의 分身」(음악 졸탄 코달리의 「첼로독주를 위한 소나타 작품 8번」)을 최재영 김소라 김희영, 그리고 金基仁의 출연으로 상연했다.
金基仁의 춤은 현대무용이 일반에게 인식되고 있는 식의 그런 재미없는 움직임과는 달리 춤추는 몸이 잘 만들어져 있고 움직임에 드라마가 있어서 즐겁게 구경할 수 있었다. 어떻든 이제까지의 콘템포러리무용단원으로서는 괄목할 만한 춤솜씨였다.
생각컨대 오늘의 우리 현대무용을 관객과 더 많이 접근시키고 불러들이려면 먼저 안심하고 감상할 수 있는 춤의 연기자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현대무용의 진실을 믿게 할 수는 없다. 말하자면 주장하고자 하는 춤 내용의 정당함을 설복시킬 수 없는 것이다. 실험적이면 실험적일수록 더 그것이 강조된다. 그러나 아직은 그 뒤따름이 없었기 때문에 공허하게 인식되어왔었다. 설혹 지금 벌이고 있는 소극장운동을 呼客(호객)이 第一義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대무용도 극장예술인 한 지금의 自費出版적인 것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러려면 춤 연기자에 의한 예술이 돼야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작품 「지속하는 것」―아직 날개를 갖지 못한 어린 날짐승들이 높은 하늘을 향할 찬란한 날개를 기다리듯 하는 蓋然性(개연성)의 분위기가 한쪽에 마련되어 있고 시간을 상징하는 엄격한 또 하나의 분위기가 그 주위를 빙빙 돈다. 시간은 모든 것에 해답을 줄 것을 암시하듯 그린 다음 순간 照明(조명)의 妙(묘)로써 어린 것들은 날개를 얻어 그림자로써 창공을 날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시간의 사슬에 꼭 잡혀 땅 위에서 맴돌 뿐이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게 된 공간소극장 같은 무대구조에서는 무대 바닥의 공간이 많이 의식되지 않으면 안 된다. 떨어지고, 만나고, 원을 돌고 하는 행위 같은 것들을 마루 공간을 무시하고 시간적인 것만으로 처리하였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 이미 주어진 그 장소의 공간에 맞게 작품을 만들지 않고 일반극장 類型(유형)으로 축소시켜버리면 작품의 이미지는 달라져버리게 마련이다.
「지속적인 것」에서나 여타 작품에서의 일상적인 의상은 호감이 갔다. 그런 것에 의거하여 관객은 당황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설화를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金基仁의 경우 둘째번 「외출」은 차라리 한복이었다면 다음 작품과의 분위기를 많이 달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외출」과 세 번째 「장미의 分身」은 金基仁의 개성적인 춤만 돋보일 뿐 작품의 構築性(구축성)이 희박하였기 때문에 서로의 특징을 찾아내기 힘들었다.
이런 경우 의상의 변화라든지 演出이라는 기능을 참여시켰더라면 더 많은 것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바라고 싶은 것은 현대무용운동은 무용外적인 다른 기능과 손을 잡는 일도 곁들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곁들여 하고 싶은 말은 이 콘템포러리 집단의 춤들은 서서 하든 앉아서 하든 간에 그 모든 움직임의 리듬 템포가 꼭 같다는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高速映畫(고속영화)의 움직임처럼, 끈끈이에 붙어버린 파리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답답했다.
근육과 뼈의 力學(역학)도 있고 충돌과 정지 같은 순발력과 의외성의 구사가 너무 결여 됐기 때문에 누구의 춤이나 모두 같아 구별할 수 없었다. 하루빨리 이 느린 리듬 템포의 늪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그렇지 않고는 현대무용의 밤은 한 번이면 족하지 여러 번 할 의미마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신동아 1979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