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정기세미나

1. 코로나 이후 무대공연예술의 양상
2020년은 코로나19로만 모든 것이 이야기된다. 2020년 초반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국지적 전염병에 그치고, 여름이면 잦아들 거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펜데믹(pandemic) 상황으로 내몰며 기약 없는 불안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의반 타의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행하게 되었고, 이른바 뉴노멀의 생활 방식 속에서 새로운 적응력을 키우게 하였다. 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되던 대면 접촉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온라인으로나마 존재를 확인할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공연예술을 비롯한 문화계도 물리적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었다. 무대공연예술은 장르적 속성 상 한 공간 안에서 지금 이 순간 여기의 호흡을 공유하였던 반해 코로나 이후는 이것이 불가능하여졌기 때문이다. 이는 2020년 3월 즈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모든 공연이 중지되거나 온라인으로나마 중계를 공연하는 형태로만 이루어지면서 변화 양상은 급격하게 나타났다.

2. 온라인 공연의 장단점
이러한 공연 형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은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공연에서 연극은 일정이 축소되고 온라인 생중계를 하였고, 무용의 경우 시나브로 내 가슴의 『Hit&Run』이나 전통공연 등이 취소 대신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되어 형식적으로나마 관객과 최소한의 소통 구조를 이루어지며 본격화되었다. 무대공연예술은 그동안 네이버TV와 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미약하지만 공연예술의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구조가 더욱 가깝게 대중에 다가선 것이었다.
이 온라인 공연은 올해의 신작 작품 중 생중계됐던 16개 작품의 동영상 조회수가 총 14만 5000뷰로 집계되어 그동안 창작 산실 온라인 공연 역대 최다기록을 세웠고, 전통공연 「오래된 이야기:내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엄마의 이야기」, 연극 「마트료시카」, 「아랫것들의 위」, 「의자 고치는 여인」, 무용 『Hit&Run』 등의 온라인 중심 공연은 각각 1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였다.(뉴시스, 2020.5.13.) 이 수치는 많은 문화행사가 중지된 상태에서 대중의 문화생활 향유에 일조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둘 수 있다. 또한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비롯한 유수의 단체가 그동안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등 다소나마 대중의 마음을 달래주며 공연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공연 방식은 여러 본질적 문제를 생각하게 하였다. 먼저 온라인 공연에 대한 질적 가치에 대한 부분이다. 온라인 영상은 대개 라이브공연을 실시간을 보여주는 형태나 이전 유명 공연을 보여주는 형태 그리고 영상을 목적으로 새롭게 촬영하고 편집하여 공연을 보여주는 형태로 나뉠 수 있다. 여기서 앞서 두 형식은 무대공연예술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로 무대 호흡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무대를 그대로 보여주지만 평면적 느낌을 전해줄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는 대중에게 일시적 호기심을 주었지만 영상문화에 길들여진 대중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도 존재하였다.
세 번째 형태는 최소한의 카메라 워크에 통해 입체적 영상을 전해주는 장점이 있다. 이는 무대공연의 질감을 더해준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형식미를 주었고 무대공연예술의 시대적 적응이란 측면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형식은 질적 양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이는 온라인 송출 등을 비롯한 기계적 장치에 의한 것이기에 전문적이고 무대공연예술과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라 문화재단 등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경제적 지원에 의탁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다보니 선택된 몇몇 단체의 제한된 공연에서만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무대공연의 온라인 소통이 경제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주는 구조가 아니더라도 지원에 의한 공연으로 수익 창출에서는 의미를 두기 힘들다. 이 공연이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무대공연예술의 영속적 유지를 위한 일시적 현상으로는 의미를 두겠지만 이러한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 할 수 있다.

3. ‘위드코로나’ 시대 무대공연의 생존 방안
철학자이며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사물의 진정성이란 물질적 지속성과 함께 그 사물의 역사적인 증언 가치까지 포함하여 그 사물의 원천으로부터 전승될 수 있는 모든 것의 총괄개념이라 말하였다. 그렇지만 복제를 통한 물질적 지속성은 사물의 역사적 증원 가치를 흔들고 ‘아우라(Aura)’를 위축시키고 있다 하였다.(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외」(발터 벤야민 선집2), 도서출판길, 2007, 46~47쪽) 이러한 화두는 이 글이 쓰인 100여 년 전, 영화의 득세를 통해 예술의 특질인 무대와 관객의 살아있음의 공유가 사라지고, 기계적 장치를 통한 집단적 체험 속에서 예술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음에 대한 비판적인 언술인 것이다.
그런데 이 화두는 ‘위드 코로나’ 이후 또 다른 관점에 지금 다시 살펴볼만하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영화 출현에 대한 문화의 변화 양상이 이젠 선택적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나 초자아들의 욕구 소통창구인 유튜브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양상은 이미 2010년대 중후반부터 조금씩 대중 속으로 파고 들더니 코로나19로 인해 뉴노멀의 대표적 양상으로 안정적으로 안착되었다. 그러다보니 극장문화를 통한 영화는 점차 쇠퇴하였고, 영화조차도 이런 형국에서 무대공연예술은 더욱 어려운 현실이 다가왔다. 이는 지금 이 순간 여기, 함께 소통하는 장르라는 점에서 공연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데다가 영상을 통한 전달이 코로나19 종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디까지 본질을 지키며 융합할 것인지 현실적 고민이 놓이며 새로운 방향성을 찾는 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라는 일시적이라 믿고 싶은 공간 속에서 무대공연예술은 어떠한 인식이 필요할 것인가. 무대공연예술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는 아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대중문화에 비해 그리 크지 않고 예술의 고전적 본질, 예술의 순수성이란 추상적 명제에 귀착된 면모에 기인할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에 대한 여러 토대적 지원이 필요하며 예술가도 이러한 바탕 속에서 재생산의 경제 구조를 만들어 문화전승과 문화적 구조를 함께 만드는 책무가 놓인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의 본질적인 토대 구축과 함께 동시대가 요구하는 대중적 방법론의 수용도 함께 갖추어야 할 듯 하다. 이러한 예로 이날치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판소리에 기반을 국악 활동, 현대적 감각을 통한 무용의 대중화에 앞선 단체들로 본질에 충실하며 동시대 원형의 전형성을 꾸준하게 구현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공동 작업한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을 통해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예술의 가치를 전해주며 대중과 함께 호흡하였고, 이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반향이 우연일수도 있지만 장르적 진정성을 확보하며 온라인을 통한 여러 실험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는 측면에서 뉴노멀 시대 예술의 생존전략 방법론 중 하나로 의미 있게 바라 볼 수 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가기 힘들거란 과학자들의 말이나 ‘위드 코로나’라는 말이 일시적이길 바라면서도 무대공연예술이 코로나를 떠나 이전 제4차 산업혁명이 요구한 저비용 고효율을 위한 하나의 변곡점으로 본질적이며 동시대적 고민을 전해준다.

4. 뉴노멀시대 새로운 문화 방법론 : 댄스필름에 대한 단상
코로나로 인해 일상은 물리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일상적 사고와 행동의 변화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총합적 개념으로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주도적 이념은 빅데이터의 활용, 인공지능, 가상, 증강현실, 사물인터넷, 모바일혁명 등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한 효율적 산업구조에 기반을 둔다. 이는 클라우스 슈밥이 이끈 2016 다보스 포럼에서 결집되어 담론화 되었지만 이미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카카오’를 들 수 있다. 메신저에 기반을 둔 이들은 축적된 효율적 체계를 바탕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등으로 확장하였고, 이러한 디지털 구조와 함께 역설적으로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더욱 친밀감은 가속화되었다. 이는 그동안 제조업 등이 지배하는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며 시가총액 32조라는 비용을 마련하며 저비용 고효율의 상징성을 보여주었다.
무대공연예술에서도 이러한 제4차 산업혁명 담론에 대한 관심과 저비용 고효율을 위한 노력이 많이 기울여졌다. 무용의 경우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많은 논의와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 중 하나는 ‘댄스필름’이다. 무대공연예술과 영상이라는 변별적 요소가 만난다는 것이 그리 자연스럽지 못한 듯 보이지만 다른 무대공연예술 장르가 영상문화와 융합에 적극적이지 못함에 반해 무용이 ‘댄스스크린’, ‘댄스비디오’, ‘댄스필름’ 등에 대한 꾸준한 시도가 있어 왔다. 이는 연극이 영화로 이미 파생적 변별성을 두었고, 뮤지컬이 영화와 본질적 거리와 융합을 두고 진행되었던데 반해 무용은 무대에서 보이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는 여러 장치로 영상을 수용한 것이다.
이러한 융합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무대공연이 지니는 단점을 지향하는 방법론으로 최적일 듯 하다. 무용의 경우는 서사적 구조도 중요하지만 이미지의 표현과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순간적 역동성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상의 가장 큰 장점인 앵글, 포커스 등의 카메라 워크, 색상과 조명 그리고 편집을 통해 입체적 표상이 만들어지는 행위로 적용될 수 있다. 결국 무용 영상의 작업은 테크놀로지에 의한 완전함을 지향하는 형태를 지향하면서 반복재생산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영상과 무용의 다양한 접목이 있었음에도 과문하지만 백남준과 존 케이지 그리고 머스 커닝엄(Merce Cunningham)의 작업만큼 신선하고 획기적인 행위는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하였다. 이들의 동적 비디오 이미지는 정적인 넘어 재현 이미지와 달리 시각적 비결정성을 창출하고, 지금 여기에서 행해진 현장성의 의미를 넘어 참여적 양상을 보였다.(김홍희, 「굿모닝, 미스터 백」, 디자인하우스, 2007, 21쪽) 이런 과정은 도상의 수행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총합적인 것이 아닌 새로운 의미의 확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머스 커닝엄은 이러한 작업에 집중한 일련의 작품군에서 댄스필름에 집중하였는데, 그는 어떻게 비디오가 시간, 공간, 에너지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작품의 각 섹션이 특별한 비디오 무용 문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었다(Sherril Dodds, 고현정 옮김, 「댄스 온 스크린」 대한미디어, 2016, 22쪽)는 점에서 댄스필름의 선도적 역할과 시대정신의 변혁적 동기를 마련하였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0년 현재 댄스필름의 동시대성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먼저 하나의 호흡으로 가는 무대공연예술의 구조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인식은 무용, 무대공연예술이 가지는 공간적 제한에서 벗어나 확장성을 추구로 이해된다. 또한 영상문화가 대중과 가장 친근한 구조다 보니 이를 통해 무용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생각도 작용할 것이다. 이는 젊은 안무가들을 중심으로 보편적 형태로 도전되면서 많은 작품이 양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스필름이 동시대적 가치를 창출하였는가 문제는 고구해 볼 부분이다. 이는 무용의 조형예술로 운동성에 대한 본질적 가치의 구현이나 이를 거스르며 새로운 담론을 창출하였는가에 대해선 아직 미흡하다. 또한 댄스필름이 집중하는 것이 서사적 구조보다는 이미지의 표현에 집중하여 테이크 편집으로 의미가 배가 되지만 요즘의 대중에게 이러한 구조가 영속성을 지니고 흡입력 있게 다가설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 부분인 것이다. 이러한 점은 모바일문화에 담긴 함의가 표현이나 이미지보다는 스토리텔링의 영속적 구조화나 순간적 즉흥성의 수용 그리고 경량화라는 점에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이른바 ‘호모 모빌리언스’의 사회에서 이러한 댄스필름은 어떠한 진정성으로 다가설지 고민되는 부분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영화에서도 이미 제기되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이리시 맨>이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넷플릭스(Netflix)에서만 공개하면서 ‘내 작품은 물론이고 대다수 영화를 보고 싶다면 제발, 제발 휴대전화로 보지 말아달라. 부탁이다’라고 말하면서 ‘정 모바일 기기로 보고 싶다면 큰 아이패드’로 보기를 요청하였다.(허프포스트코리아, 2019.12.4.)는 말은 앞선 발터 벤야민이 말한 새로운 ‘아우라’의 파괴라는 측면에서 시사점을 전해준다.
또한 댄스필름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부분도 생각할 수 있다. 댄스필름을 포함한 무대공연예술의 영상작업은 그저 융합적 도전에만 그치는 비효율적 구조인 것인가, 이러한 도전 끝에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로는 미지수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예술은 사회적 거리두기 안에서 문화생활을 제공하였다는 측면에서 일시적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수용 계층이 무용관객으로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은 미온적인 상황이고, 댄스필름이나 온라인 공연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볼 수 있는 매력과 플랫폼이 형성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비 혹은 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용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영상을 통한 소통에서도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이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한 공연 창출의 비용이 더 요구되는데 기인한다. 그렇다고 이에 대한 무용인 스스로 이에 대한 공부도 전면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시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될 듯 하지만 코로나펜데믹에 따른 시대적 변화와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일상적 담론에 논의되는 디지털 기술의 수용은 자체적 인식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완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는 코로나 이후 확장적 인식과 행동에서 대비하는 의미로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