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무궁화가 국화(國花)로서 적합하느냐 하는 문제는 간간이 화제가 되어왔다. 진디벌레가 유난히 많이 붙어 청결하지 못한 꽃인 데다 원산지가 우리나라가 아니고 한반도의 중부와 남부에서만 자란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무궁화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국화(國花)로 불리어지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올드 랭 사인」의 곡(曲)에 맞추어 망국 한(亡國 恨)을 달래던 애국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이래 무궁화는 일제(日帝) 점령기에서는 저항과 독립의 상징으로, 해방 후에는 겨레의 꽃으로 살아왔다. 무궁화가 국화(國花)로서 부적합한 점이 있음에도 이를 쉽사리 바꿀 수 없는 이유도 이런 데 있었던 것 같다.
무궁화의 국화(國花)로서의 적합(適格) 여부에 대한 논의가 신문지상을 통해 활발하게 벌어진 것은 1956년의 일이었다. 당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서울’이 ‘수도(首都)’라는 뜻이어서 부적당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서울’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자 이에 곁들여 국화(國花)에 대한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무용평론가 조동화(趙東華)씨, 식물학자 이민재(李敏載)씨, 언론인 주요한(朱耀翰)씨로 이어진 이 무궁화 논쟁(論爭)은 ‘무궁화’라는 명칭의 유래에서부터 국화(國花)로서 인식되어온 경위, 해방 직후 국정 문교부(軍政 文敎部)에서 생물학자(生物學會)에 국화(國花)에 관해 문의한 일 등 무궁화에 얽힌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사실들을 전해주고 있다.
이 논쟁에서 세 사람은 무궁화가 국화(國花)로서 부적당하다는 데에 대체로 견해를 같이 하면서 ‘개나리’ ‘진달래’ ‘봉선화’ ‘도라지’ 등이 국화(國花)로서 어떠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趙·李 양씨가 국화(國花)의 재검토를 주장한 데 반해 朱씨는 남북통일(南北統一)이 될 때까지 이 문제는 연구정도로 해두자는 견해를 밝혔다.

■ 「韓國論爭史 V」 p431~444 『靑藍文化社』 1976年刊


▶ 다음호에 계속: 「무궁화와 國花 續」 한국일보 1956年 3月18日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