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 전 오랜 지병으로 80대 중반의 나이에 타계한, 비올라 연주자이며 지휘자이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그 문하에서 길러낸 김용윤은 큰 스승이고 거인이었다. 그를 사사했던 바이올리니스트를 들면 강동석, 김남윤, 이성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재들이 있다. 물론 이들은 어려서 김용윤에게서 지도를 받은 뒤 주로 미국으로 가서 커티스, 줄리어드 등 명문 음악학교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이구동성으로 김용윤을 지도력, 연주기법, 음악성,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송방송이 펴낸 「한국현대음악인사전」에는 김용윤이 셋이 있는데, 그중 두 명의 이름으로 그가 기록되어 있다. 한 사람은 비올라 연주자로, 한 사람은 지휘자로, 한 사람은 피아노 연주자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비올라 연주자와 지휘자는 같은 사람이었다. 그 사실은 김용윤이 두 사람 몫을 충분히 해냈다는 뜻이다. 김용윤은 비올라 연주자로서 비올라를 우리나라에서 독주 악기로 격상시킨 장본인이고, 실내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지휘를 한 최초의 사람이다. 지금의 서울쳄버오케스트라이다.(처음에는 독일식으로 서울캄버오케스트라라고 했다.) 그 이전에 바로크 합주단이 있었는데 지휘자가 없었다.
김용윤은 오랫동안 서울시향과 KBS 교향악단의 비올라 수석으로 활동했고, 만년에는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 광주시향의 상임 지휘자를 역임했고, 우리나라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서울현악사중주단 멤버로 이재현(바이올린) 양재표(첼로)와 함께 활동했으며, 비올라 연주자로 수차례 독주회를 갖기도 했으며, 국립교향악단과 함께 바르톡 벨라의 협주곡을 국내 초연하기도 했다.(1972년 야로슬라브 오펠라 지휘)
그보다 그는 한국 최초로 해외 오케스트라에 발탁되어 오스트리아 린츠의 부루크너오케스트라에서 연주활동을 하였다. 그 당시 한국인으로서 유럽의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계약되어 가는 일은 대단히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쿠르트 뵈라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1960년 말 KBS 교향악단을 가끔 객원 지휘했는데, 그때 김용윤을 알아보고 계약을 추진했다. 그와 함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박은성도 같이 갔다. 뒤에 박은성은 빈으로 옮겨 명문 빈아카데미(현 빈국립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한 뒤 귀국, 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의 상임 지휘자가 되었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이다. 한편 김용윤도 빈포크스오퍼(민족 오페라)의 수석이 되었으며, 그도 빈아카데미에서 지휘 공부를 해서 지휘자로서의 자질을 닦았다. 빈국립음대는 지금도 세계 제일의 종합예술교육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교향악단의 주빈 메타도 그곳에서 공부했다.
김용윤은 통이 큰 지도자였고, 서울쳄버오케스트라도 그의 집에서 사비를 들여 창단하고 연습도 했다. 그의 집은 많은 음악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드는 코이노니아의 장이었다. 현재 그의 장남 김우진은 KBS 첼로 수석, 차남 김상진은 비올라 연주자, 지휘자, 명교수로 말솜씨도 뛰어난 예술가로 부친의 대를 이어가며 뛰어난 음악계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