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 춤산책

TV 예능 프로그램들은 최신 트렌드, 즉 유행을 담고 있어서 예능 프로그램만 잘 봐도 남들과의 대화에서 뒤쳐질 일은 줄어든다. 그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집 관련 프로그램이다. 예전부터 아파트의 한정된 공간을 보다 더 넓게 쓸 수 있는 인테리어나 구조 개조에 관한 것들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요새는 내가 설계해서 나만의 공간을 가진 사람들의 개인주택 탐방이 대세라 할 수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주택, 아파트, 빌라, 주상 복합형 아파트, 레지던스, 타운하우스 등으로 변화되어가던 주거 형태이자 부의 과시가 다시 주택으로 바뀌어가는 듯하다.

대중매체가 개인주택에 눈길을 둔 이유는 삶의 형태가 다양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TV에서 보여주는 개인 주택들은 예전과는 달리 주로 아직 교통은 불편해도 잠재력이 있는 서울 밖 위성 도시나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하지만 세련되고 집주인의 개성이 드러난 건축물들이다. 땅덩어리가 좁으니 아파트를 권장하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죄악 시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과거로 회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파트로 상징되는 획일적인 삶에 회의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제 막 가정을 꾸리거나 독립한 세대들이 아무리 벌어도 대도시에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구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세먼지의 위협에서 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곳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 특히 지금과 같은 팬데믹 시기에 여러 사람이 밀집되어 있는 다세대 건물에서 주거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유명한 학군에 위치한 아파트 투기 과열에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된 개인 주택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려는 부동산 정책에 대중매체가 부응하고 있는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집을 고르는데 있어서 일 순위는 학교와 직장과 관련이 있다. 아무리 개인 주택의 장점이 많아도 학교와 직장과의 거리가 멀면 개인 주택 장만을 미룰 수밖에 없다.
“세상엔 집이 저렇게나 많은데 그중에 내 집 하나가 없다”는 대사가 기억난다. 정말이지, 인구는 매년 줄어든다고 출산에 관련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공약도 하지만 저렇게나 높이 고층 아파트를 짓고 저렇게나 많은 단지를 조성해도 매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그런데 아파트가 괜히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개인주택의 소유자들이란 은퇴자, 자영업자, 귀농인 혹은 주중에는 부부 중 한 사람만 도시에서 일하다 주말에 내려오는 기러기 부부들이 대부분이다. 요즘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재택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뉴 노멀 시대를 인정하지 않고 근무는 사무실에 출근해서하고 학업은 학교 건물에서 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이 팽배한 이상,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졸린 눈을 비벼가며 등교를 하는 이유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함께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과 선후배들과의 인간관계 사회성을 배우는 어쩌면 학과수업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새 학교 대부분 이름난 학교일수록 이러한 학교의 구실을 상실하고 있다.
일터 역시 직종에 따라 대면으로 사업장에서만 이루어져야하는 일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아도 될 만한 직종까지 굳이 한날한시에 다 같이 모여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이유는 이 방법이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업주의 관점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근무 등과 같이 비대면 근무에 대한 비 경험이 주는 업주의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든 시대의 과도기에는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로 충돌이 일어난다. 혹자는 구시대적 발상이 너무 빠른 변화를 견제 한다고들 한다. 틀리지는 않다. 그런데 한 번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면 시간문제 일 뿐, 이를 막을 도리가 없다. 막으려 하는 만큼 세월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현재를 유지하려면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

학벌, 회사, 직분 등 과거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필요했던 조건들이 차츰 배울 것이 별로 없어진 학교, 굳이 모여 일하지 않아도 되는 직종, 유명무실해진 직분 등으로 변질된 오늘날, 동시에 이러한 겉치레가 유명무실해지는 시대로 진입하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사람은 필요한 생활환경이 구비되어있는 곳에 주거지를 정한다. 다시 말해 집만 좋아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생활환경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사회적 기반까지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요즘의 생활에 필요해진 비대면, 온라인 등과 같은 오늘날의 생활에 필요한 키워드를 고려해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일들을 적극 지원, 비대면 교육 방식도 인정하는 공평한 사회적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야만 할 것이다.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1)는 그의 유일한 소설 「표범 – 어떻게 두꺼비를 삼킬 것인가」 (1958)를 통해 변화의 물결 속에서 탐색과 모색 보다는 버티려는 부류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생기는 몰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언젠가 또 언급을 하겠지만, 이는 생각의 유연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구시대적 가치관을 당시에는 영원불멸인 것처럼 신세대에게 주입시킨 그 전 세대들의 과오도 포함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전 세대로부터 구시대적 교육을 잘 받고 인정받은 인재가 오늘날의 세대에게 자신이 습득했던 구시대적 착오를 고집하려는 변화와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의 단합되지 못한 갈등들 우리가 결연히 버리고 새 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업보인 것이다. 문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당사자들이 아닌 그 다음세대들에게 폐해가 넘어가기 때문에 더욱 비극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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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1896~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